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연가 2
아소우 미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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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355



여기 있고 싶어

― 골목길 연가 2

 아소우 미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시리얼 펴냄, 2011.12.25.



  곁님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우는 아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젠가 겪은 일이라 하셨는데, 아이가 우는데 그 아이 어머니 되는 사람이 아이를 달래지 못하더랍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아이를 그 아이 어머니 되는 사람은 가만히 두기만 했다는데, 보다 못해서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 보라고 하셨대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 어머니는 ‘아이를 안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지요.


  어쩜 참말 그럴 수 있을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러나, 참말 그럴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아이를 안은 적 없는 어머니가 틀림없이 있으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를 안은 적 없는 아버지도 틀림없이 있겠지요.


  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이를 안은 적 없는’ 아버지도 만났고, ‘아이한테 말 한 마디조차 안 건네는’ 아버지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들이 마음씨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더욱이 교육을 못 받거나 생각이 얕은 사람도 아닙니다. 책을 많이 읽을 뿐 아니라, 교육도 높이 많이 받은 사내인데, 아버지 자리에서는 그야말로 ‘아버지 구실’을 하지 않습니다.



- “여자에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쓸데없이 친절한 남자. 딱 질색이야.” (27쪽)

- “흔치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정작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가시로 위협하면서, 혼자 서 보려 아둥바둥.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 페어플레이 하려는 그 모습이 남녀관계와 상관없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내가 함께 서로 의지가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39∼40쪽)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른 길이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 되기’를 ‘아이한테 곁을 안 줄 뿐 아니라, 아이 돌보기는 오직 어머니한테 맡기면 되는 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 되기’란 ‘집 바깥으로 나가 돈만 잘 벌면 되는 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집에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야 아버지가 되는 줄 여기는 사내가 있습니다. 어머니라는 사람은 ‘때 되면 밥을 차려’ 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내가 있습니다. 밤일을 바라면 몸을 대 주어야 어머니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줄 여기는 사내가 있습니다. 어머니 자리에 있으려면 집 바깥으로 나다닐 엄두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내가 오늘날에도 제법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어버이는 서로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가꾸어 아이와 함께 슬기로운 빛으로 거듭나는 사랑스러운 숨결인 줄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사내와 가시내가 무척 많습니다.



- ‘사츠키 씨, 잘 됐다. 만나러 와 줬구나. 아마 저 사람, 그 말을 하러 온 걸 거야. 정말 다행이야. 저 사람, 사츠키 씨를 포기하지 않았어.’ (61쪽)

- “프랑스 같이 가자. 저금 빼 쓰며 생활하는 거면 여기나 몽마르트르나 마찬가지잖아? 불어라면 내가 가르쳐 줄게. 몽마르트르든 교토든 이 골목길이든 다 마찬가지야. 난 ‘여기(네 가슴)’ 있고  싶거든.” (70∼71쪽)




  학교에서 어버이 노릇을 가르치는 일이 없습니다. 학교는 시험공부만 시킵니다. 집에서 아버지 구실와 어머니 구실을 가르치는 일이 드뭅니다. 집에서는 학교와 학원을 보내느라 바쁩니다. 마을에서 아버지 몫과 어머니 몫을 보여주는 일이 드뭅니다. 마을은 온통 가게투성이입니다. 자본주의 경제가 흐르는 사회 얼거리만 있을 뿐입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어버이 노릇이나 어머니 구실이나 아버지 몫을 제대로 겪지 못합니다. 새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사회 얼거리에 길들 뿐입니다. 새로 태어나 자라면서 지구별을 새롭게 가꿀 아이들은 마음속에 사랑과 꿈을 심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톱니바퀴와 같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소모품처럼 다루어집니다. 이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아무래도 너무 마땅합니다. 게다가 사회도 정치도 교육도 문화도 문학도, 아이들한테 빛을 보여주지 못하곤 합니다. 입시지옥이 아니면 놀음놀이입니다. 놀음놀이조차 술과 담배와 살곶이뿐입니다. 삶을 밝히는 노래가 없는 사회이고, 삶을 가꾸는 이야기가 없는 교육이며, 삶을 빛내는 꿈이 없는 정치입니다.



- “제자로 받아만 주신다면 가게 따위 내팽개치고 당장 달려갈 거예요. 난 뭐든 닥치는 대로 만드는 소품점 주인이 아니라, 전문가가 되고 싶거든요.” (82쪽)

- “그런데 스승님이 별로라는 게 잘 팔리니 희한하죠?” “못 만들었다고는 안 했어. 너무 공을 들여 재미가 없다는 거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거든.” (88∼89쪽)




  아소우 미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골목길 연가》(시리얼,2011) 둘째 권을 읽습니다. 첫째 권에 나오는 사람들이 둘째 권에도 나오는데, 아주 뜻깊은 말 한 마디를 남기고 골목길을 떠나 프랑스로 갑니다. ‘여기 있고 싶다’는 말 한 마디입니다.



-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쓸 수밖에. 이젠 만드는 곳이 거의 없거든. 그 쇠꼭지도, 풀도, 주머니로 쓰는 일본 종이도, 감즙도, 자수 장인이 쓰는 바늘도, 업자가 손으로 꼽을 정도밖엔 남지 않았어. 유젠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일본의 문화니까.” (101쪽)

- “고무풀은 제가 직접 만들게요. 그렇게 걱정해 주시는 건 고맙지만, 괜한 걱정이에요. 마음 놓고, 전부 저한테 넘겨주세요.” (103쪽)



  삶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늘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늘 바로 오늘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아이들 눈을 들여다봐요. 오늘 여기에서 아이들 손을 잡아요. 오늘 여기에서 아이들을 살포시 안아요.


  함께 즐겁게 놀아요. 함께 즐겁게 노래해요. 함께 즐겁게 웃어요. 함께 즐겁게 밥을 먹고, 길을 걸으며, 자전거를 달려요. 함께 숲길을 헤치고, 함께 바닷가에 서며, 함께 이야기꽃을 피워요. 아이들이 살아야 지구별이 사는데, 아이들이 제대로 살아서 숨쉴 수 있을 때에 우리 어른들도 제대로 살아서 숨쉴 수 있습니다. 4347.7.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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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4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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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54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어

― 미카코 4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2.1.15.



  보름 넘게 이어지던 비가 드디어 그칩니다. 비가 그치자마자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밉니다. 이러다가 구름 사이로 해가 다시 숨어드는데, 비가 그치니 잠자리가 온 하늘을 채웁니다. 비가 그치기를 참말 오랫동안 기다렸겠다고 느낍니다.


  보름 넘게 비가 내리고 또 내리니 온 집이 축축합니다. 우리 집 옆밭에서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기나긴 비에 해롱거리기까지 합니다. 아직 나무가 어린 탓에 모진 비에는 어쩔 줄 몰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지난해에는 달포 남짓 빗줄기가 듣지 않아 가문 날씨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에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여름입니다.


  비가 없이 땡볕만 내리쬐어도 고단하지만, 비만 줄줄 퍼붓기만 해도 고달픕니다. 지구별은 해와 비와 바람이 골고루 어우러질 때에 아름답습니다. 해나 비나 바람 가운데 한 가지만 드세게 찾아오면 몹시 힘들면서 팍팍합니다.



- “손. 잡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13쪽)

- ‘나오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미도리카와가 금세 나를 앞지를 것이다.’ (18쪽)






  한국 정부는 곧 ‘쌀 수입 완전 자유’를 한다고 밝힙니다. 스무 해 앞서 미리 밝힌 일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 시골은 여러 가지 곡식이나 열매를 키우더라도 쌀농사가 가장 큰데, 그나마 시골사람 삶을 온통 무너뜨리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펼친 정책을 살피면, 예나 이제나 시골사람을 생각하는 정책은 한 가지조차 없었습니다. 경제개발 가운데 시골사람을 헤아린 정책은 없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오랜 시골빛을 짓밟는 정책이었습니다. 현대문명이나 산업사회 또한 시골마을을 흔들어 도시를 키우는 흐름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교육은 시골을 더 빨리 무너뜨리기만 합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 가운데 시골아이가 시골에서 씩씩하게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곳은 없습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온통 도시바라기로 나아가는 교육뿐입니다.


  인문책 가운데 시골살이를 밝히는 지식이 있을까요? 인문학을 말하는 지식인 가운데 스스로 시골에서 조용히 살면서 ‘아름다운 지식’을 들려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도시에만 머물지 않고 시골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소식과 이야기를 알리는 신문이나 방송은 얼마나 있는가요?


  직업교육을 보면, 100% 도시 직업을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그저 ‘도시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거나 가르칩니다.



- “오랜만에 이불을 널었거든. 맡아 봐. 해님 냄새!” ‘미안해. 사실은 카토가 아니라 (안아 주는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5∼36쪽)

- “미도리카와는 어느 쪽이 예뻐 보여?”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전혀 다르잖아! 꽃과 폼폼인걸!” …… “역시 안 할래! 둘 다 갖고 싶은 건, 둘 다 필요없다는 걸 거야!” (50쪽)





  고들빼기와 부추와 젓가락나물 잎을 뜯어 아침을 차립니다. 호박과 양파와 감자를 끓여 호박감자국을 올립니다. 물고기 한 마리를 구우면서 가지를 두껍게 썰어서 함께 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습니다.


  아이들은 마루에서 놀다가 방에서 놉니다. 마당에서 우산을 쓰며 놀기도 하다가 피아노를 친다든지 바이올린을 켠다든지 피리를 붑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손에 쥐어도 놀듯이 종이를 넘깁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책을 읽을 적에는 시험점수를 따져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배우더라도 시험경쟁을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삶을 밝힐 만한 지식을 얻을 때에 즐겁습니다. 동무를 아끼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한식구와 오순도순 살림을 가꾸는 빛을 배울 수 있어야 비로소 교육입니다.


  사랑을 담아 차린 밥을 먹는 하루입니다. 사랑을 실어 부르는 노래를 함께 듣는 하루입니다. 사랑스레 가꾸거나 돌보는 숲에서 푸른 바람을 마시는 하루입니다. 사랑스레 짓는 논밭에서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하루입니다.



- “인상파 같은 건 관심 없어. 예술일지도 모르지만 아트는 아냐.” “그럼 미도리카와는 뭐가 좋아?” “팀폼이나 코스모라운지. 그리고 …….” (61쪽)

- ‘돈도 있고, 탈것도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의 빨간 구두는 땅에 붙어 있었다.’ (74쪽)





  쿄우 마치코 님 만화책 《미카코》(미우 펴냄,2012) 넷째 권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물빛그림이 맑은 만화책 《미카코》 넷째 권에서는 어디로든 날아가고 싶은 아이들 마음이 흐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디로든 날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날개는 둘레에서 꺾기도 하고, 스스로 꺾기도 합니다. 스스로 날아오르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머뭇거립니다. 스스로 망설이다가 스스로 제풀을 꺾으면서 쳇쳇 하면서 한숨을 쉽니다.


  아이들은 왜 스스로 생각한 대로 훨훨 날아가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왜 스스로 생각하는 마음을 곱게 펼치지 못할까요.


  남 눈치를 볼 일이 없습니다. 사랑은 사랑 그대로 풀면 됩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남 눈치를 보면서 ‘너를 사랑해’ 하고 말할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안아 주기를 바라면, 이러한 바람을 스스럼없이 말하면 됩니다. 괜히 마음에만 담다가 오래도록 힘들게 보내야 하지 않습니다.


  대학입시 때문에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아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빛을 그리면 됩니다.


  바라봅니다. 느낍니다. 생각합니다. 움직입니다. 노래합니다. 춤을 추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1년에 한 번 오는 카드. 항상 조금 앞을 비추어 준다.’ (124쪽)

- “미도리카와는 잘 그리는데 담백해서 문제야. 수험 점수가 동점이었을 때 의지가 부족하다고 떨어질 것 같다고 할까. 콘크리트 블록을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게 되면 알고 싶어질 거고! 알고 싶어지면 상상해! 여기에 부딪히면 아프겠다라든지.” (134쪽)



  하늘을 나는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하늘을 나는 어른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하늘을 날며 노래하는 아이들이 어여쁩니다. 하늘을 날며 춤추는 어른들이 멋스럽습니다.


  다른 데를 보지 말아요. 내 마음을 보아요. 다른 데에 눈길을 빼앗기지 말고, 내 마음에 온 눈길을 모아 내 길을 씩씩하게 걸어요. 우리는 모두 이 삶을 저마다 가장 기쁘게 누릴 푸른 숨결입니다. 4347.7.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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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여자회 방황 1
츠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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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53



내 동무는 누구인가

― 제7여자회 방황 1

 츠바나 글·그림

 박계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3.5.30.



  예전에는 동무를 마을에서 사귀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누구도 동무를 학교에서 사귀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데, 학교가 선 지는 이제 백 해를 겨우 넘어요. 아이들은 언제나 마을에서 동무를 만나 즐겁게 놀았습니다. 어른들은 늘 마을에서 이웃을 만나 즐겁게 일했습니다. 마을지기이면서 마을동무이고 마을이웃입니다.


  오늘날에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 비로소 동무를 사귑니다. 때로는 학교에서 동무를 사귀지 못해, 학원에서 동무를 사귑니다. 때로는 학교나 학원에서 동무를 못 사귀는데, 이때에는 인터넷에서 동무를 사귑니다.


  아이들이 동무를 사귀는 곳은 아이들이 노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함께 놀면서 동무가 됩니다. 동무라고 할 적에는 함께 놀 수 있는 사이입니다. 함께 웃고 노래하면서 놀 수 있기에 동무입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사이가 될 때에 동무예요.



- “딴죽 걸 부분은 많지만 오히려 이제 언급하고 싶지 않네.” “우리 같은 소시민은 고작해야 핵 셀터를 사는 일 정도밖에 못하니까.” “못 사!” “하긴, 뭔지 알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는 많으니 일일이 다 상관할 수는 없어.” “정말 그래. 평생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가야지!” (22쪽)

- “조만간 성별도 이름도 개인정보라고 해서 비밀 취급 될 것 같아.” “응.” “그리고 마지막에는 개인지 인간인지도 모를 세계가 찾아오는 거야!” (27쪽)




  학교가 없던 지난날에는 마을이 배움터이고, 집이 배움터입니다. 아이들은 집과 마을에서 일을 익힙니다. 따로 학교를 가야 일을 익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배울 일이란, 삶을 짓는 일이에요.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할 줄 알아야 일입니다. 집과 밥과 옷을 스스로 지을 때에 비로소 삶을 짓습니다.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학교는 집짓기와 밥짓기와 옷짓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교는 돈벌기 하나만 가르칩니다. 돈을 벌어서 집과 밥과 옷을 돈으로 장만하는 길을 알려주는 학교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땀을 안 흘리고 돈만 벌도록 알려주는 데가 학교라고도 할 만합니다. 참말 그렇거든요. 학교를 길게 다니면 다닐수록 ‘돈벌기’와 가깝다고 합니다. 학교를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학교를 오래 다니면 돈은 잘 벌면서,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짓는 길과 더욱 멀어집니다. 돈을 많이 쌓아서 밥과 옷과 집을 장만하기에는 수월할는지 모르지만, 남이 밥과 옷과 집을 장만해야 돈을 치러 살 수 있어요. 남이 밥과 옷과 집을 장만하지 않는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것도 못합니다.



- “매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사후 디지털 천국에서 재생하는 모양이야.” “이런 일을 해도 하느님한테 혼나지 않을까?” “글쎄? 뭐, 최종적으로는 현실 세계에서 ‘인공 신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모두 기다리고 있는데, 그무렵에는 이미 지구 인구보다 많을지도 몰라. 자, 그럼, 수속도 끝났으니 다음은 츠보이 찾기네.” “어디 있는지 알아?” “맡겨 두시라. 죽은 사람에게는 거의 사생활 같은 건 없어.” (49쪽)

- “왠지, 나는 부모님 마음대로 살려두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가짜 천국에서 급히 부활해 버려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은 건지 아직 전혀 모르겠어. 이건 정말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건가? 싶어서.” (52쪽)





  돈만 벌도록 아이들을 내모는 학교 얼거리요 사회 틀거리입니다. 아이들이 돈만 벌면 집이든 돈이든 옷이든, 게다가 동무와 이웃까지도, 돈으로 살 수 있는 듯이 외치는 학교요 사회입니다. 영화나 문학을 보면, 돈으로 사랑까지 살 수 있는 듯이 떠벌입니다.


  참말 그럴까요? 참말 돈으로 사랑이나 꿈이나 믿음까지 살 수 있을까요? 참말 돈으로 믿음을 살 수 있기에 예배당은 자꾸 커질까요? 참말 돈으로 꿈을 살 수 있으니, 정부는 경제개발만 끝없이 외치는가요?


  아이들은 서로 놀이동무가 되어야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함께 놀면서 서로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길을 온몸으로 배울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은 다른 데에서 싹트지 않습니다. 함께 놀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땀흘리는 사이에 천천히 싹트는 사랑입니다. 제대로 놀지 못한 채 나이만 먹는 아이들은 사랑을 모릅니다. 즐겁게 놀지 못한 채 입시지옥에서 허덕이다가 대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사랑을 모릅니다. 이런 아이들은 살섞기만 알아요. 사랑으로 새로운 아이를 낳는 빛을 몰라요.



- “모처럼 친구가 되었으니까 같이 집에 가자.” “미안. 잠깐만 기다려!” “친구라고 해도, 무늬만이야. 이런 건.” “응?” “왜냐하면 친구는 맞선 같은 거랑은 다르잖아?” (93쪽)

- “아무래도 시간이 된 모양이다. 아저씨도 가련다.” “가, 가다니, 어디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쪽의 우주야. 뭐, 이 멋진 기회를 혼자 독점하는 것도 아까우니. 만약 너도 따분하다면.” (123쪽)




  츠바나 님 만화책 《제7여자회 방황》(대원씨아이,2013) 첫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고등학교 아이들 모습은 오늘날 모습은 아닙니다. 얼추 쉰 해나 백 해쯤 지난 뒤 모습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과학문명만 앞세워 달음박질을 칠 때에 드러날 모습이라고 할 만합니다.


  만화이기에 만화처럼(?) 말한다고 할 텐데, 먼 앞날 학교에서는 ‘동무 사귀기’가 ‘성적표 점수’에 들어갑니다. 학교에서는 억지로 짝짓기하듯이 ‘동무짓기’를 합니다. 동무하고 어떻게 지내느냐를 늘 지켜보는(감시) 눈길이 있고, 동무하고 제대로 지내지 못하면, 그러니까 ‘사회에서 바라는 동무 사귀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낙제 점수’를 받습니다.


  너무 마땅한 일인지 모르나, 만화에서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놀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뛰놀 겨를이 없습니다. 줄넘기나 공차기 따위를 빼고, 아이들이 참답게 놀이를 하는 일이 없습니다. 학원에서 아이들이 노나요? 동네에서 아이들이 노나요?


  아이들은 놀이터가 없습니다. 아이들한테 빈터가 없습니다. 마땅한 빈터는 모조리 주차장이 되거나 가게가 됩니다. 쓸 만한 빈터는 어른들이 쓰레기를 마구 갖다 버려서 지저분합니다.



- “이건 좋은 걸 샀는데!” “나는 안 좋은 예감밖에 안 들어.” “그래? 왓핫핫.” “나도 웃자. 왓핫핫.” “어? 지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아니야. 그런 거 없어도 웃을 수 있다니까!” (123쪽)



  아이들한테 동무는 누구인가요. 어른들한테 이웃은 누구인가요. 아이들이 동무 없이 학교만 다녀도 될까요. 아이들이 또래 동무를 사귀려면 반드시 학교에만 가야 하나요. 아이들은 왜 마을에서 또래나 동무를 사귀면서 즐겁게 뛰놀 수 없는가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못 뛰놀도록 가로막기만 하나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에 집어넣기만 하면서 닦달하나요.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집집기와 밥짓기와 옷짓기 같은 삶짓기를 물려줄 생각을 안 하나요. 아니, 어른들은 왜 스스로 집과 밥과 옷을 스스로 지어서 누리려는 생각조차 안 하나요.


  아이들이 그저 학교에만 가야 하는 사회는, 동무도 이웃도 없는 메마른 사회입니다. 아이들이 온통 학교에만 갇혀야 하는 사회는, 동무도 이웃도 없이 차디찬 사회입니다. 4347.7.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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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x츠바사 3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5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 유키×츠바사 3

 타카하시 신 글·그림

 편집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4.4.30.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어른들이 만들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체육도 언론도 어른들이 만들었습니다. 전쟁무기도 어른이 만들었고, 문학과 영화도 어른이 만들었어요. 인터넷과 전화기도 어른이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농약과 비료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자동차와 고속도로도 만들었고,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식물원에서 새로운 꽃이나 열매를 만들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맨 처음이라 할 꽃이나 열매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다른 꽃과 열매가 있을 때에 비로소 이들 꽃과 열매를 바탕으로 조금 손질한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시늉을 할 뿐입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와 문화와 교육 모두 어른이 만드는데, 이 어른들은 바람이나 햇볕이나 빗물이나 흙이나 숲은 만들지 못합니다. 만들 재주조차 없거니와, 만들 생각이 없고, 만들 만한 깜냥이나 나이도 없습니다. 지구별 어떤 어른들도 숲 하나를 만들 수 없어요. 숲이 이루어지기 앞서 늙어서 죽겠지요.



- ‘난 단지 악기를 되찾아 선배의 미소를 보고 싶었던 것뿐. 그게 다야. 난, 결코 범인을 찾아내 벌을 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10쪽)

- ‘괜찮아, 아가야. 넌 망가지지 않았어. 미안해. 싸늘하게 식어 있는데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지? 넌 참 예쁜 목소리를 가졌구나? 추위 때문에 튜닝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29쪽)




  지구별 어른들 가운데 숲이나 해나 바람이나 비나 흙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지구별 어른들 누구라도 숲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리거나 없앱니다. 햇볕도 바람도 빗물도 흙도 하루만에 무너뜨리거나 짓밟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사랑스럽게 삶을 짓는 길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면서, 끔찍하게 삶을 짓밟는 길로는 아주 쉽게 나아갑니다. 사랑으로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길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으면서, 끔찍하게 이웃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은 아주 쉽게 저지릅니다.



- ‘그리고, 선배는 발견한 것이다. 이 동네처럼 저속한 ‘초능력’ 같은 힘이 아니라, 본래 선배가 전학 오기 전에 갖고 있었을 반짝이는, 빛 같은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70쪽)

- “난 전혀 몰랐어. 이제껏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른 족속의 인간들이 있다는 걸. 참 웃기지. 아무도 우릴 사람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데.” (113쪽)




  어른은 누구일까요. 나이를 먹으면 어른일까요. 아이는 누구인가요. 나이가 적으면 아이인가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고작 나이 하나만 놓고 ‘어른·아이’를 가릅니다. 그러면, 나이로 가르는 ‘어른·아이’ 틀거리는 올바를까요? 아름다울까요? 알맞을까요? 사랑스러울까요?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궁금합니다. 전쟁무기를 만들 뿐 아니라, 전쟁무기로 이웃을 윽박지르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주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지을 줄 모르는 채 나이만 먹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주어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 ‘난 그저 자신의 입김이 뽀얗게 천장에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어.’ (121쪽)

- “또, 또, 그, 그런 무서운 표정 지어 봤자 소용없어! 어차피 우린 어른들한테 실컷 무서운 꼴 당하고 있으니까.” (167쪽)




  타카하시 신 님 만화책 《유키×츠바사》(대원씨아이,2014) 셋째 권을 읽습니다. 아픈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프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프면서 티를 내지는 않으나, 어느새 생채기가 드러나는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이들을 아프게 내모는 사람은 언제나 어른들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낳지만, 막상 그네들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줄 모릅니다. 아마, 아이를 낳아 괴롭히거나 닦달하는 어른 스스로 ‘이녁이 아이였을 적’에 ‘이녁을 낳아 돌보았다는 어른한테서 똑같이 괴롭힘과 닦달을 받았다’고 할 만합니다.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은 적 없이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었’으니, 막상 ‘어른인 몸뚱이로 아이를 낳는다’고 하더라도,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거나 보여주지 못합니다. ‘오늘은 어른이지만 어제는 아이’였던 사람이 어릴 적에 ‘다른 어른이 만든 엉터리 사회’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정작 ‘어른이 된 오늘 이 끔찍한 사회를 허물거나 몰아내는 데에 힘을 쓰지 못’해요. 예전 어른들이 했듯이, ‘바보스러운 아이 괴롭히기’를 그대로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사회가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하는 일’에 선뜻 나서지 않는 어른들입니다. 이러면서, 이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될 적에도, 오늘과 같이 똑같은 굴레와 쳇바퀴가 되풀이되도록 한다고 할까요.



- ‘산 너머에 있는 친구들, 열심히 하고 있니? 이쪽 학교는 같은 취주악부라 해도 멤버는 그리 많지 않아. 악기도 적고. 하지만 언젠가 대회에서 너희를 만날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이쪽 애들하고도 친해져 있을게.’ (140쪽)



  오늘 바꾸려고 할 때에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바꾸지 않고 모레나 글피쯤 바꾸겠다고 말하면 바꾸지 못합니다. 오늘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힘을 내야 합니다. 오늘 어른인 사람들은 오늘 아이인 이웃한테 사랑을 물려줄 노릇입니다. 오늘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오늘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는 이웃한테 사랑을 보여주고 나눌 노릇입니다. 어른이 만든 이 사회는 바로 어른이 스스로 고쳐야 고칠 수 있습니다.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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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3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4



따뜻해졌어?

― 미카코 3

 쿄우 마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미우 펴냄, 2011.7.30.



  내가 곁님을 주무르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곧잘 아버지나 어머니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곤 합니다. 조그마한 손으로 커다란 어버이 몸뚱이를 주무릅니다. 아이들 손아귀에 얼마나 힘이 있겠느냐 싶지만, 살살 만지는 손길에 묻어나는 따사로운 빛을 느낍니다. 꾹꾹 눌러 주지 않아도 개운합니다. 힘껏 짚어 주지 않아도 시원합니다.


  더운 여름날 늘 아버지가 아이들한테 부채질을 선물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부채질을 돌려줍니다. “아버지, 덥지요?” 하면서 이마와 콧잔등에 땀을 내면서 부채질을 합니다. “괜찮아. 고마워. 너희들이 부채질 받아.” 하면서 부채질을 다시 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압니다. 저희한테 다가오는 느낌이 즐거움인지 서운함인지 쓸쓸함인지 기쁨인지 모두 압니다. 아이들한테 어른들이 따사로운 손길을 내미는지 거친 손길을 뻗는지 모두 압니다. 사랑은 새로운 사랑이 되어 퍼집니다. 미움은 새로운 미움이 되어 번집니다.



- “잔뜩 있네. 비슷비슷한 색이.” “잘 봐. 이건 진한 빨강. 그 옆은 오렌지 빛이 도는 거. 이건, 장미색. 이건 진짜 장미꽃이 들어 있는 거라서 내가 산 물감 중에서 제일 비싸. 한번 맡아 봐.” “내가 왜?” “됐으니까 빨리!” (6∼7쪽)





  아직 수저질이 서툰 아이들한테 밥을 떠먹이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수저질이 익숙해지는 어느 때에 저희 작은 숟가락에 밥을 떠서 내밉니다. 이러면서 한 마디를 붙이지요. “자, 먹어.” 그래, 네가 주는 밥 맛나게 먹을게.



- “따뜻해졌어?” (18쪽)



  바람이 싱그럽게 불면서 들을 간질입니다. 바람이 푸르게 불면서 숲을 보듬습니다. 바람은 시골에서도 불고 도시에서도 붑니다. 바람은 시골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한테도 불고, 도시 한복판을 달리는 자동차 지붕에도 붑니다.


  바람은 어떤 빛일까요. 바람은 어떤 숨결일까요. 바람 한 점은 우리한테 어떤 노래가 되어 스며들까요.


  바람을 마시면서 풀이 돋습니다. 바람을 머금으면서 나무가 우거집니다. 바람을 들이켜면서 풀벌레와 개구리가 노래합니다. 바람을 쐬면서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꿈을 키웁니다.





-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음. 딱히 없어. 어리광도 좀 부리고 그래. 아플 때는 아이 때로 돌아가도 되는 거야!” (50쪽)

- “토끼 만들어 줘!!” “사과 먹고 싶어?” “토끼 만들어 줘! 아니야. 잘라서 토끼로 만드는 거야!” “잘라서? 음.” “거기서 멈춰! 반 되면! 귀 만들어 줘. 여기 있는 사과도 몽땅!” “뭐?” (59쪽)



  만화책 《미카토》(미우,2011) 셋째 권을 읽습니다. 수수한 이야기가 감도는 만화책 《미카코》를 그린 쿄우 마치코 님은 어떤 넋으로 지구별을 바라볼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나온 이녁 만화책은 아직 《미카코》뿐인데, 이 만화책 한 권을 거쳐 만화쟁이 한 사람 숨결을 어느 만큼 받아마실 수 있을까 헤아려 봅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사랑은 작은 마을에 작게 드리웁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노래는 작은 마을에 작게 스며듭니다. 작은 아이들이 작게 빚는 꿈은 작은 마을에 작은 씨앗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자그마한 나무로 자랍니다.





- “미도리카와 애인 말이야!! 있는 거 왜 숨겼어? 그리고 그 사람 대학생이라며? 선생님이라며? 그래도 되는 거야?” “애인 같은 거 없어. 다 거짓말이야.” “그럼……. 그럼! 없는 거면 우리 사귀자!” (132∼133쪽)



  사랑은 교과서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꿈은 대학입시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노래는 졸업장에서 샘솟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책에서 흐르지 않습니다. 한겨울에 따뜻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사랑과 꿈과 노래와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한여름에 시원하게 내민 작은 손에서 이야기와 노래와 꿈과 사랑이 자랍니다. 4347.7.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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