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현저 顯著


 현저한 발전 → 눈에 띄는 발전 / 도드라진 발돋움

 현저한 변화 → 뚜렷한 변화 / 크게 바뀜

 인구가 현저히 증가하다 → 인구가 눈에 띄게 늘다

 현저히 피부로 느낄 정도였었다 → 뚜렷이 살갗으로 느낄 만했다

 속력을 현저히 늦추었다 → 빠르기를 크게 늦추었다


  ‘현저(顯著)하다’는 “뚜렷이 드러나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뚜렷하다’인 셈입니다. ‘뚜렷하다’나 ‘또렷하다’ 같은 한국말을 쓰면 되고, ‘도드라지다’나 ‘돋보이다’를 쓸 자리가 있습니다. 어느 때에는 ‘크다’를 넣을 만하고, 어느 곳에는 ‘매우’나 ‘몹시’나 ‘눈에 띄게’를 넣을 만합니다. 4348.12.22.불.ㅅㄴㄹ



종류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있다

→ 갈래에 따라 뚜렷하게 다르다

→ 갈래에 따라 크게 다르다

→ 갈래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오바라 히데오/신영준 옮김-만물의 죽음》(아카데미서적,1997) 66쪽


위험은 현저히 줄어듭니다

→ 위험은 크게 줄어듭니다

→ 위험은 거의 줄어듭니다

→ 위험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8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종종 種種


 종종 일어나는 일 → 가끔 일어나는 일

 지나다 종종 들르다 → 지나다 이따금 들르다

 어머니가 종종 생각이 난다 → 어머니가 문득 생각이 난다


  한자말 ‘종종(種種)’은 “[명사] 모양이나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부사] = 가끔”을 뜻한다고 하지만,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이름씨(명사)로 쓰는 보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아마 이 한자말을 이름씨로 쓰는 일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시피 하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종종 = 가끔”으로 뜻풀이를 하듯이, 한국말 ‘가끔’을 쓰면 될 노릇입니다. 흐름을 살펴서 ‘이따금’이나 ‘더러’나 ‘곧잘’이나 ‘으레’나 ‘때로·때때로’를 쓸 만합니다. 4348.12.22.불.ㅅㄴㄹ



그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종종 있는데

→ 그만 한 돈을 벌려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곧잘 있는데

→ 그런 돈을 벌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가끔 있는데

→ 그 돈을 벌려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갈 때도 으레 있는데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65쪽


종종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가끔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때때로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 이따금 아이와 함께 바닥에 누워

《시오미 나오키/노경아 옮김-반농반X의 삶》(더숲,2015) 57쪽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밝혀 달라고 종종 요청해 오곤 한다

→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밝혀 달라고 가끔 물어보곤 한다

→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밝혀 달라고 더러 물어보곤 한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35쪽


그랜트네 목장을 종종 방문했다

→ 그랜트네 목장을 더러 찾아갔다

→ 그랜트네 목장을 가끔 찾아갔다

→ 그랜트네 목장을 드문드문 찾아갔다

《대프니 밀러/이현정 옮김-땅이 의사에게 가르쳐 준 것》(시금치,2015) 2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170] 밥먹기


  

  우리는 밥을 맛나게 먹어요. 든든하게 먹고서 새롭게 기운을 내지요. 배가 부를  만큼 먹고 기운차게 뛰어놀 수 있어요. 시계한테도 밥을 주어요. 째깍째깍 힘차게 돌면서 때를 잘 알려주지요. 손전화한테도 밥을 주어 동무랑 도란도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쪽글을 주고받습니다. 다들 알맞게 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웃어요. 풀이랑 나무는 비하고 햇볕하고 흙을 밥으로 삼아서 자라요. 새는 벌레하고 열매가 밥이 되고, 나비랑 벌은 꽃가루하고 꿀이 밥이 되어요. 우리는 ‘고기밥’도 먹고 ‘풀밥’도 먹고 ‘고기나물밥’이나 ‘맨밥’도 먹어요. 밥을 제때 못 먹으면 힘이 안 나서 놀기 힘들지요. 시계나 손전화한테도 밥을 제대로 안 주면 그만 멈추거나 꺼집니다.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른 밥을 먹으면서 사이좋게 함께 살아요. 고운 밥 한 그릇으로 기쁨을 나누고, 정갈한 밥 한 그릇으로 새로운 마음을 가꾸지요. 오늘은 우리 어버이가 나한테 밥을 차려서 줍니다. 나는 이 밥을 먹고 씩씩하고 야무지게 자라서, 앞으로 우리 어버이한테 맛나고 기쁜 밥을 ‘꽃밥’으로 ‘웃음밥’으로 ‘사랑밥’으로 ‘노래밥’으로 차려 드리고 싶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169] 빈그릇



  집에서 맛있게 밥을 먹은 뒤에는 빈그릇을 개수대에 놓습니다. 물꼭지를 틀어서 그릇을 물로 부시고 수세미로 문질러서 깨끗하게 해 놓지요. 집이 아는 밖에서 밥을 돈을 치르고 사다가 먹으면, 이때에는 우리가 빈그릇을 치우지도 않고 설거지를 하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밥상을 그대로 놓고 일어서요. 잔뜩 어질러진 밥상까지 밥집 일꾼이 치워요. 학교에는 밥판에 밥을 담아서 밥상맡에 앉아요. 밥을 담는 판이기에 밥판이니, 밥을 담은 접시라 하면 밥접시이고, 밥을 담은 그릇이면 밥그릇이에요. 책을 놓아 배우니 책상이고 밥을 놓아 먹으니 밥상이에요. 학교에서는 밥판이나 밥접시나 밥그릇을 스스로 들고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빈그릇을 스스로 치워요. 자, 그러면 밥을 다 먹고 빈그릇을 치우러 우리가 스스로 움직일 적에는 어느 곳에 가면 될까요? '빈그릇'이라는 말을 푯말로 붙인 곳에 빈그릇을 갖다 놓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서 밥을 먹은 뒤에 '퇴식구'라는 이름만 있어서 한동안 헤맸답니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압도적


 압도적 승리 → 엄청나게 이김 / 크게 이김 / 어마어마하게 이김

 압도적 우위를 점하다 →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하다 / 훨씬 더 많이 차지하다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다 → 몹시 크게 영향을 끼치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다 → 크게 지지를 얻다 / 거의 모두가 따르다


  ‘압도적(壓倒的)’은 “보다 뛰어난 힘이나 재주로 남을 눌러 꼼짝 못하게 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더 뛰어난”이나 “누를 만큼 더 뛰어난”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한국말로는 “더할 나위 없이”나 “말할 수 없이”나 “다른 무엇보다”처럼 손볼 만합니다. 또는 ‘크다/많다’나 “매우 크다/매우 많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4348.12.18.쇠.ㅅㄴㄹ



서양 학문이 압도적이었습니다

→ 서양 학문 판이었습니다

→ 서양 학문이 물결쳤습니다

→ 서양 학문이 넘쳐났습니다

→ 서양 학문이 큰 줄기였습니다

《마스다 지로/이영세 옮김-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백산서당,1994) 71쪽


압도적으로 많지만

→ 훨씬 많지만

→ 참말 많지만

→ 더더욱 많지만

《요네야마 도시나오/김필동 옮김-일본인의 집단(나카마) 의식》(소화,1997) 22쪽


오키나와 민중의 압도적 다수가

→ 오키나와 민중 거의 모두가

→ 오키나와 사람들 거의 다가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117쪽


네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 네팔사람이 대단히 많았는데

→ 네팔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 네팔사람이 거의 모두였는데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186쪽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의 압도적 환경 속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어마어마한 이곳에서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놀라운 이 땅에서

→ 숲과 바다로 빽빽이 둘러싸인 이 자리에서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이 멋진 터전에서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엄청난 이곳에서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이곳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멋들어진 이 땅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사랑스러운 이 터에

→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이 자리에

《탁광일-숲과 연어가 내 아이를 키웠다》(뿌리깊은나무,2007) 12쪽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여자가 훨씬 많았다

→ 여자가 더 많았다

→ 여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2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