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81] 한자말
한자를 아는 사람한테는
한자말이
가장 쉬운 살림말
한국말을 배우려 하는 외국사람한테는 한자말이 ‘외국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외국사람한테는 ‘토박이말’이든 한자말이든 똑같이 외국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소리로 듣고 외우지요. 어린이한테도 토박이말이든 한자말이든 모두 낯선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소리로 듣고 외우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말’하고 ‘한자말’을 섞어서 쓰기 마련이라, 아이들은 “똑같은 것을 가리키는 한국말·한자말”이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해 하면서 ‘한자말’ 뜻을 묻습니다. 이때에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국말로 한자말을 풀어서 알려주’어요. 아이들은 아하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하겠지요. 어른들은 왜 ‘똑같은 것’을 구태여 ‘두 가지 말’ 또는 ‘여러 가지 말’로 나타낼까 하고요. 국어사전이라는 책을 여러 번 읽어 본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가운데 ‘사람들이 알 만하다’거나 ‘사람들이 쓰는’ 한자말은 매우 드뭅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한자말 가운데 90퍼센트는 덜어내야 비로소 국어사전이 한국말사전이 될 만하다고 느껴요. 한국사람이 쓸 말은 ‘그냥 한국말’이어야 합니다. 영어에서 왔든 일본말에서 왔든 한자에서 왔든 그냥 한국말을 즐겁게 쓸 수 있어야 해요. 한자 지식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말이어야 비로소 한국말다운 한국말이에요. 2016.2.1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넋/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