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52 바라기



  마음으로 마주하는 오랜 이웃님 한 분이 ‘비바라기’란 이름을 씁니다. 스무 해 남짓 이 이름이 곱다고만 여기던 어느 날 ‘해바라기’란 이름이 ‘하늘바라기’처럼 하늘빛(하늘 기운)에 따라 짓는 논밭을 나타낼 만하다고 느끼면서 ‘비바라기’는 ‘기우제’를 손질하는 낱말이 될 만하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바라기’를 뒷가지로 삼아 새말을 곱게 지을 만하겠더군요. 꽃바라기·사랑바라기·님바라기·꿈바라기·일바라기·놀이바라기·바다바라기·별바라기·책바라기·노래바라기·밥바라기…… 같은 낱말을 하나둘 엮으면서 새 살림살이에 걸맞게 새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요. 우리말을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리면서 새롭고 즐거울까 하고 생각할 적에 새말이 태어납니다. 누가 멋스러이 지어서 알려줄 새말이 아닌,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고 바라기에 문득 깨어나는 새말이에요. 생각바라기로 살아가기에 말빛을 여미지요. 모든 나라는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밝히는 낱말을 엮어서 스스로 살림꽃을 가꿉니다. 우리는 어떤 바라기로 설 만할까요? ‘남바라기’로 머문다면 우리말은 주눅들거나 시듭니다. ‘빛바라기’이자 ‘넋바라기’라는 매무새로 ‘슬기바라기’나 ‘참바라기’로 일어선다면, 낱말책이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