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2.


《킬러 고양이의 일기》

 앤 파인 글·베로니크 데스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1999.4.22.



오늘은 아침에 무자위 이음새를 바꾼다. 물줄기가 힘을 받는다. 낮에 큰아이하고 들길을 걸으면서 옆마을로 간다. 사납게 내달리는 쇳덩이를 본다. 문득 생각한다. 시골은 오히려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다. 길나무가 없는 곳일수록 쇳덩이가 사납다. 서울이며 큰고장도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는 곳에서는 시끄럽고 매캐하게 부릉거린다. 빠른길에는 아무런 나무도 없이 숲을 밀고 멧자락에 구멍을 낸다. 사람들은 빨리 달리려고 숲을 밟고 들을 밀고 메를 죽인다. 길에 나무가 설 자리가 있다면 느리게 달려야 하거나 걸어야 한다. 골목에 나무가 자라면 쇳덩이가 들어서지 못 한다. 그러나 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뛸 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럼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즐거운 삶터를 이룬다. 《킬러 고양이의 일기》를 읽었다. 꽤 잘 쓴 꾸러미이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고, 마음밭에서 자라며, 스스로 길어올리게 마련이다. 대단하게 써야 할 글이 아니라, 사랑씨앗을 심을 글이면 넉넉하다. 저녁에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우리가 함께 누리고 짓는 살림을 돌아본다. 차근차근 꾸리고, 차곡차곡 다스린다. 하나하나 추스르고, 찬찬히 매듭을 짓는다. 함께 가꾸고 함께 누리면서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면 늘 즐거울 테지.


#TheDiaryofaKillerCat #AnneFine #VeoniqueDeis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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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1.


《조선어방언사전》

 오구라 신페이 글/이상규 옮김, 한국문화사, 2009.8.30.



어제는 아침부터 늦은낮까지 무자위를 고치고 가느라 땀을 뺐다. 장딴지가 당기고 종아리가 뭉치면서도 두바퀴를 달리고 시골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겨우 일을 매듭짓지만 덜 끝난 듯싶다. 그렇지만 오늘은 쉬자. 푹 쉬면서 지켜보자. 구름빛과 여름빛을 느슨히 누리면서 돌아보자. 해거름에 소쩍새 울음소리가 우리 집까지 스민다. 일본에서 보임꽃(영화)을 찍는 최양일 님이 〈the Cove〉라는 2009년 보임꽃이 “어디가 반일영화라서 일본에서 상영금지를 해야 하느냐?”고 타박하는 얘기를 뒤늦게 보았다. 무슨 보임꽃인지 궁금해서 찾아본다. 아름답게 잘 찍은 보임꽃이네. 그런데 우리나라에 걸린 〈the Cove〉를 본 사람은 3166사람이라고 한다. 와, 3166분이나 봐주셨구나! 《조선어방언사전》을 장만한다. 2009년에 한글판이 나왔네. 그때에는 몰랐다. ‘조선사투리’를 살핀 꾸러미는 매우 값지다. 말이란 마을·고을·고장마다 다르면서, 나라·겨레마다 다르다. 왜 다르겠는가? 삶터가 다르고 들숲바다가 다르니, 살림이 다르면서 하루가 다르다. 말은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안 짓는다. 말은 삶을 짓는 수수한 사람이 짓는다. 이 말빛을 진작 알아본 이웃나라 손길을 새삼스레 느낀다. 우리말을 우리가 잊으면 우리 스스로 얼을 잃는다.


#小倉進平 #朝鮮語方言の硏究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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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0.


《조지 아저씨네 정원》

 게르다 마리 샤이들 글·베너뎃 와츠 그림/강무홍 옮김, 시공사, 1995.12.25.



어젯밤부터 비를 시원하게 뿌린다. 그런데 무자위가 안 멈춘다. 이음쇠를 갈아끼워도 무자위가 헛돈다. 2018년에 새로 장만했는데 벌써 숨을 다 했을까. 이모저모 손보아도 안 되는구나.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에 다녀오고 다시 다녀오지만 뾰족한 길이 없다. 얼른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무자위를 새로 산다. 영 께름하다 싶더니, 읍내 가게에서 꽤 바가지를 씌웠더라. 그러려니 한다. 물을 바로 쓰려면 웃돈을 주고서 살밖에 없고, 이 빈틈을 노리는 고흥읍 가게이다. 《조지 아저씨네 정원》을 곁에 두고서 곧잘 되읽는다. 꽃뜰과 텃밭을 돌보는 옛사람은 땅밑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어림하면서 무자위나 우물을 두었겠지. 오늘날에는 으레 꼭짓물(수돗물)을 쓸 텐데,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냇물과 샘물과 빗물 세 가지를 살림물로 삼았다. 내·샘·비는 모두 흐르는 물이다. 이와 달리 꼭짓물은 고이고 갇히다가 잿줄(시멘트관)을 거쳐서 퍼진다. 풀꽃나무는 내·샘·비에 이슬을 머금기에 싱그러우니,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느새 내·샘·비를 잊고 등지고 서울이란 굴레에 갇히면서 물빛을 비롯해서 숲빛과 꽃빛과 말빛과 살림빛을 모조리 잊고 등진다고 느낀다. 흐르는 물을 머금어서 바람과 바다처럼 빛나는 숨결일 텐데.


#GeorgesGarden #GerdaMarieScheidle #BernadetteWatte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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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9.


《진짜 도둑》

 윌리엄 스타이그 글/홍연미 옮김, 베틀북, 2002.2.10.



구름잔치를 벌이는 하늘이되 틈틈이 해가 난다. 때때로 가랑비가 뿌린다. 오락가락하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휙휙 달린 듯한 달포이니 살짝 팔다리를 풀면서 집일과 글일을 여미자고 생각한다. 늑장이란 없고, 미리도 없다. 모두 제때에 차근차근 하는 일이게 마련이다. 낮에는 매미가 가볍게 울고, 저녁에는 개구리가 부드러이 울더니, 밤에는 빗소리로 가득하다. 《진짜 도둑》을 모처럼 되읽는다. 벌써 쉰 해가 넘어가는 글일 텐데, 앞으로 쉰 해가 더 흘러도 새록새록 읽힐 꾸러미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글이 쉰 해를 읽히고서 앞으로 쉰 해를 새로 읽힐 만할까? 아이어른 모두한테 마음으로 스며서 생각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누가 어떤 눈길로 여밀 수 있을까? 오늘날 이 나라와 배움터와 마을을 돌아보노라면, 줄거리·이야기뿐 아니라 말·글에 넋·얼을 고루 추슬러서 담아내는 꾸러미는 없다시피 하다. 세 가지는 따로가 아닌 하나일 텐데, 셋을 오롯이 여밀 만한 손길을 이루자면, 먼저 스스로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나누는 살림길을 펼 테지. 사랑으로 살림하는 삶이 있고 나서야 말하고 글이 있다. 사랑과 살림과 삶이 어울리지 않은 채 글만 붙잡는다면, 허울이 가득하다.


#WilliamSteig #TheRealThief (197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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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강아지 폭시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4
인그리 돌레르.에드거 파린 돌레르 글.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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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9.1.

그림책시렁 1025


《노래하는 강아지 폭시》

 안그리·에드거 파린 돌레르

 홍연미 옮김

 시공주니어

 2012.9.15.



  모든 숨결은 노래합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노래하고, 쥐도 새도 노래합니다. 귀뚜라미도 여치도 노래하고, 물방개와 게아재비도 노래합니다. 귀를 기울여 본다면, 달개비랑 쑥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귀를 쫑긋 세운다면, 느티나무와 방울나무가 베푸는 노래를 들어요. 《노래하는 강아지 폭시》는 온누리가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헤매는 작은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은이는 거리끼지 않는다지요. 작은이는 어디에나 스스럼없이 찾아나서고, 스스로 돌아보고,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배울 만한지 생각합니다. 더 좋거나 나은 길이란 없고, 더 나쁘거나 싫을 굴레란 없습니다. 얼핏 가시밭이라 여길 수 있지만, 모두 우리 나름대로 거치면서 새록새록 배울 하루일 뿐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안 꾸밉니다. 노래를 안 하기에 꾸밀 뿐입니다. 노래하는 아이는 신나게 놀아요. 노래를 안 하니까 놀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으면서 시무룩할 뿐입니다. 뒤가 구린 사람은 말을 꼽니다. 앞뒤가 나란하면서 깨끗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바로 말하지 않을 까닭이란 없습니다. 오늘은 어떤 노래로 하루를 여는지 돌아봐요. 노래가 없다면, 왜 스스로 마음에 미움씨나 근심씨를 자꾸 심는지 짚을 노릇이에요. 천천히 눈을 뜨고서 일어나 봐요.


#FoxieTheSingingDog (197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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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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