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들 읽기 (2021.4.15.)



숲노래가 시골살림을 지으면서(2011∼) 일군 책이 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랑 엮는이(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서울살림을 짓는 동안(1995∼2003)에는 책을 안 내놓았고,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며 충주살림을 하는 동안(2004∼2006) 두 가지 책을 내놓았으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려고 돌아간 옛마을에서 인천살림을 하는 사이(2007∼2010) 여러 가지 책을 비로소 내놓았습니다. 여러 책 가운데 판이 끊어지거나 찾기 어려운 책이 아닌,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책을 몇 갈래로 나누어 봅니다. 즐겁게 장만하셔서 즐겁게 삶꽃을 피우시고 즐겁게 사랑살림 가꾸는 길에 동무로 삼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1. 말·넋·삶·숲을 읽는 첫걸음

《쉬운 말이 평화》(철수와영희,2021)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2019)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스토리닷,2017)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2019)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2. 우리말이 노래가 되는 길 : 동시쓰기 + 시쓰기

《우리말 동시 사전》(스토리닷,2019)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2020)


3. 곁에 두며 말빛·삶꽃·숲살림 익히는 길잡이 : 우리말꽃(국어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6)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7)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2019)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 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자연과생태,2017)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자연과생태,2018)


4. 우리말을 어린이하고 어깨동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4)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7)


5. 우리말을 푸름이하고 어깨동무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철수와영희,2011)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2015)


6. 책넋과 마을책집 : 책읽기를 누리는 하루와 이웃마실

《책숲마실》(스토리닷,2020)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스토리닷,2016)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스토리닷,2018)


7. 빛을 담는 꽃(빛꽃) : 사진과 책과 삶과 마을과 꽃

《내가 사랑한 사진책》(눈빛,2018)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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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들어가면 책바구니(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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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06086


‘이따금·가끔·더러’ 그게 그거 아냐? (SBS뉴스플러스 人터뷰+)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른바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적에도 ‘낱말을 다 골라서 쓰’기 때문에, 이 ‘전화 인터뷰’가 글로 적힌 기사를 보면, 여느 때에 제가 글로도 말로도 쓰지 않는 말투가 나와요. 매체에서 편집을 하면서 길이를 줄이느라 이렇게 고치셨구나 싶어요. 그러니 ‘제가 안 쓰는 말투’일 뿐 아니라, ‘제가 이웃님한테 그러한 말투는 고쳐서 쓰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대목이 이 인터뷰 기사에 나오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헤아려 주셔요. ^^;;;; 아무튼 이번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펴내면서 이 사전에 어떤 뜻이나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대목을 살뜰히 헤아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덧붙여, 이 책을 사서 읽어 주신 이웃님은 재미나게 읽어 주시고, 아직 이 책을 사지 않으신 이웃님은 기쁘게 장만해서 읽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__^


+ + +


[人터뷰+] "25년간 국어사전만 읽었죠"…그가 찾은 해법은?

임태우 기자

2016.07.30 15:00 


스마트폰 시대, 종이책으로 된 국어사전이 나오기 어렵다는 출판 시장에 당당하게(?) 종이책 국어사전을 내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 힘으로 25년 동안 기획하고, 자료 조사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인터넷으로 금세 검색해서 찾는 디지털 시대에, 낡고 뒤떨어져 보이는 종이책 국어사전을 편찬한 것이죠. 그는 왜 한 권의 국어사전을 펴내려고 인생을 바쳤을까요? 우직해 보이는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존의 국어사전을 빠짐없이 정독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같이 뜻풀이가 어렵다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고질적으로 ‘돌림풀이(순환정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성가시다’의 뜻을 찾기 위해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성가시다 : 자주 들볶거나 번거롭게 굴어 괴롭고 귀찮다’고 나와있죠. 그렇다면 ‘귀찮다’의 뜻풀이는 어떨까요? ‘귀찮다 : 마음에 들지 아니하고 괴롭거나 성가시다’고 돼있죠. 심지어 ‘번거롭다’의 뜻은 ‘귀찮고 짜증스럽다’라고 풀이돼있습니다. 이렇듯 기존 국어사전에는 각 낱말들의 뜻풀이가 돌림말을 하듯 맞물려 있습니다. 각 낱말의 뜻을 정확히 살펴보기 어려운 것이죠.


기존 사전에서 안타까운 대목은 더 있었습니다. 사전을 펼쳤을 때 '뜻이 같은 한자말'을 올림말로 삼아 한자말이 먼저 나오고, 쉽게 쓸 한국말은 뒤에 나오는 관행이 빈번하다는 것이었죠.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완성해 낸 사전이 바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입니다.


SBS 취재진은 매일 쓰는 말의 어원을 찾고, 뜻을 정리해 사전으로 만든 저자 최종규 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기자: 기존 국어사전의 고질병인 ‘순환정의’를 피하려고 하셨다고요? 

▶최종규 씨: 네, 국어사전을 엮으면서 순환정의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제목처럼 ‘비슷한말 꾸러미’부터 제대로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 말이 어떻게, 왜 비슷하면서도 다른가를 알아야 하죠. 또 비슷한 말 꾸러미 가운데 어린이도 쉽게 알아듣고 헤아릴 수 있는 ‘바탕말(기본 낱말)’을 가려내고 뽑아야 하죠. 이를 통해야만 사전 한 권을 오롯이 엮을 수가 있죠.


▷기자: 개념이 생소해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네요. 먼저 ‘바탕말’이란 게 대체 뭐죠?

▶최종규 씨: 국어사전을 엮을 때 낱말 뜻을 쉽게 푸는 풀이말을 ‘바탕말’이라고 하죠. 더는 풀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쉬운 말이기도 해요. 이런 바탕말로 풀이해야 큰 사전을 엮을 수 있어요. 100만 가지 낱말 뜻이 담긴 사전이라 치면 적어도 5백 가지의 바탕말로써 뜻풀이를 해야죠. 그 5백 가지 바탕말은 굳이 사전에서 찾지 않고도 어렴풋이, 혹은 웬만큼 잘 아는 단어란 말이에요. 이런 바탕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뜻풀이에 나서면, 뜻이 돌고 도는 돌림풀이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자: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에서 바탕말은 어떻게 가려내죠? 기준이 있다면요.

▶최종규 씨: 아무래도 기준은 어린이죠. 어린이가 흔히 쓰는 말들, 어린이에게 우리 어른들이 가르쳐주면 바로 쉽게 배워서 그때그때 쓸 수 있는 말을 바탕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배울 때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말이기도 하죠. 가령 ‘먹다’나 ‘마시다’도 바탕말이 될 수 있죠. ‘먹다’, ‘마시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기자: 우리가 그런 바탕말을 제대로 찾고 이해하는 게 중요한가요?

▶최종규 씨: 그럼요. 예전에 컴퓨터를 ‘셈틀’이라고 지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때 사람들은 셈틀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지도 않고, 컴퓨터가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거냐고 비판했죠. 하지만, 사전에서 ‘셈’이라는 낱말, ‘세다’라는 낱말을 찾아봤다면 그런 비판을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세다’라는 말은 ‘생각하다’는 말과 어원이 같거든요. 숫자를 센다는 것은 나중에 뜻이 갈린 거죠. 처음에는 ‘헤아리다’와 같이 생각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셈틀이라는 말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말이 돼요. 뜻을 살펴보면 아주 잘 지은 말인데, 사전을 찾아보지 않은 채 이름을 엉터리로 지었느냐고 비판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책에서 다룬 바탕말 개수는 어느 정도죠?

▶최종규 씨: 사전에서 1,100가지 낱말을 다뤘고요. 그 중에서 바탕말은 300개쯤이 되지 않을까 해요. 지금 이 책을 한 권 냈지만, 앞으로 두 권쯤은 더 써야지 큰 사전을 쓰는 바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자: 스스로 가려낸 바탕말로 사전을 엮었다는 점이 참 특별하군요. 또, 이 사전은 백과사전 식의 기존 국어사전과 구성 방식이 매우 다르더군요. 비슷한말을 묶어서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어요. 왜 그렇게 하신 거죠?

▶최종규 씨: 네, 비슷한말을 264갈래로 묶어서 다뤘어요. 모든 말에는 비슷하게 어울리는 말이나 맞서는 뜻으로 쓰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죠. 가령 ‘이따금’, ‘가끔’, ‘더러’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보라면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죠. 이런 상태에서 낱말을 막 쓰다 보면 우리 마음도 마구잡이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슷한 말의 정확한 쓰임새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사전을 보면서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어떻게 담기는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이따금: 조금 있다가 또 조금 있다가.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으나 자꾸

가끔: 얼마쯤 뜸을 들이면서 되풀이를 하는데 드물게

더러: 잦거나 드물지는 않으면서 생각날 때

때로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게 (드물지만 얼마쯤 틈을 두고 일어날 때)

때때로 때에 따라서 얼마쯤 드문드문

(모둠풀이 붙임) ‘이따금’은 되풀이를 하기는 하는데 썩 자주 되풀이하지는 않을 때를 가리킵니다. 그렇다고 너무 뜸을 들이면서 드물지는 않은 모습을 가리켜요. 꾸준하기는 하지만 자주 있지도 않고 드물지도 않은 그저 그런만큼을 가리킬 때에 씁니다. ‘가끔’이나 ‘더러’도 드물게 일어나는 어떤 일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이따금’은 드물면서도 자꾸 일어나는 일을 가리킨다고 할 만하며, ‘가끔’은 되풀이를 하지만 드물 적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따금 - 가끔 - 더러'를 찾아보면 다음 같은 돌림풀이가 나와요)

이따금 얼마쯤씩 있다가 가끔

가끔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

더러 이따금 드물게

때로 잦지 아니하게 이따금

때때로 경우에 따라서 가끔



▷기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최종규 씨: 25년이나 걸렸어요. 사전을 기획하는 것만 20년, 쓰는 것만 5년이었고요. 이 시간 동안 시중에 나온 모든 사전을 읽었어요. 혼자서 모든 대학의 국어국문과 교재를 샅샅이 찾아 다 읽었죠. 절판된 책들도 헌책방에서 찾아 읽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 낱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쓰였을까 생각했죠. 이를테면 ‘밥’이라는 낱말의 어원은 어느 사전에도 쓰이지 않았어요. 이게 몇만 년 된 말인지, 몇억 년 된 말인지 모르죠. 그래서 시골에서 살면서 직접 살림을 해보면서 낱말의 어원을 생각해봤죠. ‘옛날엔 이런 상황에서 쓰였겠구나’라고 마음으로 느꼈죠. 그렇다고 마음으로 느낀 걸 함부로 사전에 쓸 수 없잖아요?다시 사전과 책,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바탕으로 낱말의 말풀이를 했죠.


▷기자: 요즘 종이책 시장이 가뜩이나 어렵다고 하죠. 그런데도 이런 사전을 공들여 만드신 이유는 무엇이죠?

▶최종규 씨: 고등학생 때 국어사전을 통독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당시 국어 선생님도 저에게 국어사전을 빌릴 만큼 저만 국어사전을 갖고 다녔죠. 문득 ‘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안 읽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했죠. 처음 읽는데 석 달, 그다음엔 한 달 걸려서 읽었어요. 국어사전엔 한자말, 일본말이 너무 많았어요. 또 외국사람 이름, 외국도시 이름이나 심지어 외국 문학책 이름도 잔뜩 실려 있었죠. 무엇보다도 한국말 풀이가 너무 엉성하고 국어사전인데 한국말을 배우기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차라리 내가 국어사전을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책의 맺음말에는 ‘우리는 생각을 밝히고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고 나누고 북돋우고 살찌우려고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정확한 띄어쓰기, 맞춤법, 어려운 말들을 쓰는 것이 겉으론 멋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그 말들에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까요? 커피 한잔과 함께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0608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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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의 시간 창비시선 494
김해자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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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9.6.

노래책시렁 447


《니들의 시간》

 김해자

 창비

 2023.11.24.



  소쩍새가 둘 있으면, 둘이 내는 노랫가락은 두 가지입니다. 꾀꼬리가 셋 있으면, 셋이 내는 소릿가락은 세 가지입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넷 있으면, 넷이 내는 노래마디는 네 가지입니다. 온누리에 들숲바다가 있으면 온누리 갈래만큼 다 다른 들숲바다입니다. 이 나라에 마을이 있으면 모든 마을마다 다른 빛과 터와 삶입니다. 《니들의 시간》을 읽으며 무엇이 다르려나 헤아리지만 썩 종잡지 못 합니다. 글쓴이 이름을 가려 놓으면, 누가 쓴 글인지 모르겠구나 싶어요. 적잖은 글지기는 애써 다른 티를 내려고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를 뒤섞는데, ‘시집’으로 나온 꾸러미에 깃드는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는 다 비슷비슷합니다. 어떤 하루를 살기에 글결이 닮을까 하고 돌아본다면, 사람들 옷차림부터 다 닮고, 사는 집도 다 닮고, 읽는 다른 책도 다 닮습니다. 담으려고 닮는다기보다, 닮아 보이려고 하면서 그만 닳는다고 느낍니다. 다가가려고 담은 몸짓이 아닐 테니까, 담벼락처럼 높다랗게 쌓아서 가로막기도 합니다. 소쩍새처럼 그저 노래하면 됩니다. 꾀꼬리처럼 마냥 노래하면 됩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처럼 언제나 노래하면 됩니다. 새를 곁에 놓는 삶자리라면, 입과 손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저절로 노래입니다.


ㅅㄴㄹ


가출했다 잡혀 온 내 손모가지 꽉 붙들고 / 엄마는 딱 한마디 했다 / 집에 가자이, / 아무 말 못하고 엄마 손에 끌려갔다 / 목표역 앞이었다 // 머를 좀 잘못 알았는갑소, / 잘 좀 알아보쇼이, / 우리 애기는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니랑께요, / 경찰서 안이었다 (모국어/18쪽)


동인천 중국인 거리에서 한잔하고 / 하인천 골목 우럭구이집에서 한담 나누는데 / 근처 율목동 사는 최원식 선생께서 / 인천에서 활동하던 조직 이름이 뭐였냐 물으시길래 / 우리는 이름이 없었다고 말하자 / 그거 재밌다 이름 없는 조직이라니, / 소년처럼 웃으시며 / 야아! 이름이 없다니 그거 대단하다 대단해, / 그 점잖으신 양반이 파안대소하시다 / 그런 시는 왜 안 쓰냐, 한 말씀 보태시는데 (이름 없는 조직/26쪽)


+


《니들의 시간》(김해자, 창비, 2023)


몸빼와 꽃무늬 스웨터

→ 일바지와 꽃무늬 털옷

→ 꽃바지와 꽃무늬 털옷

10


논바닥 위로 쌓여가는 눈 위에 눈

→ 논바닥에 쌓여가는 눈에 눈

11


울지 못한 울음 그의 등짝이 젖고 있었다

→ 울지 못한 그는 등짝이 젖는다

→ 울지 못한 채 등짝이 젖어든다

13


마사토와 진흙 잡석 사이

→ 굵모래와 진흙과 돌 사이

→ 굵은모래 진흙 잔돌 사이

16쪽


경찰서 앞이었다

→ 살핌터 앞이었다

→ 지킴터 앞이었다

18쪽


탁발 순례 마치고 큰오빠 집으로 간 지 한달 만에 영영 가셨다

→ 동냥길 마치고 큰오빠집으로 간 지 한 달 만에 끝내 가셨다

→ 모심길 마치고 큰오빠집으로 간 지 한 달 만에 그저 가셨다

→ 꽃손길 마치고 큰오빠집으로 간 지 한 달 만에 내처 가셨다

→ 섬김길 마치고 큰오빠집으로 간 지 한 달 만에 아주 가셨다

19쪽


집 우(宇) 집 주(宙)

→ 집과 집

→ 온과 누리

19


아직도 근무 중인가 독서대에 세워진 책을 투과하여 벽을 째려보는 것 같다

→ 아직도 일하나 읽기판에 세운 책을 비추어 담을 째려보는 듯하다 

→ 아직도 일하는가 책판에 세운 책을 꿰뚫어 벼락을 째려보는 듯하다

22


딸은 시방 면벽(面壁) 수행 중

→ 딸은 막 담바라기

→ 딸은 이제 마주담

22쪽


오리들의 창가(唱歌) 허공을 두드려대는 북소리

→ 오리노래 하늘을 두드려대는 북소리

→ 오리가락 높이 두드려대는 북소리

25쪽


그 점잖으신 양반이 파안대소하시다

→ 점잖으신 어른이 활짝 웃는다

→ 점잖으신 분이 껄껄댄다

26쪽


중구난방 회합장이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 들끓며 나누는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 흩날리며 같이하는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 춤추는 모임터가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 오락가락 만나는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42쪽


무력한 자들의 입은 얼마나 가벼운가

→ 힘없는 입은 얼마나 가벼운가

→ 기운잃은 입은 얼마나 가벼운가

46


하얀 어둠 속에서 잊어버린 말들이 방문했다

→ 하얗게 어두운데 잊어버린 말이 찾아온다

→ 하얀밤에 잊어버린 말이 다가온다

51


다시 시작해도

→ 다시 해도

→ 다시 가도

53


듣고도 모른 척한 말들이

→ 듣고도 모른 척한 말이

56


깨진 돌의 말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깨진 돌이 하는 말로 그대를 모십니다

→ 깨진 돌이 말하니 너를 부른다

58


페이지만 달라질 뿐

→ 쪽만 다를 뿐

86


인간은 어디까지 자율적일 수 있을까요

→ 사람은 어디까지 스스로 할까요

→ 우리는 어디까지 마음대로일까요

86


천개의 언덕 위에서

→ 즈믄 언덕에서

9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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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카 타는 참새들 상상 동시집 21
조수옥 지음, 양민애 그림 / 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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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9.6.

노래책시렁 444


《씽씽카 타는 참새들》

 조수옥

 상상

 2023.6.30.



  길이나 밖에서는 볼 수 없지만, 요사이는 잿집(아파트) 안쪽에 놀이터가 있다고 합니다. 잿집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은 굳이 밖으로 나갈 일이 없습니다. “울타리 안쪽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집으로 쪼르르 돌아가면 됩니다. 지난날에는 딱히 놀이터라는 곳이 없었고, 마을과 골목과 들숲바다가 온통 놀이터였습니다. 우리 마을끼리만 놀지 않았습니다. 이웃 또래나 동무를 만나러 가볍게 섞였어요. 《씽씽카 타는 참새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꽤 많이들 서울·큰고장에서 살 뿐 아니라, 잿집에서 사니까, ‘살아가는 그대로’ 잿집 울타리에 깃든 어린이 모습을 그려낼 만합니다. 들숲을 본 일도 없고, 바다는 놀러갈 뿐이니까, 아이도 어른도 이제는 ‘서울 잿집 놀이터’하고 ‘서울 배움터(학교·학원)’라는 울타리에서 쳇바퀴하는 모습을 글로 쓸 테지요. 그런데 이름은 ‘놀이터’라지만 그곳이 참으로 ‘놀이’를 하는 곳일까요? 우리말 ‘놀이·노래’는 한동아리입니다. 놀기에 노래하고, 노래하기에 놀아요. 그렇지만 오늘날 서울 놀이터나 배움터에는 노래가 없어요. 악쓰고 떼쓰는 외마디가 판칩니다. 아이들을 귀엽게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요. 잊기에 잃은 놀이와 노래와 들숲바다를 부디 찾아보기를 빕니다.


ㅅㄴㄹ


아파트 놀이터에서 / 참새들이 씽씽카를 탄다 // 머리에 노랑, 파랑, 빨강 / 헬멧 쓴 참새들 (씽씽카 타는 참새들/10쪽)


떨어져야 부를 수 있는 / 빛나는 이름 (별똥별/4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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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2
미즈나기 토리 지음, 심이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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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6.

책으로 삶읽기 956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2》

 미즈나기 토리

 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9.30.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2》(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되새긴다. 나는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그림꽃을 읽었다. 풀벌레가 베푸는 노래를 귀담아들으며 이 그림꽃을 읽었고, 아이들하고도 함께 읽으면서 삶과 삶터와 삶길을 곰곰이 짚어 보았다. 모든 책을 굳이 아이하고 함께 읽어야 하지 않을 테지만, 아이한테 보여줄 만하지 않거나 보여줄 수 없는 책이라면, 어른으로서도 구태여 안 읽을 만할 텐데 하고 느낀다. 아이도 듣고 읽고 새길 수 있도록 줄거리하고 얼거리를 짤 수 있어야 어른스럽지 않을까? 아니, 어른이 어른으로서 할 일이란, “어른끼리 읽을 글”이 아니라 “아이가 언제 어디에서나 펼쳐도 될 만한 글”일 노릇 아닐까? 어른다움과 어른스러움을 내치고서 “어른끼리 일하고 노는 굴레”를 잔뜩 늘리고 넓히는 탓에 오히려 어른들 스스로 고달프고 지치고 버거운 나날일 만하다고 느낀다. 함께 일하고 쉬다가, 함께 노래하고 놀다가, 함께 잠들고 꿈꾸다가, 함께 일어나 들숲바다를 품을 수 있는 터전일 때에, 비로소 서로서로 즐거우면서 홀가분하고 아름다우리라 본다. 아이를 곁에 안 둘 뿐 아니라 안 쳐다보기에 아이가 어렵게 마련이다. 들숲바다를 등진 채 아예 가까이하지 않으니 들빛도 숲빛도 바다빛도 잊은 채 쳇바퀴에 갇힌다. 이제 이 나라는 거듭나야 한다.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걷는 길을 되살릴 노릇이고, 풀죽임물과 흙수레(농기계)가 없는 시골을 되찾을 일이고, 아이어른이 뒤섞여 뛰놀 골목을 돌아볼 때이다.


ㅅㄴㄹ


“몸이 힘들면, 날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한테까지 다정하게 대할 수는 없나 봐.” “풉. 아냐. 무기마키 씨, 많이 좋아졌네. 예전에는 자신을 너무 억제하는 면이 있었잖아. 괜히 안심이 돼.” (42쪽)


‘심심하고, 묽고, 따끈따끈 포근해서, 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48쪽)


“제 그림은 대충 금방 그릴 수 있을 법한 초라한 그림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날마다 별궁리를 다 해본다고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따르길 바라지 마세요.” (57쪽)


‘그 두 사람, 왜 그렇게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걸까?’ (146쪽)


#しあわせは食べて寝て待て

#水凪トリ 


송년회 대신 사원 여행 가는 거, 저는 참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 그믐밤 말고 일터놀이, 저는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 섣달맞이 아닌 함마실, 저는 참 멋져요

5쪽


비과학적인 건 믿지 않는 분이라고

→ 바보같으면 믿지 않는 분이라고

→ 뜬금없으면 믿지 않는 분이라고

6쪽


양질의 평범함보다 더 나은 건 없어

→ 수수히 빛날 때보다 낫지 않아

→ 가볍게 멋스러울 적에 나아

11쪽


무색투명하고 언뜻 평범한 온천물처럼 보이지만

→ 맑고맑아 언뜻 여느 더운샘물처럼 보이지만

→ 말갛고 언뜻 수수한 포근샘물처럼 보이지만

14쪽


엄청난 용자가 이사 왔네요

→ 엄청 씩씩한 분이 왔네요

→ 엄청 다부진 분이 왔네요

58쪽


강론은 됐으니까

→ 그만 가르치고

→ 말씀은 됐으니까

66쪽


적어도 주5일 출근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편해질 텐데

→ 적어도 닷새를 일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을 텐데

→ 적어도 다섯날 나올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느긋할 텐데

69쪽


이건 전략이야

→ 밑그림이야

→ 멀리보기야

→ 앞그림이야

73쪽


일단 여자 한정으로 받을 생각이에요

→ 먼저 순이만 받을 생각이에요

→ 처음은 순이를 받을 생각이에요

85쪽


저와 똑같은 니트니까요

→ 저와 똑같이 노니까요

→ 저와 똑같이 뒹구니까요

→ 저처럼 핀둥대니까요

→ 저처럼 빈손이니까요

88쪽


조금 불량해지고 싶어서요

→ 조금 놀고 싶어서요

→ 조금 삐뚤고 싶어서요

1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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