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한밤에 방을 좀 치웠다. 깔끔하게 다 치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달포 즈음에 걸쳐 조금씩 치우다가 오늘 꽤 잔손을 많이 들여서 이모저모 더 치웠다고 할 만하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랄 수 있을까? 바닥에 널브러뜨린 책을 책꽂이 자리를 착착 갈무리하면서 꽂으니 방바닥이 한결 넓어 보일 뿐 아니라, 두 아이하고 엎드려서 그림놀이를 할 만큼 되겠다고 느낀다. 다만 아주 넓게 엎드려서 그림놀이를 하지는 못 하겠지만.
그런데 이모저모 집안을 치운다고 하더라도 날마다 바지런히 돌아보면서 보듬지 않으면 먼지가 곱게 내려앉을 테지. 집살림이란 그야말로 날마다 꾸준히 돌아보면서 아끼는 손길이다. 나는 이제껏 집살림을 영 엉터리로 한 셈이다. 다만, 이제껏 영 엉터리로 했으면 이제부터 안 엉터리로 하면 되지. 이제부터 새로운 보금자리를 누리면 되지. 아이들하고 까르르 웃고 노래할 사랑스러운 보금자리를 지으면 되지. 겨우내 집밖보다 집안에서 오래 지내야 할 테니까, 십이월이 오기 앞서 집안을 더욱 정갈하게 치워 보자. 4348.11.11.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