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8.


《아무튼, 언니》

 원도 글, 제철소, 2020.7.20.



제주에서 이틀째 아침을 맞는다. 지난밤에 마당에 서서 별빛을 헤아렸다. 문득 돌아보자니, 제주는 별바라기를 하기에 좋은 곳일 만한데, 여기저기에 불빛이 너무 많다. 불빛에 별빛이 잡아먹힌다면 풀꽃나무도 숨쉬기 힘들리라. 아침에 작은아이가 하늘소 주검을 찾았다. 하늘소는 단단몸을 내려놓고 새길로 떠났구나.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에서 낮나절에 이야기꽃을 펴고서, 글쓰는 할머니 김재용 님을 만난다. 바깥에서 사흘을 지내자니 작은아이는 부릉이가 고단하다. 시골집에서는 늘 걷지만, 뭘 하려 해도 부릉이를 타야 하는 바깥마실이다. 마을책집 〈책대로〉에 들르고서 셈틀칸(PC방)에 간다. 작은아이는 셈틀칸이란 데가 무척 궁금하단다. 길에서 안 보이던 제주 푸름이·젊은이가 바글바글하다. 사납고 거친 말씨가 춤춘다. 히유. 한숨을 짓고 나온다. 《아무튼, 언니》를 읽었다. 틀림없이 나아지는 길이되 아직 먼 어깨동무(성평등)를 생각한다. ‘언니’는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손위를 가리킬 적에 쓰는 이름이나, 어느새 순이만 써야 하는 듯 여긴다. 아무튼, 이 책은 ‘언니’ 이야기라기보다는 ‘기대고픈 사람한테 기대는 글쓴이 발자국’을 들려준다. ‘언니’라는 대목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지 못 하니 아쉽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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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7.


《라키비움 J 롤리팝》

 임민정 엮음, 제이포럼, 2022.6.15.



아침 일찍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으로 찾아간다. 8월 한 달 〈노란우산〉에서 ‘노래그림잔치(동시그림 전시)’를 편다. 노래꽃(동시)을 둘러싼 수다꽃을 피우려고 한다. 수다꽃을 마친 뒤에는 제주에서 ‘인형극’을 펴는 분들이 선보이는 놀이마당을 함께 본다. 이러고서 오름으로 가는 오솔길을 걷는다. 길마다 나뭇가지에 동여맨 끈이 보인다. 손이 닿는 나뭇가지라면 비닐끈을 풀어낸다. ‘올레길 알림 비닐끈’ 탓에 나뭇가지가 말라비틀어진다. 그들(공무원)은 이를 아는가? 왜 멀쩡한 나무한테 비닐끈을 자꾸 동여매는가? 풀벌레노래 사이로 부릉소리가 스민다. 이제 부릉길(찻길)로 돌아나오는데 부릉이한테 치여죽은 잠자리하고 나비가 수북하다. 걷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알까? 밤별을 보며 《라키비움 J 롤리팝》을 헤아려 본다. 그림책을 다루는 달책(잡지)이라지만, 아무래도 ‘그림책 이야기잔치’라기보다는 ‘캐릭터 귀염잔치’ 같다. 왜 그림책을 말하지 않고 자꾸 ‘캐릭터·유명작가·신인작가’만 다룰까? 그림책에서 억지로 그림감(소재·주제·교훈)을 뽑아내려 하지 말자. 우리는 그림감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야 하지 않는다. 값지거나 훌륭한 그림감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림책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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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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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6.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

 완다 가그 글·그림/정경임 옮김, 지양어린이, 2014.7.27.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서 녹동나루로 간다. 작은아이하고 배를 탄다. 뱃지기(선장)는 칸마다 다니면서 외친다. 손님칸에서는 먹지 말고, 뱃전으로 나와 걸상에 앉아 바람을 쐬며 먹으라 하는데, 이 알림말을 귓등으로 들었는지, 마구 먹고 흘리는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다. 배에서 내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바라나시 책골목〉부터 들른다. 제주 시내버스를 타고 다음 책집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든다. 거꾸로 탄 듯싶다. 그러나 이 버스는 길손집 쪽으로 가니, 일찍 짐을 풀자. 아이 도시락을 장만하러 나왔다가 두 아이 등짐을 새로 장만한다. 작은아이 신도 한 켤레 산다. 생각해 보니 고흥에서는 아이 등짐이나 신을 볼 가게가 없다. 작은아이랑 제주에 오기를 잘했구나. 《스니피와 스내피의 모험》은 두 아이(스니피·스내피)가 겪는 하루가 얼마나 아슬아슬하며 재미있는가를 그린다. 가만히 보면 두 아이뿐 아니라 두 어버이도 어릴 적에 아이들처럼 아슬아슬 재미난 하루를 누렸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알려주는 듯싶다. 그래, 오늘날 우리나라 그림책에 빠진 큰 구멍이 놀이라 할 수 있다. 요새 젊은 어버이는 어릴 적에 골목놀이 없이 배움수렁에 갇혀 쳇바퀴를 돌지 않았는가? 앞으로 아이들은 ‘노는 그림책’을 볼 수 있을까?


#SnipyandSnapy #WandaG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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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5.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

 구드룬 파우제방 글/신홍민 옮김·김중철 엮음, 웅진닷컴, 1997.4.20.



자전거를 타고 도화면사무소에 간다. ‘청소년증’을 받는다. 처음 청소년증을 물어볼 적에는 ‘조폐공사’에서 내준다고 하기에 “조폐공사에서 왜 청소년증을 내지요?” 하고 되물으니 “그건 저희도 잘 모르지요.” 하던데, 막상 청소년증을 받아서 보니 ‘고흥군’에서 내주네. “군청에서 내주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야 하지요? 주민등록증이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하고 물으니 아뭇소리를 않는다. 물어본 사람이 잘못인 듯싶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를 되읽었다. 새로 나오는 동화책을 아이들한테 건네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웬만한 ‘요즘 창작동화’는 너무 뻔하고 재미없어서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큰아이는 아예 손수 글(소설)을 쓰기도 한다. 구드룬 파우제방 님 글이라면 두 아이 모두 반길 만하리라 여기며 되읽어 보았고, 여러모로 이바지하리라 생각한다. 큰아이가 손수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듯, 숲노래 씨도 조금 더 기운을 내어 노래꽃(동시)하고 글꽃(동화)을 쓰자고 생각한다. 이미 써 놓은 글꽃을 추슬러서 동화책을 내놓는 길도 이제는 좀 알아보아야겠다. 펴냄터를 알아보지 말고 스스로 내는 길이 가장 나을 수 있으나, 일 하나를 더 벌릴 마음은 없다. 쓰고 짓는 일에 마음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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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4.


《수경이》

 임길택 글, 우리교육, 1999.12.15.



지난 흙날(토요일)에 전남교육감 앞으로 목소리(민원)를 냈다. 바로 달날(월요일)에 모든 일이 풀렸다. 그러나 고흥 도화면사무소 일꾼하고 도화초등학교 길잡이(교감선생)는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이 없이 두 달 즈음 미룬 일이 “이제 다 됐다”고만 말한다. 목소리를 안 냈으면 석 달도 넉 달도 기다려야 했겠구나 싶은데, 목소리를 내니 하루 만에 일이 끝났다. 벼슬아치(공무원) 민낯이다. 인천 제물포에서 영등포로 가서 칙폭이를 타고 순천으로 달린다. 〈책방 심다〉를 들른다. 최원형 님이 손님으로 오셨다. 목청이 크시구나. 《곁책》하고 ‘모시나비’란 이름으로 쓴 노래꽃(동시)을 드리고서 시외버스를 타러 일어선다. 고흥 돌아가는 버스에서 푹 잔다. 《수경이》를 되읽고 큰아이한테 건네었다. 어느새 오래된 이야기로 느낄 만하겠구나 싶다. 1999년 무렵에도 “이런 옛날얘기를 요새 아이들한테 어떻게 읽혀?”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난 보리출판사 영업자였지만 우리교육 이 동화책을 둘레에 알리면서 팔거나 건네었는데 몇 사람을 빼고는 다 손사래쳤다. 시골스런 얘기가 요즈음 아이들한테는 안 맞는다고들 하더라. 그런데 난 요즈음 쏟아지는 창작동화나 창작그림책에 손이 안 간다. 다들 서울스런 줄거리에 갇혀버렸기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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