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를 하고 싶었구나



  한가위 저녁. 보름달이 아주 동그랗게 밝네. 구름이 알맞게 있어서 한결 그윽하네. 그런데 이 깊은 저녁에 갑자기 틱틱틱 퍽퍽퍽 소리가 난다. 아, 아, 아. 바깥을 내다 볼 마음이 없다. 아이들이 하도 궁금해 하기에 나가 보라고 말한다. 큰아이가 소리친다. “저기 불꽃이 터져!” 그러고 보면, 도시에서 시골로 놀러온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불꽃을 터뜨리고 놀면서 쓰레기를 바닷가에 고스란히 놓고 떠난다. 바닷가는 도시 손님이 버린 갖가지 쓰레기가 가득할 뿐 아니라, 빈 병이나 깨진 병이나 빈 담뱃갑이나 고기를 구워 먹고 남은 찌꺼기와 잿더미가 곳곳에 널린다. 깊은 골짜기도 똑같다. 그리고, 마을에서도 이런 모습은 엇비슷하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에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 그런 것이나마 해 보고 싶었구나 싶다. 도시에서 어디 함부로 불꽃을 터뜨리면서 놀까. 도시 어느 곳에 빈터가 넉넉히 있어서 마음껏 불꽃을 터뜨릴 수 있을까. 시골에서는 ‘다 자야 하는 때’에 잠들 생각이 없이 불꽃을 터뜨리는 이 철없는 ‘도시 이웃들 놀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래 오늘 밤은 한가위 밤이니까’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다만, 명절 때만 되면 늘 겪어야 한다. 4348.9.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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