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23
《新丘文庫 49 工藝文化》
柳宗悅 글
민병산 옮김
신구문화사
1976.4.15.
‘야나기 무네요시’가 아닌 ‘유종열’이라는 이름으로 글쓴이를 밝히고서 ‘新丘文庫 49’으로 나온 《工藝文化》를 한 줄 한 줄 새기면서 읽었습니다. 그릇하고 얽힌, 천조각 하나하고 서린, 살림살이마다 깃든, 숱한 손길을 글줄마다 되새기면서 읽었어요. 글쓴이한테는 여러 이름하고 삶이 있었구나 싶습니다. 글쓴이가 나고 자란 땅을 사랑하는 삶이 있고, 글쓴이가 마주한 이웃나라를 사랑하는 삶이 있어요. 유종열 님은 일제강점기를 비롯해서 해방 뒤에도 우리가 스스로 수수한 살림살이를 사랑하면서 보살필 줄 아는 마음결을 새삼스레 추스르는 길동무로 서려고 했다고 느낍니다. 살짝 한 걸음을 먼저 내딛을 수 있지만 선선히 기다려 주며 웃습니다. 때로는 어깨동무를 하고, 때로는 같이 다리쉼을 하고, 때로는 이슬받이처럼 척척 나아갑니다. 삶을 노래하고 놀이를 즐기는 길동무입니다. 남이 주기에 받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쓰임새에 맞는 살림을 찾아서 짓는 길을 아름답다고 노래한 《공예문화》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보금자리는 우리 손으로 가꾸기에 모든 시골살림이 다 다르게 아름답다고 깨달으면 눈물에 젖고 웃음을 터뜨리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