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달려 2024.10.16.물.
달려 봐. 짐가방을 잔뜩 멘 채로 달리고, 손이며 몸에 아무것도 안 걸친 채로 달려 봐. 힘껏 달리고, 천천히 달려. 네 몸은 팔다리를 즐겁게 쓰는 얼거리란다. 걷기만 하지 마. 곧잘 달리기를 해. 그렇다고 너무 오래 많이 달리지는 마. 온몸이 두근두근 콩콩 뛸 만큼 달려. 땀 한 방울이 빗방울이나 이슬방울처럼 또르르 볼을 타고서 구를 만큼 달려. 신나게 달렸으면 드러누워. 팔다리에 힘을 빼고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아. 이제 너는 네 몸 구석구석을 이루고 흐르는 기운을 하나하나 느끼겠지. 달리기란 참으로 멋져. 내닫는 발바닥에는 땅과 하늘이 함께 베푸는 숨결이 차곡차곡 맺히지. 곰이 어떻게 달리니? 늑대가 어떻게 달려? 말은 어떻게 달릴까? 하나씩 그려 보렴. 달릴 줄 아는 팔다리가 곧게 뻗는구나. 휙휙 달리면서 작은새와 큰새가 네 곁으로 다가와서 함께 날갯짓을 하네. 구름이 너를 본다. 해와 별이 너를 봐. 네 몸을 입은 넋이 빙그레 웃으면서 지켜봐. 달리는 몸에서 빛이 난다. 달리고서 쉬는 몸으로 빛알갱이가 내려앉다가 춤을 춰. 이제 달리기를 마치고서 걷는 네 둘레가 환하게 열려. 어디로 달려 볼까? 어디에서 달려 보겠니? 네가 달릴 적에 들풀이 푸르게 반기네. 네가 숨을 고르면서 쉬려고 하니 나무가 그늘을 뻗어. 네 달리기를 지켜본 나비가 팔랑팔랑 바람을 일으켜. 땅을 박차는 발에 찌릿찌릿 땅빛이 올라온단다. 바람을 가르는 손에 찌릿찌릿 하늘빛이 내려와. 기운이 안 날 적에는 그저 달려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