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927


《드레퓌스》

 N.할라즈 글

 황의방 옮김

 한길사

 1978.9.5.첫/1979.6.30.3벌



  우리나라는 ‘바른말’을 ‘바다’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밭’이 있을까요? 아니면 ‘바른말’을 들려주는 사람을 ‘바퀴벌레’쯤으로 여겨서 마구 ‘밟’거나 ‘바닥’에 팽개질을 할까요? 우리말 ‘바르다’는 ‘밝다’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바르다·밝다’는 ‘바다·바람’에다가 ‘바탕·밭’하고 말밑이 같아요. 그리고 ‘발·받치다’하고도 말밑이 나란하지요. 발로 바닥을 받치기에 든든히 섭니다. 발로 바닥을 디디지 못 하면 서지도 못 하고 걷지도 못 해요. 하늘에서는 바람을 마시고, 땅에서는 “바다가 아지렁이를 거치고 구름을 지나서 내리는 비가 스며든 샘”을 ‘물’로 맑고 밝게 받아들여서 목숨을 잇습니다. 《드레퓌스》는 이 나라가 아주 새카맣게 잠겨들던 끝자락에 한글판이 나옵니다. 바른말을 펴고, 바른길을 걸으며, 바른눈을 떠서, 바른넋으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어떻게 나라를 살리고 마을을 북돋우고 모든 사람을 일깨우고 일으켜서 사랑으로 이끄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엉뚱하게 ‘나쁜놈’ 소리를 듣고서 짓밟히고 시달리던 드레퓌스 님은 날마다 죽고 싶은 마음이었을 텐데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바른빛을 펴려고 했습니다. 이이 곁에서 에밀 졸라 님이 가시밭길을 함께 걸었어요. 애먼 덤터기를 쓰는 이웃을 모른 척하지 않은 에밀 졸라 님은 이웃한테 손가락질을 받다가 나라를 등져야 했습니다. 뒷날 “드레퓌스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드디어 드러났으나, 오래도록 거짓말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힘·이름·돈으로 윽박지른 나라(프랑스 정부)는 1995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고개를 숙였다지요. 바른뜻을 품고서 함께 걷는 길은 되레 고달플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온넋으로 사랑을 품고 바라보는 길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든든하면서 즐겁고 호젓하게 노래하는 꽃길이라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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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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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2 삶길



  우리는 곁에 삶을 둡니다. 일거리나 놀잇거리 모두 삶이고, 곁님(남편·아내)도 삶이고, 아이들도 삶이며, 어버이도 삶입니다. 남처럼 맞이할 삶이 아닌, 나대로 나아갈 삶입니다. 남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나로서 걸어갈 삶이에요. 짝꿍을 만나는 삶이면서, 짝꿍보다는 혼살림을 노래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이면서, 스스로 낳은 아이가 아니어도 마을아이나 이웃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삶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바로 이곳에서 오늘 살림을 지으며 스스로 사랑을 일구는 삶이기에 따로 ‘즐겁다(행복)’ 하고 말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하루를 가꾸면서 누립니다. 혼자 가는 길이기에 고단할까요? 두셋이나 너덧이 함께 가는 길이기에 지칠까요? 스스로 고단하다고 여기면 혼자이든 여럿이든 고단합니다. 스스로 홀가분하다고 여기면 여럿이든 혼자이든 홀가분합니다. 누구나 다 다르게 오늘을 맞이하면서 삶을 밝히는 길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바라보는 삶입니다. 어느 날은 버거울 만하고, 어느 날은 가벼울 만하고, 어느 날은 짜증스러울 만하고, 어느 날은 빙그레 웃을 만합니다. 꼭 “이러해야 한다”고 못박지 않으면 돼요. 서로서로 가만가만 삶이라는 오늘 이 하루를 걸어가기에 스스로 즐거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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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201 태도



  저는 ‘태도(態度)’라는 한자말을 안 쓰지만 둘레에서는 흔히 씁니다. 이 한자말은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거두는 모양새 2. 어떤 사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자세”를 뜻한다지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겹말풀이입니다. “몸의 동작”은 말이 안 되는 말인데, 따지는 목소리도 고치려는 손길도 없습니다. 아무튼 ‘태도·동직·자세 → 몸짓’입니다. ‘꼴·꼬라지·꼬락서니’나 ‘매무새·모습·몰골 몸놀림·몸그림’이나 ‘릇·-살이·삶’이나 ‘손짓·아웅·움직이다·일삼다’나 ‘짓·-질·척·체’나 ‘틈·품·티’나 ‘숨·숨결·숨길·씨·결·빛’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 몸짓을 느끼고 모습을 보며 품을 나누고 어떤 짓인가 살피며 어떻게 숨결이 묻어나는가를 헤아려요. 움직이거나 보이는 모든 결은 바로 ‘나·너·우리’입니다. 저는 “태도를 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나를 보”고 “너를 보”며 “우리를 보”려 해요. 겉모습이 아닌 속빛을 읽을 생각입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 “책매무새”나 ‘책결·책숨·책빛’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좋은 몸짓도 나쁜 몸놀림도 없습니다. 삶에 따라 다르거나 새롭게 피어나는 티요 틈이자 씨앗입니다. 서로 손을 잡아요. 함께 걸어요. 같이 어깨동무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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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4.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0 잊힌책 금서 나쁜책



  1987년까지는, 나라가 일으키는 잘못을 짚거나, 배움터가 어긋난 굴레를 다루거나, 글꾼·이름꾼·돈꾼이 감추거나 속이면서 우두머리를 기리는 못난 일을 나무라는 책이  ‘나쁜책’이자 ‘금서’란 이름이었습니다. 1999년 무렵까지 적잖은 글바치와 들꽃모임(시민단체)은 ‘만화책’이면 싸잡아서 나쁜책으로 여겨, 해마다 불지르기까지 했습니다. 2000년을 넘어서니 나라에서 나쁜책을 가리는 일이 거의 사라졌어요. 다만, 나쁜책·금서를 불태우지 않되, ‘아름책·사랑책·숲책’을 등돌리거나 등지거나 밀치는 길로 간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전두환 씨가 ‘3ㅅ(스포츠·스크린·섹스)’을 내세우며 사람들 눈귀를 홀리려 했다면, 오늘날 나라와 글꾼·이름꾼·돈꾼은 잘난책(베스트셀러)을 추켜세우면서 우리 넋을 사로잡으려고 합니다. 나라도 마을도 사람도 아름답다면, 외곬로 안 쏠립니다. 우리 삶터가 아름답다면, 보금자리부터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수수하고 조촐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누구나 쉽고 즐겁게 누릴 노릇입니다. ‘좋은책 = 좁은책’입니다. “나쁜책을 나무라는 글”은 ‘나무람책’에서 그쳐요. ‘잊힌책’으로 몰리는 사랑책을 품으면 스스로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잊어버린 눈을 뜨고서 ‘살림책’을 쥘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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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9 의료대란



  시골에 가뭄이 들어 마늘이 타더라도 서울에서는 모르쇠입니다. 알 턱이 없고 느끼지 않습니다. 시골에 장마가 들어 나락이 녹거나 흐물거리거나 곰팡이가 피어도 서울에서는 불구경입니다. 알 일조차 없습니다. 서울이 밤낮으로 번쩍번쩍 밝자면, 옆에 있는 인천을 비롯해서 온나라 시골에서 번쩍터(발전소)를 끝없이 돌리고, 빛줄(송전선)을 길다랗게 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 모르고 잊고 등돌리면서 쳇바퀴로 하루를 보내는 얼거리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는 모임은 서울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낼 뿐, 시골 할매가 엉금엉금 기며 ‘턱 높은 시골버스를 겨우 오르내리’는 삶을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스무 해 남짓 돌봄터(병원)에 얼씬조차 않지만 돌봄낛(건강보험료)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의료대란’이라는 허울은 돌봄일꾼(의사)이 스스로 콧대를 높이고, 둘레나 나라에서도 이들을 우러르는 진구렁으로 치닫습니다. 곰곰이 보면 “서울사람이 서울에 있는 돌봄터에 가는 일” 못잖게 “서울 바깥에서 서울 돌봄터로 먼마실 가는 일”이 잦을 수 있습니다. 전남 고흥 할매할배는 택시삯 60만 원을 들여 ‘서울 돌봄터 마실’을 합니다. 시늉뿐인 마을살림(지방자치)이니, 그들이 콧대를 높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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