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18


 좋은 생각


  영어로는 “굿 모닝!”이라 말하면서 서로 절을 합니다. 영어를 고스란히 옮겨 “좋은 아침”이라 말하는 분도 있으나 매우 어설픈 말씨입니다. 이른바 번역 말씨예요. 한국 말씨로 제대로 한다면 “아침입니다!”나 “아침이야!”라고만 하면 됩니다. “아침입니다. 반갑습니다!”라든지 “아침이야. 반가워!”처럼 ‘반갑다’라는 말을 덧붙일 수 있어요. 한국 말씨로는 따로 아침 낮 밤을 가리지 않으니 “반가워!”나 “반갑습니다!”라고만 해도 되어요.


  번역 말씨 가운데 우리 삶터로 널리 퍼진 “좋은 생각”이 있어요. 잡지이름으로도 있지요. 워낙 널리 많이 오래 팔린 잡지이다 보니 아예 뿌리를 내리는구나 싶은데,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처럼 쓰기도 해요.


  이때에 고개를 갸우뚱해 볼 수 있을까요. 한국 말씨로는 예부터 “그 ‘생각’ 참 ‘좋네’.”나 “그렇게 ‘생각하니’ 참 ‘좋구나.’”라 했습니다. 또는 “그 참 ‘생각’ ‘잘’ 했네.”나 “참말 그리 ‘생각해’ 볼 만하네.”라 했고요.


  ‘좋은’을 앞에 넣을 수 없지 않습니다. “‘좋은’ 생각”을 아예 안 쓸 까닭도 없습니다. 다만 ‘좋은’을 지나치게 아무 곳에나 쓰지 않는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좋은자리, 좋은님, 좋은벗, 좋은하루, 좋은날, 좋은그림, 좋은말, ……처럼 ‘좋은-’을 잘 살려서 재미나거나 새롭게 말결을 살릴 만합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새로운 말길을 열되, 이 터전에 알맞으면서 부드러이 흐르는 말결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좋다’라는 낱말은 품이 무척 넓에서 섣불리 “뭐 ‘좋은 생각’ 없니?”라 물으면 “뭐가 ‘좋은’데?” 하고 되묻겠지요. 두루뭉술하게 말하려고 ‘좋은’을 넣을 수 있으나, 즐겁기를 바라는지 재미나기를 바라는지 새롭기를 바라는지 사랑스럽기를 바라는지 아름다웁기를 바라는지 어느 하나를 또렷하게 짚어서 밝혀야지 싶습니다. 한국말은 흐르는 말결이라, “아침이 좋아!”나 “아침이야, 좋아!”라든지 “생각 좋네!”나 “생각 좋구나!”처럼 써야 어울립니다. 2018.3.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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