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흐르는 하루

 

  내 하루는 바쁘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야 할 일이 여러모로 많다고 할 만하지만, 내 하루는 눈부시게 흐릅니다. 아침에 하는 일도 낮에 하는 일도 저녁에 하는 일도 늘 곱게 흐르면서 눈부신 숨결로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어제하고 같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새 아침에는 늘 새 살림을 가꿉니다. 자루에서 쌀을 꺼내어 씻어서 불릴 적에도, 밥을 냄비에 안칠 적에도, 평상에 덮은 천을 걷을 적에도, 나무한테 속삭이고 풀내음을 맡을 적에도, 멧새가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적에도, 아이들을 안으면서 잘 잤느냐고 말을 섞을 적에도 언제나 새로우면서 재미난 이야기가 열린다고 느낍니다. 바쁜 하루가 아닌 눈부신 하루입니다. 2016.7.1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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