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6.


《지는 꽃도 아름답다》

 문영이 글, 달팽이, 2007.6.5.



모처럼 구름밭이 일렁이면서 서늘한 하루이다. 비가 뿌리지 않고 구름만 일렁여도 더위를 훅 식힌다. 오늘 하루도 신나게 글손질을 한다. 더디 나아가는 일감이다. 서두를 수 있고, 다그칠 수 없다. 이제 마지막에 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우리 모든 살림도 이와 같다. 새롭게 밥을 짓고 차릴 적마다 ‘가장 즐거이 다루는 손길’이어야 할 뿐이다. 더 새롭거나 나은 밥이 아닌, ‘그저 즐거이 여미면서 나누는 자리’를 헤아린다. 《지는 꽃도 아름답다》를 되읽고 큰아이도 읽었다. 온누리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문영이 님처럼 ‘아이한테 사랑으로 물려줄 글결’을 여민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본다. 대단하게 써야 할 글이 아닌, ‘살림글’을 ‘사랑글’로 여미면 된다. ‘삶글’을 ‘숲글’로 품으면 된다. 띄어쓰기나 맞춤길은 좀 몰라도 된다. 나중에 엮음이(편집자)가 짚어 주면 된다. 모름지기 살림을 사랑으로 일군 숨결을 담아야 글이다. 멋을 부리거나 꾸미거나 자랑하려는 마음이 터럭만큼이라도 스미면 ‘글시늉’으로 그친다. 밥을 지을 적에 얼룩이 깃들어서야 되겠는가. 글을 쓸 적에 얼룩을 넣을 까닭이 있겠는가. 겉치레는 죽음으로 가는 굴레이다. 꺼풀을 벗고서 나비와 나무를 바라보는 하루이면 넉넉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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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5.


《나무》

 고다 아야 글/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7.10.27.



바야흐로 한여름이 코앞이다. 여름이 깊을수록 나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면서 고마운지 새삼스럽다. 겨울에도 매한가지이다. 나무가 우거진 곳하고 나무가 없는 곳은 확 다르다. 나는 아무런 바람이(선풍기·에어컨)를 안 쓴다. 가끔 부채를 쓴다. 햇볕이 내리쬐면 즐겁게 받아들인다. 여름에 온몸을 볕에 맡기면 오히려 안 덥다. 그저 해를 등지거나 멀리하기에 그냥 더울 뿐 아니라, 빛(전기)을 허벌나게 써대도 모자랄 판이다. 숲을 베어서 햇볕판과 바람개비(풍력발전기)를 박아야 하는가? 서울 한복판을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돌려세우면서 “빛을 굳이 쓸 일이 없”도록 마음을 기울이겠는가? 《나무》는 잘 나왔으면서 살짝 아쉬우나, 나무를 곁에 두려는 마음을 한 올씩 고루 풀어낸 꾸러미라고 느낀다. 예부터 어디서나 누구나 나무를 “그곳에 자라는 한 그루”로 마주하면서 살폈다. 꾼(전문가·식물학자)한테 물어봐야 아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집 나무”에 “우리 마을 나무”에 “우리 숲 나무”로 곁에 두면서 품고 살피고 함께살면서 지켜보는 이야기가 일렁였다. 요새는 갈수록 “그곳 한 그루”가 아닌 ‘풀책(식물도감)’에 적힌 대로 외우는 분이 늘어난다. 눈앞에 있는 나무하고 마음으로 사귀면 나무가 다 알려준다.


#幸田文 #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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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4.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글·사진, 한겨레출판, 2024.1.31.



〈숲노래 책숲 1012〉를 글자루에 담는다. 부산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모르는책 들춰읽기” 보임꽃(전시회)을 6월에 편다. 어떤 보임꽃인지 들려주는 꾸러미로 삼는다. 글자루에 담은 꾸러미를 책숲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등짐으로 메니 묵직하다. 읍내 나래터로 간다. 하루치기로 서울을 다녀온 이튿날인 탓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저잣마실까지 하고서 쉼터 걸상에 앉는다. 한여름으로 가까운 시골은 제비노래가 곳곳에서 퍼진다. 참새노래는 거의 못 듣는다. 흔하던 참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숲에 흔하던 참나무처럼 우리 곁에서 노래하고 벌레잡이로 상냥하던 참새가 이렇게 확 줄어드는데, 사람누리가 망가지는 줄 다들 못 느끼는 듯하다.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을 읽으며 허전했다. 다가가면 될 뿐이고, 담으면 넉넉하다. 마음으로 닿으면 되고, 너머로 다독이면 즐겁다. 글도 그림도 빛꽃(사진)도 ‘외치는 목소리’나 ‘꾸미는 겉모습’일 수 없다. 나무를 사귀고 싶다면, 나무가 자라는 고장에 깃들고서, 우리 보금자리를 ‘나무 심어 돌보는 자리’로 가꿀 일이다. 배롱나무는 ‘배롱배롱(밝고 발갛게 초롱초롱)’하게 달리는 꽃을 보며 붙인 시골말이다. 나무이름을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으며 한자말로 겉멋부리지 말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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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3.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2》

 콘노 아키라 글·그림/이은주 옮김, 미우, 2023.10.31.



하룻밤 묵은 서울에서 아침을 연다. 이웃님은 일터로 간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밥자리를 닦는다. 새벽에 새로 쓴 노래 한 자락을 옮겨서 남긴다. 성미산 곁에는 새소리가 자그맣게 흐른다. 버스를 타니 작은 새소리가 훅 사라진다. 한참 들르지 못 한 〈공씨책방〉에 찾아간다. 아직 안 열었다. 느즈막이 여시는 듯싶다. 여러 해째 헛걸음이다. 〈숨어있는 책〉은 13시부터 연다. 〈글벗서점〉은 열었다. 정음문고로 나온 《松江歌辭》(정철 글/방종현 풀이, 정음사, 1948.3.30.)를 만난다. 작은책 한 자락을 만나려고 이리저리 돌았구나. 그런데 책집에 글적이(수첩)를 놓고 나온 줄 깨닫고는 부랴부랴 달린다. 다시 신촌나루까지 달린다. 책으로 묵직한 등짐차림으로 땀을 뺀다.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 안 늦었으나, 시외버스에 타고서 한참 지나서야 땀이 식는다. 두 아이가 아버지한테 “서울은 어땠어요?” 하고 묻는다. “응, 서울은 시끄러워. 시끄럽고 또 시끄럽고 끝없이 시끄러워.”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은 꽤 잘 나왔다. 얼거리도 줄거리도 그림결도 여러모로 무르익은 붓끝이다. 어린이에서 푸름이로 접어드는 아이가 마주하는 응어리와 실타래를 어떻게 스스로 풀며 맺는지 따사로이 품는다. 알뜰하고 살뜰한 그림꽃이다.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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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6.12.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

 율리우스 베르거/나성인 옮김, 풍월당, 2021.11.10.



새벽에 길을 나선다. 서울로 가면 새소리도 개구리소리도 풀벌레소리도 없을 테니, 마을 앞에서 첫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듬뿍 머금는다. 고흥읍으로 나온다. 제비집을 살피려는데 모두 사라졌다. 올해 이른봄에 갑자기 제비집을 모두 헐더니 또 헐었구나. 이 못난 사람들 같으니. 그저께 고흥읍버스나루 처마 밑 제비집 두 곳에는 모두 여덟 마리 새끼 제비가 거의 다 자라서 날갯짓을 앞두었는데, 어린 제비를 몽땅 죽이려 하는구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문화온도 씨도씨〉에 간다. 6월 한 달 동안 ‘내성천 제비숲’을 알리는 보임꽃(전시회)을 편단다. 지율 스님이 내성천을 꾸준히 지켜본다는데, 영주둑 언저리에 얼추 20∼30만에 이르는 제비떼가 있다고 한다. 《이슬의 소리를 들어라》를 읽고서 이슬과 들숲과 새와 사람 사이를 가만히 헤아린다. 글쓴이는 이슬빛과 이슬내음과 이슬노래를 듣고서 꾸러미를 여미었을 텐데, 옮긴이는 이슬을 얼마나 곁에 두었을까? 풀잎에 맺힌 이슬이며 거미줄에 맺는 이슬을 마주할 수 없는 곳에서 붓대만 쥐지는 않았을까? 모든 지음이는 구경꾼 아닌 살림꾼인데, 옮긴이는 얼마나 살림꾼 자리에서 글결을 손보려나?


#BergerJulius #Tautropfe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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