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 (서정홍) 문학동네 펴냄, 2014.10.20. 9500원
시골지기 서정홍 님이 쓴 새 동시집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이 동시집 첫머리인 1부에 실은 동시가 무척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만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이야기가 흐트러졌다고 느꼈다. 아니, 이 시골 아재가 으째 이런 동시를 쓰나,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 책을 더 못 읽겠다고까지 느꼈다. 이제 이 시골 아재는 ‘시골노래’가 아니라 ‘문학’을 하는가 싶기까지 해서 몹시 쓸쓸했다. 그런데 1부가 끝나고 2부로 접어든 뒤에 다시 ‘시골 아재 시골 이야기’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 삶을 구경하는 문학이 아닌, 스스로 삶을 짓는 이야기가 흐르는 2부부터는 서정홍 님다운 맛깔스럽고 구수한 시골노래가 조곤조곤 흐른다. 책끝에 보면 다른 동시 작가가 비평을 붙인다. 그런데 다른 동시 작가는 서정홍 님을 두고 ‘현실주의 동시’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러면서 오늘날 다른 동시 작가는 거의 다 ‘기교주의 동시’를 쓴다고 덧붙인다. 서정홍이라고 하는 시골 농사꾼이 부르는 노래가 ‘현실주의’이거나 ‘동시’일까? 무척 아리송하다. 서정홍이라는 시골 아재는 이녁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이웃 농사꾼한테 들려주는 조촐한 노래를 쓸 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다만, 동시집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에 붙인 동시 비평에 나오는 ‘오늘날 다른 동시 작가 거의 모두 보여주는 기교주의’ 같은 대목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참말 그렇다. 이 동시집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동시집’을 보면 서정홍 님 동시집을 빼고는 죄다 ‘기교주의 동시’라고 할 만하다. 다른 분들 동시집은 말장난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동시이든 어른시이든 삶을 그리면 되고 삶을 노래하면 되는데, 이러한 마음이 되어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고 느낀다. 글을 쓰거나 문학을 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지만, 정작 이야기꽃을 노래하는 사람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
| 주인공이 무어, 따로 있나
서정홍 지음, 정가애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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