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교통카드
고흥을 떠난 시외버스가 서울에 닿은 뒤 전철을 타기로 합니다. 전철을 타려 하면서 ‘큰아이는 따로 표를 끊어야겠네’ 하고 깨닫습니다.
예전 같으면 전철역 일꾼한테서 표를 살 테지만 이제는 모두 기계만 있습니다. 시골 버스역에서는 어른표랑 어린이표를 끊는데 서울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가 ‘어린이 교통카드’가 떠오릅니다. 표 끊는 기계로 어린이 교통카드를 3000원 치르고 장만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3000원을 주고 산 어린이 교통카드로 단말기에 대는데 자꾸 안 됩니다. 틀림없이 3000원을 치렀는데 큰아이는 지나갈 수 없다고
뜹니다. 그렇다고 전철역 일꾼을 찾아볼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나하고 큰아이는 함께 지나가기로 합니다. 한 시간 반 즈음
전철을 달려 일산에 닿아 내릴 무렵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어쩌면 3000원은 오직 교통카드를 사는 값이요, 찻삯으로 3000원이 있지
않고 따로 돈을 채워야 한다고. 2016.9.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