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기
내가 우리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낼 수 있는 까닭은 내가 학교를 다녀 보았기 때문이고, 내가 학교를 그만두어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가 무엇을 하는지 똑똑히 겪었기에 굳이 아이를 학교에서 시달리도록 할 마음이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면, 거의 모든 사람은 그 결대로 잘 하면 된다. 모든 어버이가 모든 아이를 다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는 어버이는 저마다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기 때문이요, 아이하고 누리면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삶이 어떠한 기쁨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아주 많지만, ‘우리 집에도 없어요’ 하고 말하며 빙그레 웃는 이웃이 더러 있다. 한국에서 텔레비전 안 보는 집도 제법 있다. 1퍼센트가 될는지 1퍼센트도 안 될는지 모르나, 텔레비전을 집에 안 두는 집이 제법 있듯이, 아이와 도란도란 조용히 삶을 짓는 꿈을 키우는 사람도 제법 있따.
내 마음은 늘 하나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면서 사랑스레 자라서 아름다운 꿈을 스스로 짓기를 바란다.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내 즐거움을 찾아서 사랑으로 삶을 지을 수 있는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오직 도시바라기 입시교육 직업교육만 하는 제도권 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보낼 뜻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은 참말 아이들 스스로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란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