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기쁘게 읽어 주셔요
오늘(11/30) 막 고흥으로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 날아왔습니다. 전남 고흥이라고 하는 시골에서 여섯 해째 살며 길어올린 시골살림을 책이라는 마음밥으로 버무려서 빚은 이야기꾸러미예요. 아무쪼록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상냥한 눈길로 헤아려 주시면서, 신나는 마음길로 책노래를 불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언제나 곁에서 사랑을 베푼 곁님하고 아이들이 고맙고, 늘 씩씩하게 글살림을 일군 저 스스로도 고마우며, 따사롭고 너그러운 이웃님하고 동무님 모두 고맙습니다. 이 이야기꾸러미를 책으로 엮어 주신 분들이 고맙고, 이 책을 책시렁에 고이 놓아 뭇 책손한테 징검다리를 놓아 줄 책방지기들이 고맙습니다.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고맙습니다’이네요. 한 마디를 더 붙여야지요. 사랑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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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머리말
저는 시골에서 살며 책을 읽습니다. 제가 읽는 책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으니, 먼저 종이로 된 책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숲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마음이라는 책이 있어요. 덧붙여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종이로 된 책은 출판사에서 종이에 찍어서 내놓는 책입니다. 숲이라는 책은 나무와 풀과 꽃과 바람과 하늘과 냇물과 들과 바다와 구름과 비와 눈과 벌레와 새와 짐승 같은 숨결입니다. 마음이라는 책은 아이들이나 곁님이 가만히 그리는 마음밭이나 마음결이나 마음자리입니다. 이야기라는 책은 서로 도란도란 나누는 생각이 드러나는 말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살며 책을 읽을 적에 ‘인문책’이나 ‘어린이책’이나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라는 갈래보다는, 이처럼 ‘종이책·숲책·마음책·이야기책’이라는 얼거리로 책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책을 늘 읽는다고 느끼고, 우리는 서로서로 스스로 사랑하는 보금자리에서 다 다른 책을 읽는다고 느껴요.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없어요. 그저 ‘종이책을 멀리하는’ 사람만 더러 있을 뿐이라고 느껴요.
제가 읽는 책은 저 혼자 읽는 책일 수 있으나,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책이 되도록 하자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한 번 읽고 그칠 책보다는 두고두고 건사하면서 즐겁게 손을 뻗을 만한 책을 장만하자고 생각합니다. 어버이로서 시골에서 고운 삶터를 지을 수 있으면 이 삶터를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해요. 더 많은 돈이나 더 넓은 땅을 물려줄 까닭은 없어요. 사랑으로 지은 즐거운 보금자리라면 얼마든지 물려줄 만해요. 즐겁게 입은 옷을 물려주고 물려입듯이 즐겁게 가꾼 삶터를 서로서로 물려주고 물려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시골에서 읽는 책은 시골지기 눈으로 읽는 책입니다. 시골에서 읽는 책은 시골살림을 가꾸는 손길로 읽는 책입니다. 시골에서 읽는 책은 시골사람도 도시사람하고 이웃이라고 느끼며 읽는 책입니다. 오늘날에 나오는 수많은 책을 살피면 거의 다 ‘도시 독자’만 헤아리는 책이기 일쑤예요. ‘시골 독자’는 좀처럼 안 헤아리더군요. 그래서 저는 우리 식구가 깃든 시골을 곰곰이 헤아리면서 제 나름대로 ‘시골이웃’하고 ‘도시이웃’이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즐길 만한 책을 더 눈을 밝혀서 찾아보자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경기문화재단 사외보에 몇 해 동안 ‘시골에서 읽는 책’ 이야기를 쓸 수 있었고, 전남 광주에서 나오는 문화잡지 〈전라도닷컴〉에도 몇 해 동안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읽는 책’ 이야기를 쓸 수 있었어요.
비평가나 서평가라는 눈길이 아닌 ‘시골 아저씨’ 눈으로 책을 읽어 봅니다. 전문가나 독서가나 애서가라는 눈길이 아닌 ‘아이 돌보고 집안일 도맡는 아저씨’ 눈으로 책을 읽어 봅니다. 시골에서 ‘도서관학교’를 꾸리고,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려 멧골을 넘으며, 호미 한 자루로 소꿉밭을 일구고, 손으로 빨래하는 재미를 누리며, 나무랑 풀하고 노래하는 하루를 지으려 하는 눈길로 책을 읽어 봅니다. 지식을 쌓으려는 뜻이 아니라 살림을 지으려는 길에 동무로 삼을 책을 살펴서 읽습니다. 장서를 갖추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을 가꾸려는 마음에 벗님으로 여길 책을 헤아려서 읽습니다. 넋, 삶, 숲, 말, 책, 이렇게 다섯 가지 낱말을 가만히 그리면서 책을 읽습니다. 제가 읽는 책은 언제나 ‘숲책’이면서 ‘시골책’이 되고 ‘마음책’이나 ‘사랑책’이 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마음 한켠에 고요히 등불을 밝힐 책 한 권을 곁에 둡니다.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에서, 숲노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