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쓰기
이달 구월에는 몇 군데에 꼭 써서 보내야 하는 글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글이 돈이 넉넉히 되는 글은 아니었고 ‘돈은 안 되어도 써서 보내고 싶은 글’이 많았다. 그런데 이달 구월 이일에 자전거 사고가 나면서 글쓰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었고, 아픈 오른무릎을 달래고 쉬려고 하루 내내 누워서 지내다가 등허리가 너무 쑤시고 힘들 적마다 아픔을 무릅쓰고 책상맡에 앉아서 한 줄 쓰고 한숨 쉬고 두 줄 쓰고 끙끙 앓기를 되풀이하며 보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용하구나 싶도록 구월 한 달을 보낸다. 어쩜 그런 몸으로 글을 쓰느냐 싶도록 글을 쓰며 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감을 해야 하는 글을 써야 하는데, 오른무릎이 몹시 아파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이부자리에 몸져누웠고, 억지로 책상맡에 앉아서 조금 쓰다가 다시 눕고, 다시 일어나서 쓰다가 또 누웠다. 이렇게 이틀쯤 해서 마감글 하나를 마치고, 다른 마감글도 이렇게 마쳤다. 게다가 이달 구월에는 다음달에 선보일 책 원고를 놓고 다섯 번이나 교정을 보았다.
오늘은 다음주에 하는 강연에서 쓸 글을 한 꼭지 쓴다. 굳이 안 써도 되지만 꼭 쓰고 싶어서 썼다.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기 때문에 요즈음 쓰는 글도 만만하지는 않다. 요즈음도 글 한 꼭지를 쓰고 나서 한참 끙끙거리며 쉬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끙끙거리면서도 글을 왜 쓰나? 무엇보다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쓸 만한 글이 샘솟기 때문이다. 아픈 몸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이 물결처럼 밀려들기 때문이다.
쓰고 싶지 않다면 쓸 수 없는 글이고, 가꾸고 싶지 않다면 가꿀 수 없는 밭이다. 사랑하고 싶지 않다면 사랑할 수 없는 곁님이며, 살리고 싶지 않다면 살릴 수 없는 오늘 하루이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