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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x츠바사 3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35
어른이 만든 사회에서
― 유키×츠바사 3
타카하시 신 글·그림
편집부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4.4.30.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어른들이 만들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체육도 언론도 어른들이 만들었습니다. 전쟁무기도 어른이 만들었고, 문학과 영화도 어른이 만들었어요. 인터넷과 전화기도 어른이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농약과 비료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자동차와 고속도로도 만들었고,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도 만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식물원에서 새로운 꽃이나 열매를 만들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맨 처음이라 할 꽃이나 열매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다른 꽃과 열매가 있을 때에 비로소 이들 꽃과 열매를 바탕으로 조금 손질한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시늉을 할 뿐입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와 문화와 교육 모두 어른이 만드는데, 이 어른들은 바람이나 햇볕이나 빗물이나 흙이나 숲은 만들지 못합니다. 만들 재주조차 없거니와, 만들 생각이 없고, 만들 만한 깜냥이나 나이도 없습니다. 지구별 어떤 어른들도 숲 하나를 만들 수 없어요. 숲이 이루어지기 앞서 늙어서 죽겠지요.
- ‘난 단지 악기를 되찾아 선배의 미소를 보고 싶었던 것뿐. 그게 다야. 난, 결코 범인을 찾아내 벌을 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10쪽)
- ‘괜찮아, 아가야. 넌 망가지지 않았어. 미안해. 싸늘하게 식어 있는데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지? 넌 참 예쁜 목소리를 가졌구나? 추위 때문에 튜닝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29쪽)
지구별 어른들 가운데 숲이나 해나 바람이나 비나 흙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지구별 어른들 누구라도 숲을 하루아침에 망가뜨리거나 없앱니다. 햇볕도 바람도 빗물도 흙도 하루만에 무너뜨리거나 짓밟습니다.
참말 그렇지요. 사랑스럽게 삶을 짓는 길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면서, 끔찍하게 삶을 짓밟는 길로는 아주 쉽게 나아갑니다. 사랑으로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길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으면서, 끔찍하게 이웃을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은 아주 쉽게 저지릅니다.
- ‘그리고, 선배는 발견한 것이다. 이 동네처럼 저속한 ‘초능력’ 같은 힘이 아니라, 본래 선배가 전학 오기 전에 갖고 있었을 반짝이는, 빛 같은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70쪽)
- “난 전혀 몰랐어. 이제껏 살아온 세상과 전혀 다른 족속의 인간들이 있다는 걸. 참 웃기지. 아무도 우릴 사람이라고 생각지도 않는데.” (113쪽)
어른은 누구일까요. 나이를 먹으면 어른일까요. 아이는 누구인가요. 나이가 적으면 아이인가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고작 나이 하나만 놓고 ‘어른·아이’를 가릅니다. 그러면, 나이로 가르는 ‘어른·아이’ 틀거리는 올바를까요? 아름다울까요? 알맞을까요? 사랑스러울까요?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궁금합니다. 전쟁무기를 만들 뿐 아니라, 전쟁무기로 이웃을 윽박지르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주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지을 줄 모르는 채 나이만 먹는 사람한테도 ‘어른’이라는 이름을 주어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 ‘난 그저 자신의 입김이 뽀얗게 천장에 떠오르는 것을 보며,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어.’ (121쪽)
- “또, 또, 그, 그런 무서운 표정 지어 봤자 소용없어! 어차피 우린 어른들한테 실컷 무서운 꼴 당하고 있으니까.” (167쪽)
타카하시 신 님 만화책 《유키×츠바사》(대원씨아이,2014) 셋째 권을 읽습니다. 아픈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프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프면서 티를 내지는 않으나, 어느새 생채기가 드러나는 아이들이 잔뜩 나옵니다.
아이들을 아프게 내모는 사람은 언제나 어른들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낳지만, 막상 그네들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줄 모릅니다. 아마, 아이를 낳아 괴롭히거나 닦달하는 어른 스스로 ‘이녁이 아이였을 적’에 ‘이녁을 낳아 돌보았다는 어른한테서 똑같이 괴롭힘과 닦달을 받았다’고 할 만합니다.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은 적 없이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되었’으니, 막상 ‘어른인 몸뚱이로 아이를 낳는다’고 하더라도,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주거나 보여주지 못합니다. ‘오늘은 어른이지만 어제는 아이’였던 사람이 어릴 적에 ‘다른 어른이 만든 엉터리 사회’를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정작 ‘어른이 된 오늘 이 끔찍한 사회를 허물거나 몰아내는 데에 힘을 쓰지 못’해요. 예전 어른들이 했듯이, ‘바보스러운 아이 괴롭히기’를 그대로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사회가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하는 일’에 선뜻 나서지 않는 어른들입니다. 이러면서, 이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될 적에도, 오늘과 같이 똑같은 굴레와 쳇바퀴가 되풀이되도록 한다고 할까요.
- ‘산 너머에 있는 친구들, 열심히 하고 있니? 이쪽 학교는 같은 취주악부라 해도 멤버는 그리 많지 않아. 악기도 적고. 하지만 언젠가 대회에서 너희를 만날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이쪽 애들하고도 친해져 있을게.’ (140쪽)
오늘 바꾸려고 할 때에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바꾸지 않고 모레나 글피쯤 바꾸겠다고 말하면 바꾸지 못합니다. 오늘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힘을 내야 합니다. 오늘 어른인 사람들은 오늘 아이인 이웃한테 사랑을 물려줄 노릇입니다. 오늘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오늘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는 이웃한테 사랑을 보여주고 나눌 노릇입니다. 어른이 만든 이 사회는 바로 어른이 스스로 고쳐야 고칠 수 있습니다. 4347.7.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