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54


《探求新書 110 沈默의 봄》

 레이첼 카아슨 글

 이길상 옮김

 탐구당

 1976.12.30.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울(도시)에서 살며 봄내음·봄노래·봄빛하고 등집니다. 겨울내음·겨울노래·겨울빛하고도 등돌려요. 이 흐름을 걱정하는 몸짓은 드물다고 느낍니다. 쇳덩이(자동차)는 줄지 않고, 서울은 몸집을 안 줄입니다. 봄노래나 겨울노래를 못 듣더라도 시끌소리를 채우면서 어수선합니다. 봄빛이나 겨울빛을 모르더라도, 삽차하고 잿빛(시멘트)에 뒤덮이더라도, 알록달록 덧씌우거나 꾸미면 그만이라고 여깁니다. 《침묵의 봄》 한글판은 1976년에 처음 나옵니다. 이무렵에는 거의 안 읽혔지 싶습니다만, 탐구당 손바닥책을 즐겨읽던 분은 ‘새마을운동 + 경제개발5개년 + 공업화정책’으로 어지럽던 한복판에도 ‘돈을 벌려고 일으키는 공해’는 오히려 우리한테서 돈부터 빼앗으면서 다 죽이겠구나 하고 알아보았을 수 있습니다. 철마다 철빛이 다르듯,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베푸는 노래가 노상 다릅니다. 모든 하루가 다르듯,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들숲바다는 늘 넘실넘실 피어납니다. 매캐한 곳에 바람갈이(공기청정기)를 둔들 덧없습니다. 물이 더러우니까 거르개(정수기)나 먹는샘물(페트병 생수)로 가릴 수 있을까요? 서울에서도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도록 바꾸는 일부터 해야 할 텐데요. 그나저나 “沈默의 봄”은 일본사람이 옮긴 “沈默の春”을 슬쩍 따온 줄 아는 분도 드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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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23


《新丘文庫 49 工藝文化》

 柳宗悅 글

 민병산 옮김

 신구문화사

 1976.4.15.



  ‘야나기 무네요시’가 아닌 ‘유종열’이라는 이름으로 글쓴이를 밝히고서 ‘新丘文庫 49’으로 나온 《工藝文化》를 한 줄 한 줄 새기면서 읽었습니다. 그릇하고 얽힌, 천조각 하나하고 서린, 살림살이마다 깃든, 숱한 손길을 글줄마다 되새기면서 읽었어요. 글쓴이한테는 여러 이름하고 삶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글쓴이가 나고 자란 땅을 사랑하는 삶이 있고, 글쓴이가 마주한 이웃나라를 사랑하는 삶이 있어요. 유종열 님은 일제강점기를 비롯해서 해방 뒤에도 우리가 스스로 수수한 살림살이를 사랑하면서 보살필 줄 아는 마음결을 새삼스레 추스르는 길동무로 서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살짝 한 걸음을 먼저 내딛을 수 있지만 선선히 기다려 주며 웃습니다. 때로는 어깨동무를 하고, 때로는 같이 다리쉼을 하고, 때로는 이슬받이처럼 척척 나아갑니다. 삶을 노래하고 놀이를 즐기는 길동무입니다. 남이 주기에 받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쓰임새에 맞는 살림을 찾아서 짓는 길을 아름답다고 노래한 《공예문화》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보금자리는 우리 손으로 가꾸기에 모든 시골살림이 다 다르게 아름답다고 깨달으면 눈물에 젖고 웃음을 터뜨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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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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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109


《배움나무》 52호

 편집부 엮음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75.1.15.



  제가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을 하도록 일을 맡긴 이는 윤구병 님입니다. 이녁은 충북대 철학과 길잡이를 하다가 책짓는 길로 바꾸었다는데, 첫 책짓기는 ‘한국 브리태니커 회사’에서 낸 알림책(소식지)인 《배움나무》 엮음빛이었다고 합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장만한 이한테 《배움나무》를 다달이 엮어서 보냈다는데, 이 《배움나무》가 나중에 《뿌리깊은 나무》라는 달책으로 거듭났다지요. 어느 날 윤구병 님이 이녁한테 《배움나무》가 하나도 없다고 하더군요. 예전에 일할 적에 챙겨 놓을 생각을 못 했다는군요. 그런가 하고 흘려듣고서 이레쯤 지나서, 이제는 사라진 헌책집인, 서울역 옆에 있던 〈서울북마트〉에서 《배움나무》를 예닐곱 자락 만났습니다. 얼마 뒤에 다른 헌책집에서 두어 벌 더 만납니다. 모든 책은 언젠가 만납니다. 만날 수 없는 책은 없습니다. 찾아보려고 하니 찾고, 안 찾아나서니 못 찾을 뿐입니다. 책을 찾고서 보름쯤 지나 윤구병 님을 만난 자리에서 슬쩍 앞에 내밉니다. 깜짝 놀라시더군요. “너, 이거 어디서 구했냐?” “헌책집에 가 보니 있던데요.” 좀 시큰둥히 대꾸했습니다. 있는 줄 모르던 책이라면 코앞에서도 못 알아보지만, 있는 줄 알면 샅샅이 뒤져서 찾아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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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27


《드레퓌스》

 N.할라즈 글

 황의방 옮김

 한길사

 1978.9.5.첫/1979.6.30.3벌



  우리나라는 ‘바른말’을 ‘바다’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밭’이 있을까요? 아니면 ‘바른말’을 들려주는 사람을 ‘바퀴벌레’쯤으로 여겨서 마구 ‘밟’거나 ‘바닥’에 팽개질을 할까요? 우리말 ‘바르다’는 ‘밝다’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바르다·밝다’는 ‘바다·바람’에다가 ‘바탕·밭’하고 말밑이 같아요. 그리고 ‘발·받치다’하고도 말밑이 나란하지요. 발로 바닥을 받치기에 든든히 섭니다. 발로 바닥을 디디지 못 하면 서지도 못 하고 걷지도 못 해요. 하늘에서는 바람을 마시고, 땅에서는 “바다가 아지렁이를 거치고 구름을 지나서 내리는 비가 스며든 샘”을 ‘물’로 맑고 밝게 받아들여서 목숨을 잇습니다. 《드레퓌스》는 이 나라가 아주 새카맣게 잠겨들던 끝자락에 한글판이 나옵니다. 바른말을 펴고, 바른길을 걸으며, 바른눈을 떠서, 바른넋으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어떻게 나라를 살리고 마을을 북돋우고 모든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켜서 사랑으로 이끄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엉뚱하게 ‘나쁜놈’ 소리를 듣고서 짓밟히고 시달리던 드레퓌스 님은 날마다 죽고 싶은 마음이었을 텐데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바른빛을 펴려고 했습니다. 이이 곁에서 에밀 졸라 님이 가시밭길을 함께 걸었어요. 애먼 덤터기를 쓰는 이웃을 모른 척하지 않은 에밀 졸라 님은 이웃한테 손가락질을 받다가 나라를 등져야 했습니다. 뒷날 “드레퓌스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드디어 드러났으나, 오래도록 거짓말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힘·이름·돈으로 윽박지른 나라(프랑스 정부)는 199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고개를 숙였다지요. 바른뜻을 품고서 함께 걷는 길은 되레 고달플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온넋으로 사랑을 품고 바라보는 길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든든하면서 즐겁고 호젓하게 노래하는 꽃길이라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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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책 917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최종규 글·사진

 숲속여우비

 2014.7.4.



  오늘이라는 나는 여태까지 걸어온 어제로 이룹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이제부터 새로 태어날 모레로 나아갑니다. 얼핏 보면 어제·오늘·모레는 모두 다른 듯싶어도 늘 하나로 잇습니다. 글로 안 남기고, 찰칵 안 찍어도, 우리 마음에는 모든 하루를 새깁니다. 2014년에 태어난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1992년부터 스물세 해를 드나든 인천 배다리책골목 〈아벨서점〉 한 곳을 아로새긴 자취를 담았습니다. 그 뒤 열 해가 지났으니 서른세 해째 헌책집 한 곳으로 책마실을 다니는 셈인데, 1992년 7월에 이곳에서 문득 “아! 책이란 이렇구나! 책집이란 이렇네! 책을 만지고 다루고 읽고 짓는 사람은 이런 빛이네!” 하고 느낄 적에 속으로 “앞으로 서른 해 뒤에도 이곳을 드나들며 ‘단골’이란 이름을 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단골’을 다르게 여기지만, 1992년 언저리만 해도 ‘책집단골’이라는 이름을 들으려면 ‘20해 + 3000자락’이 밑동이어야 한다고 쳤습니다. ‘30해 + 5000자락’을 넘으면 책집지기하고 책손이 서로 ‘마음지기’로 피어난다고 했어요. 줄거리만 담을 적에는 아직 책이 아닙니다. 이야기로 거듭나야 살짝 책입니다. 첫 손길이 닿을 적에도 아직 책하고 멉니다. 두 손길에 서너 손길이 잇달아 스미기에 비로소 책입니다. 헌책이란, 손길이 거듭 닿은 책입니다. 널리 읽혔거나 미처 안 읽혔거나, 우리 손길이 새롭게 닿은 ‘새로 읽히는 빛’이 흘러나오기에 헌책입니다. 그래서 ‘책·빛·숲’ 세 낱말은 다르면서 나란하지 싶습니다. 책으로 눈을 빛내고 마음과 몸을 숲에 두어 사랑을 짓는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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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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