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그리고 3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35



꿈부터 그리고 만화를 그리자

― 그리고, 또 그리고 3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

 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6.6.15. 8000원



  꿈을 잊는 사람은 꿈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꿈을 잊었으니 꿈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꿈하고는 멀어지는 길로 갈 테니까요. 꿈을 잊지 않을 적에 비로소 꿈으로 나아간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온마음을 기울여 꿈을 품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나 이녁 꿈을 이루는 길이 되지 싶어요.



‘대학 재학중에 순정만화가로 데뷔하겠다고 결심하고 여기로 왔는데, 저는 만화를 그리는 일조차 없이 4학년을 맞이했습니다.’ (7쪽)


‘목표를 소리내어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들 하지요? 그 말은 정말이랍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던 제가 그때부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취한 행동. 그것은 현재 만화계의 숙적이 된 이른바 신고서점(새책 같은 헌책 파는 책방)에서 알바를 시작한 것입니다.’ (10∼11쪽)



  만화가라는 길을 걷겠다는 꿈을 키운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이지만 정작 대학교를 다닐 적에는 이 꿈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넉넉히 남아도 이 꿈을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놀았다고 해요. 이러다가 대학교를 마칠 무렵에 비로소 다시 떠올렸고, 대학교를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던 때부터 악착같이 이 꿈에 매달렸다고 해요.


  《그리고, 또 그리고》(애니북스,2016) 셋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돌기에 만화가라는 꿈으로 나아가지는 않아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하기에 꿈으로 못 나아가지 않습니다. 꿈을 온마음으로 그릴 적에 비로소 꿈으로 나아갔습니다. 꿈을 잊을 적에 그야말로 꿈하고 동떨어진 자리에 섰어요.



‘선생님은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결같이 매일매일 그림을 그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43쪽)


‘인간이란 신기합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하기 힘들던 학생시절에는 전혀 그리지 않았던 주제에, 하루 중 자유시간이 퇴근 후 겨우 몇 시간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81쪽)



  오직 만화가만 이와 같으리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우리 누구나 이와 마찬가지가 되리라 느껴요. 나 스스로 이루려는 어떤 꿈이 있으면, 이 꿈을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늘 생각하면서 마음에 담을 줄 알아야 할 테지요. 이러면서 배워야지요. 늘 새롭게 배워야지요. 이루려는 꿈을 배우고, 이루려는 꿈으로 가는 길을 배워요. 이루려는 꿈으로 누리는 삶을 배우고, 이루려는 꿈을 짓는 손길을 배워요.


  거의 밤샘을 하다시피 지내더라도 만화를 그릴 수 있어 기쁩니다. 온갖 일로 몸이 고되더라도 꿈으로 나아가는 길이기에 다시 기운을 차립니다. 아주 작은 틈이라 하더라도 책을 읽든 만화를 그리든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할 수 있어요. 날마다 꾸준히 마음을 기울이면서 어느새 조그맣게 열매를 맺어요. 씨앗 한 톨이 커다란 나무가 되듯이, 또는 맛난 열매를 맺듯이, 참으로 날마다 바람과 해와 비와 이슬을 머금으면서 무럭무럭 자라요.



“잠깐만요, 선생님. 그건 무리예요. 지금 꼭 그리고 싶은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야시. 그리고 싶은 주제가 없어도 상관없다. 그저 그리면 된다. 눈앞에 있는 것을. 그리고 싶은 주제를 찾으니까 안 되는 거야. 그래선 그릴 수 없게 된다.” (98∼99쪽)



  만화가가 되려는 사람은 어떤 만화를 그려야 할까요? 이 만화는 되거나 저 만화는 안 될까요? 더 나은 만화나 덜 좋은 만화가 있을까요?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은 고향에 있는 ‘그림 선생님 집’에서 ‘그림 그리기’를 배우는 동안 ‘꿈을 짓는 몸짓’을 단단히 배웠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이때에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는 잘 배우지 못했다고 해요. 마음이 늘 딴 데에 있었으니까요.


  예술이 되는 그림을 그리든, 만화라는 그림을 그리든, 그저 그리려는 대로 그리면 됩니다. 집에서 겪은 일을 그리든, 동무나 이웃하고 얽힌 일을 그리든, 내키지 않으나 여러 달 몸을 담그는 일을 그리든, 그저 그리면 됩니다.


  그리고 또 그리면 될 노릇이에요. 스스로 나아가려는 대로 그리면 될 노릇이에요. 어버이라면 아이를 사랑하면 될 노릇이에요. 글쓰기도 사진찍기도 늘 이와 같아서, 스스로 지으려는 대로 모든 열매를 맺으니, 씩씩하고 즐겁게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노릇이에요.


  그리고 또 그리기에 만화가로 거듭납니다. 꿈꾸고 또 꿈꾸기에 이 꿈을 이룹니다. 아침저녁으로 고운 손길이 되어 살림을 짓기에 살림꾼이 태어납니다. 꿈을 새로 짓는 이는 모든 꿈을 언제나 스스로 일굽니다. 2016.7.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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