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53 팬덤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에 나쁠 일은 없지만, 누구를 좋아할 적에는 반드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있기에 나쁘지 않으나, 누구를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꺼릴 적에는 으레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요. ‘좋고싫고’는 한자말로 ‘호불호’요, 영어로는 ‘팬덤·팬’입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기에 쉽게 홀리거나 휩쓸립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기에 흔히 눈이 머는 바람에 스스로 발돋움하거나 날개돋이나 허물벗기를 못 하거나 안 하기 일쑤예요. 좋아하거나 싫어하기에 겨루거나 싸울 뿐 아니라, 따지거나 재면서 ‘스스로를 비롯해 둘레를 괴롭히는 짓’을 하지요. 아이가 이만큼 셈겨룸(시험)을 잘 해내야 좋다고 여기니, 어느 만큼 오르지 않으면 싫어하거나 골을 내면서 온집안이 싸늘할 뿐 아니라, 이 나라는 내내 배움수렁(입시지옥)입니다. 서울을 좋아하거나 ‘서울에 있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좋아하기에 온통 겨룸판이에요. 돈·힘·이름값이 나쁠 일은 없되, ‘좋고싫고’로 가르니 그만 싸움판이 안 그쳐요. 우두머리(대통령)도 벼슬꾼(공무원)도 ‘좋고싫고(호불호·팬덤)’가 아닌 삶·살림·사랑·숲으로만 볼 노릇이요, 아이도 우리 스스로도 말글도 이 눈으로 봐야 슬기롭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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