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엔티아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56


《스키엔티아》

 도다 세이지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2017.8.25.



  노름판에서라면 모두 건다면, 몽땅 거머쥐거나 쫄딱 무너질 수 있겠지요. 삶에서 우리 힘을 모조리 쏟아붓는다면 어떠할까요? 온힘을 쏟아부은 삶에서도 몽땅 거머쥐거나 쫄딱 무너지는 두 갈래 길만 있을까요?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 온힘을 다한다면? 이때에 우리 삶은 어떤 길을 갈까요? 온힘을 쏟아부으면서 한길을 걷는 사람도 때때로 엎어지거나 자빠집니다. 그러나 온힘을 쏟아붓기 때문에 외려 새힘이 쏟아서 다시 일어서고 또 주먹을 불끈 쥐지 싶어요. 《스키엔티아》는 여러 사람이 다 다른 자리에서 한길을 바라보는 삶을 차분히 그립니다. 아직 온힘을 다하지 않은 채 죽음길로 가고 싶은 젊은이, 온힘을 쏟아부어도 안 될 삶이라면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뜻을 이루고 싶은 젊은이, 온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살아왔기에 어떤 아쉬움도 없이 숨을 거둘 수 있는 할아버지가 차근차근 나와요. 이 자리에서는 이러한 온숨이, 저 자리에서는 저러한 온빛이 흐드러집니다. 문득 생각하면 갓난아기는 온힘을 다해서 웁니다. 아이는 온힘을 다해 일어서려 합니다. 어린이는 온힘을 다해 하루 내내 뛰어놉니다. 우리 어른은 하루를 어떻게 열면서 지을까요? 슬기로운 사랑으로 온힘을 다하는 하루라고 말할 만한지요. ㅅㄴㄹ



“그나저나 네 방 청소하느라 힘들었다.” “죄송해요.” “아냐, 난 좋았어. 이 팔, 이 다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고마워.” (27쪽)


“근데 둘 다 선택하지 않았어. 짧기는 하지만 새로운 내 삶이잖아.” (202쪽)


“잘 들어.네 생활 속의 작은 일 하나하나가 전부 세상과 연결돼 있어. 정말이야. 그러니까 작은 것 하나라도 허투루 흘리지 말고 살아.” (24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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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4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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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책시렁 160


《내 어머니 이야기 4》

 김은성

 애니북스

 2019.1.11.



  만화잡지 〈새만화책〉에 처음 실릴 무렵부터 지켜봤어요. 《내 어머니 이야기》는 어렵게 네걸음으로 마무리되어 2014년에 꽃을 피웠고, 2019년에 새옷을 입습니다. 방송 입김을 타며 한달음에 널리 사랑받기도 합니다. 세걸음을 읽다가 아리송하다 싶은 수수께끼를 네걸음을 읽으며 풉니다. 책이름이 왜 “우리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했더니 “만화를 그린 ‘내’ 이야기”를 그리고픈 마음이 훨씬 컸군요. 어머니가 살아온 길이 바로 내가 태어나서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어머니가 살림을 지으며 사랑을 받은 길이 바로 내가 언니 오빠 사이에서 어떤 사랑으로 자랄 수 있었나를 돌아보는 길입니다. 예전 판을 되살리는 뜻도 좋습니다만, 그린이 스스로 마음을 더 단단히 다스리면서 “어머니 이야기”하고 “내 이야기”를 떼놓아 주면 더 좋겠다고 느낍니다. 네걸음째는 줄거리가 엉키고 어영부영 끝납니다. 한두 해나 대여섯 해 뒤에는, 어머니 이야기는 어머니 이야기대로, 내 이야기는 내 이야기대로 따로 삶길을 펼쳐 주기를 바랍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연재 만화’하고 ‘낱권책 만화’가 다르기 일쑤예요. 낱권으로 묶을 적에는, 또 새옷을 입을 적에는, 그린이 앙금하고 실타래를 고이 털어내어 다시 새옷을 입히면 좋겠어요. ㅅㄴㄹ



“이런 생각까지 들 때도 있어. 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엄마 얘기를 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 “꼭 그렇진 않지만… 엄마 얘기니까 엄마 이야기가 중요하겠지만, 내 얘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마음이 너무 동요돼.” (106쪽)


“아를 더 버리기 전이 병원이 데려가야 하는데 어쩌겠니!” “엄마! 언니가 스스로 술이 문제인 줄 전혀 모르니까 우리도 방법이 없어. 그냥 우리는 우리 생활을 하자. 나는 만화를 열심히 그리고, 엄마도 엄마 생활을 잘하고 그러자.” (150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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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이랑 그루`s 1 - One Fine Day
시리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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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55


《나나이랑 그루's ONE FINE DAY 1》

 시리얼

 대원씨아이

 2007.1.30.



  한국만화를 읽을 적에는 으레 어디가 어떻게 아쉬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나 줄거리나 그림결에 빠져들기보다는 무엇이 이렇게 허전한가 하고 먼저 살핍니다. 아니, 이야기나 줄거리가 뻔하기 일쑤이면서 억지스레 이끌어 가는 얼개가 앙상하구나 싶어, 만화를 만화로 누리는 느긋한 기쁨이 샘솟지 못하곤 해요. 더욱이 누가 무엇을 그렸는지 아리송하도록 그림결이 엇비슷하기까지 하니, 일본스러운 붓끝이 차고 넘치다 보니, 종이책이나 누리만화 어디로도 좀처럼 눈이나 손이나 마음이 못 갑니다. 《나나이랑 그루's ONE FINE DAY》를 장만해서 첫걸음을 읽는데 도무지 다음걸음을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아니, 첫걸음 하나조차 끝까지 읽어내며 매우 벅찼습니다. 그린이는 고양이를 그리고 싶었을까요, 귀여운 노리개를 그리고 싶었을까요, 펜선질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이란 말은 아무 곳에나 붙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접고서, 스스로 살아가는 길과 살림하는 길과 사랑하는 길을 담아내면 될 노릇입니다. 귀여운 척하는 ‘고양이 사람’을 그려서 귀여워 보이는 옷을 입힌다고 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길이 되지는 않습니다. 허울이 아닌 넋을 그릴 적에 만화입니다. ㅅㄴㄹ



“나나이랑 그루한테 구박받는 신세…. 언제쯤에야 초보 타이틀을 뗄는지….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괜찮아, 괜찮아. 우리가 있잖아.” (4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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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9
마유즈키 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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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154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9》

 마유츠키 준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6.30.



  천안에서 책집을 찾아 걸어갈 적에는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 몰랐다가, 이웃님 자동차를 함께 타고서 찻길을 달리며 비로소 하늘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어요. 고작 코앞에 있는 나즈막한 등성이조차 뿌옇게 보이더군요. 천안 시내 어디나 온통 하늘먼지였습니다. 서울에서도 고양에서도 하늘은 마찬가지예요. 바깥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전라남도로 접어들기까지 하늘이 참으로 매캐했습니다. ‘자욱하다’ 아닌 ‘매캐하다’고 느끼는데, 시장·군수나 대통령 같은 이들이 자동차를 타도 뒷자리에 앉을 테고, 걷거나 자전거 탈 일도 없다시피 할 테니, 게다가 걷더라도 하늘을 볼 틈마저 없을 테니, 이들은 나라꼴을 참 모르겠네 싶어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아홉걸음을 읽으며 안갯속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도 안갯속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길도 안갯속입니다. 이런 판에 하나만큼은 또렷해요. 마음이 따스하게 부풀도록 씨앗이 되는 사람 하나는 환히 보이고, 둘레 눈치가 아닌 스스로 씩씩히 내딛을 걸음 하나는 반짝반짝 보입니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가 선 터를 헤아립니다. 눈앞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두 다리에 힘을 줍니다. 사랑은 비가 갠 티없는 하늘처럼 나아가면 됩니다. ㅅㄴㄹ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있었을지도 몰라. 다른 제비들에 대해서도 다 잊고. 하지만 그 제비가 날아가지 않은 이유가 단지 날기를 포기한 것 때문이었다면, 분명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됐겠지.” (56∼57쪽)


“난 옛날부터 소설 말곤 하고 싶은 게 없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모자라지.” (10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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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테레츠 대백과 2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허윤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책으로 삶읽기 413


《키테레츠대백과 2》

 후지코 F. 후지오

 오경화 옮김

 미우

 2018.6.30.



“딱히 바닷속을 걸어다니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126쪽)


“그렇구나. 키테리츠 사이 님은 이 ‘시간 여행기’를 보고 〈대백과〉에 만드는 법을 적었던 거야. 그걸 보고 내가 이걸 만들어서……. 그러면…… 맨 처음 ‘시간 여행기’를 생각해 낸 건 대체 누구인 거지?” (154쪽)



《키테레츠대백과 2》(후지코 F. 후지오/오경화 옮김, 미우, 2018)은 어제하고 오늘을 가로지르는 아이가 할아버지 마음을 물려받아서 스스로 새롭게 지어 보려고 하는 꿈을 잘 밝힌다. 이 아이한테는 할아버지 이름을 딴 ‘키테레츠’가 아주 마음에 든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펴거나 숙제를 풀기보다는, 살림이나 삶을 재미나게 바라보거나 가꾸는 길을 손수 일구는 길이 즐겁다. 만화책에 나오는 이 아이뿐일까? 오늘 숱한 아이들은 꿈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학교에만 들어갔다 하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손에 쥐었다 하면, 그만 꿈이고 뭐고 조각조각 흩어지거나 사라지고 만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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