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까지 조금만 더 3 - 완결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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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2


《낙원까지 조금만 더 3》

 이마 이치코

 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5.11.28.



  고구마를 삶으면 고구마 냄새가 집안에 퍼집니다. 단호박을 찌면 단호박 냄새가 집안에 가득해요. 말린 쑥을 마당에서 태우면 쑥내가 마당을 비롯해 집 안팎에 두루 퍼지고, 담쟁이덩굴을 걷어 말린 뒤에 태우면 담쟁이내가 고루고루 깃듭니다. 농약을 뿌리면 농약 냄새가 퍼지겠지요? 자동차가 달리면 배기가스가 넘실대겠지요? 우리가 건사하는 살림에 따라 냄새를 비롯해 모든 하루가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금자리에 어떤 기운이 퍼지도록 돌볼 적에 즐거울까요? 《낙원까지 조금만 더》는 세걸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누구는 일찌감치 누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좋아하지도 않는 길을 걸은 줄 알면서도 늦도록 발길을 못 돌린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길이라면 당차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사람이 있어요. 오늘 우리는 어떤 발걸음일까요? 오늘 우리는 밥을 어떻게 지어서 먹을까요? 오늘 우리는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까요? ㅅㄴㄹ



‘귀여운 걸 귀엽다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괴롭다. 츠토무는 지금도 좋아한다. 하지만 십여 년 전의 정사의 기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16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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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1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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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3


《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1》

 토리야마 아키라

 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5.12.30.



  《드래곤볼》이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만, 틈틈이 깃든 뜻이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라는 별이 따사롭거나 넉넉한 숨결보다는 전쟁무기와 주먹다짐으로 치고받으면서 길미를 가로채려는 흐름이 깊어, 이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풀어내는 만화라고 느껴요. 그래서 이러한 터전하고 흐름을 맞물려 놓으면, 우리가 무엇을 배우거나 깨달아서 스스로 새길을 열 만한가를 돌아보는 이음고리로 삼을 만하구나 싶어요. 《드래곤볼》을 그린 토리야마 아키라 님 다른 만화는 어쩐지 따분하거나 꽤 엉성하다고 느낍니다. 《토리야마 아키라 만한전석》 첫걸음을 읽는 동안 이이는 이렇게 보고 생각하고 그리는구나 하고 느낄 뿐, 마음에 울리는 결이 없고, 그림을 보는 재미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드래곤볼 슈퍼》란 이름으로 새로 나오는 만화는 이이가 ‘글만 쓰’고 그림은 다른 분이 새롭게 얼거리를 짜서 빚는데, 이이가 그림을 안 그리는 《드래곤볼 슈퍼》는 자질구레한 장난질이 섞이지 않아 퍽 부드럽게 이야기가 흐른다고 느낍니다. 다만 이 만화도 온통 싸움판이 바탕이지요. ㅅㄴㄹ



“아크맨, 대마왕님께 가서 영혼을 돈으로 바꿔 와 줄래? 슬슬 생활비가 떨어져 가는구나.” “엑, 제가요? 아빠랑 누나는요?” “아빠는 주무시고 메두사는 데이트. 엄마는 꼭 보고 싶은 TV드라마가 있어.” (54쪽)


“그래서, 너희는 뭘 하러 간다고?” “물론 악을 쳐부수러!” (23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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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5
스즈에 미우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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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00


《유리가면 15》

 미우치 스즈에

 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5.30.



  우리는 모두 살아갑니다. ‘연기’를 안 해요. 꾸미지 않습니다. 밥을 먹는 듯이 꾸미지 않습니다. 밥을 먹습니다. 사람마다 다 달라서 자전거를 달리든 옷장사를 하든 다 다른 결로 살고 움직여요. 다만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일이나 놀이를 하는 사람 가운데 어느 모습을 흉내내어 볼 수 있겠지요. 《유리가면》 열다섯걸음을 읽습니다. 첫 이야기가 만화로 나온 지 마흔 해가 넘도록 마무리를 짓지 않는 작품인데, 이 만화는 밑이야기가 소설로 있어요. ‘넬 베르디’란 분이 썼고, 한국에는 1983년에 나왔어요. 만화책 열다섯걸음에서는 마야네 어머니가 두멧골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딸을 보러 도쿄로 가는데, 눈이 먼 어머니인 터라 딸을 보지도 만나지도 못하지만, 공연하는 곳에서 목소리로 듣고 기뻐하면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마야는 무엇을 배울까요? 마야네 어머니는 어떤 삶이었을까요? 배우와 ‘여느 사람’은 저마다 어떤 길일까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산다면 꾸밀 일이 없습니다. ㅅㄴㄹ



“잘 들어라, 마야, 아유미. 너희들이 경험하는 것 중 무엇 하나도 버릴 것은 없다. 언젠가 모든 것이 〈홍천녀〉에 도움이 될 테니까!” (135쪽)


‘하지만 마야, 엄만 알 수 있어. 네가 연기하는 것을, 목소리로 알 수 있어, 엄마는. 잘하는구나. 마야.’ (18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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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의 여행 1
타카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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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9


《책 속으로의 여행 1》

 아마노 타카

 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8.4.25.



  우리는 종이꾸러미인 책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온 슬기나 사랑을 담은 이야기꾸러미를 손에 쥘 수 있고, 기쁨이나 슬픔이 노래처럼 흐르는 삶꾸러미를 손에 쥘 수 있어요. 책꽂이에 넘치도록 책을 건사할 수 있고, 몇 가지 안 되더라도 마음이 넉넉하도록 책을 품을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의 여행》 첫걸음을 읽으면서 돌아보는데, 책을 더 많이 읽었기에 책을 잘 아끼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더라도 책을 잘 아낄 뿐 아니라 글쓴이 속내를 잘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수천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책을 손에 쥐어 보았어도 읽는이 스스로 마음을 활짝 열면서 이야기를 받아들인 뒤에, 책을 덮고 나서는 스스로 삶을 새로 가꾸는 길을 가지 않는다면, 책읽기란 더없이 덧없는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우리는 더 읽어치우려고 더 읽지 않아요. 우리는 새로 깨어나서 새로 사랑을 지으려는 마음이 되려고 꾸준히 읽습니다. 어버이한테서 사랑어린 책읽기·마음읽기·삶읽기를 물려받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사랑읽기·꿈읽기·노래읽기라는 길을 사뿐사뿐 걷습니다. 한 손에는 이야기 얹은 노래를, 다른 한 손에는 씨앗이랑 호미를 쥐고서. ㅅㄴㄹ



“이거, 엄마가 자주 읽어 주셨던 책이에요.” “이 책에 담겨진 많은 마음이 이것을 움직이게 한 거란다.” (64쪽)


“마을 밖에 나갔던 적은?” “없는데요.” “그렇다면 온 세상이 모르는 거 천지겠구나.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10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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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나카노 지음, 최고은 옮김, 미카미 엔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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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8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미카미 엔 글

 나카노 그림

 최고은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4.5.22.



  오늘날 누구나 손쉽게 ‘우유’를 마십니다. 우유란, 유제품을 다루는 회사에서 준 사료를 좁은 우리에 갇혀서 받아먹으며 햇볕 한 줌 쬐기 어려운 젖소한테서 짠, 이러고서 비닐로 감싼 종이팩에 담긴 물입니다. 이를 ‘소젖’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소젖이라고 한다면 풀을 먹고 햇볕을 쬐며 들판을 거닐거나 달리면서 놀던 소한테서 얻은 젖이에요. ‘소젖·우유’는 같을 수 없는 말입니다. 한국말하고 한자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살림·공산품’이란 대목에서 갈립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두걸음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나 손쉽고 값싸게 매우 훌륭한 책을 사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작 만 원이나 이삼만 원만 치르면 어느 한 사람이 온삶을 바쳐 일군 어마어마한 책을 누리책집으로 시켜서 아주 빨리 받을 수도 있지요. 옛날에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에. 이렇게 책을 손쉽고 값싸게 누구나 누릴 수 있은 지는 얼마 안 되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책다운 책을 얼마나  아보거나 가리거나 즐기는 하루일까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맛을 어느 만큼 느끼거나 누리면서 새길을 걸을까요? 책맛, 책멋, 책결, 책넋, 책숨을 ……. ㅅㄴㄹ



“난 범인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 책을 되찾고 싶을 뿐이니까. 순간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따끔하게 한마디 해 주고 싶긴 하지만!” (34쪽)


“우리가 아니라 주인에게 직접 돌려주세요. 그 책 주인은 시다 씨라는 분인데, 학생처럼 ‘이삭줍기’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에요.” (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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