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처음 피우는데 재미있어!”
[시골노래] 흙놀이 곁에서 모깃불
우리 집 뒤꼍에는 텃밭이 있는데, 이 텃밭 한쪽에는 흙놀이터가 있습니다. 지난겨울에 흙을 그러모아 두 아이가 마음껏 흙을 조물락거리면서 뒤집어쓸 작은 놀이터를 꾸몄습니다.
한겨울에도 손이 시렵다는 말을 안 하면서 참으로 신나게 흙놀이를 했어요. 정 손이 시려우면 장갑을 낀 채 흙놀이를 했고, 겨울에도 흙투성이가 되어 놀았어요.
겨울에는 풀이 모두 시들어서 추위 빼고는 딱히 마음을 쓸 대목이 없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오고, 또 이 봄이 무르익으면서 흙놀이터 둘레는 풀밭으로 바뀝니다. 나는 바지런히 풀을 매어 밭으로 바꾸지만, 호미 한 자루를 쥐어 밭으로 바꾸는 겨를보다는 풀이 자라는 겨를이 더 빠릅니다.
겨울에 포근하고 봄에 따스한 고장인 터라, 다른 곳보다 모기도 일찍 깨어납니다. 흙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자꾸 모기에 물려 따갑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모기 때문에 성가셔 하는 소리를 들으며 밭을 매다가 생각합니다. ‘그래, 이제 모깃불을 태울 때가 되었네.’
호미로 뒤꼍을 일구면서 캐낸 커다란 돌을 고릅니다. 예전에 구들로 쓰던 판판하고 넓적한 돌을 들어서 아이들 흙놀이터 곁에 둡니다. 마른 풀을 모아서 올리고, 잘 마른 쑥도 뭉쳐서 올립니다. 성냥을 당겨 불을 피웁니다.
마른 풀에 불이 붙어 자작자작 소리를 냅니다. 불길이 솟다가 수그러들고, 검불은 차츰 까맣게 바뀝니다. 연기가 피어나면서 빙그르르 돕니다. 내 몸에도 연기를 쐬고, 아이들 몸에도 연기가 퍼지도록 합니다.
두 아이는 한참 흙을 파면서 놀다가 큰아이가 모깃불 앞으로 다가옵니다. “나도 해 보고 싶어.” 불을 어떻게 피우는지 아직 잘 모르는 아이는 날풀을 모깃불에 얹습니다. “얘야, 날풀은 물기가 많아서 잘 안 탄단다.” “그러면?” “가랑잎처럼 잘 마른 풀을 얹어야지.”
어느덧 두 아이는 흙놀이는 뒤로 젖힙니다. 이제 두 아이 모두 “땔감을 찾자! 땔감을 모으자!” 하면서 뒤꼍을 이리저리 달립니다.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은 땔감을 모은다기보다 그냥 뒤꼍을 신나게 달리면서 노는 재미를 누리지 싶습니다.
재미있지? 불 피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아버지는 도시에서 태어나 살며 마을 한쪽에서 어른들 몰래 불을 피우면서 놀곤 했는데, 그 재미란 이루 말할 수 없었어.
처음에는 불씨에 숨을 마냥 세게 훅 불던 아이들이지만, 이내 고르면서 오래 후우우 불면서 불씨를 살리는 길을 깨닫습니다. 연기가 잘 나서 더 모깃불을 살피지 않고 밭을 매노라니 어느새 아이들이 마른 풀을 잔뜩 얹어서 그만 불길이 사그라듭니다. “아버지! 불이 꺼졌어! 성냥 줘 봐!” “어디 보자. 얘야, 이렇게 잔뜩 얹으면 불씨도 숨이 막혀서 타지 못해. 숨이 드나들 길을 열고서 조금씩 얹어야지.”
가만히 살피니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성냥을 쓰지 않고 숨을 찬찬히 불어서 다시 불씨를 살립니다. “앞으로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흙놀이를 할 적에 이렇게 모깃불을 피우자. 신나겠지?” “응! 벼리, 불 처음 피우는데 되게 재미있었어! 다음에도 또 피울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