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가 난 9월 2일 이야기를 이제서야 차분히 돌아보면서 적는다.

9월 2일 도서관일기를 오늘에서야 겨우 쓴다.

9월 17일 11시 50분에 라디오 방송이 나왔는데

내 목소리를 차마 내가 듣기는 어렵다.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글을 쓰는 나는

내 글이 실린 책을 들여다보는 일이 처음에 무척 낯설고 힘들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만, 아니, 그래도 내 책을 내가 읽을 적에

두근두근 설레지만,

내 목소리를 다른 곳에 녹음된 소리로 듣는 일은

아주 낯설고 아득하다.


..


 라디오방송 취재 (사진책도서관 2015.9.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구월 이일은 우리 아버지가 태어난 날이다. 우리 어머니가 태어난 날은 음력으로 한가위 다음주이다. 마흔 해 남짓 살며 아버지와 어머니 생일을 알뜰히 챙긴 일은 드물지만, 두 아이와 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생일을 챙기고 싶어서 아이들을 이끌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찾아가곤 한다. 올해에도 구월 이일을 맞이해서 고흥에서 음성으로 마실을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취재를 왔다. 텔레비전 아닌 라디오 방송이기에 취재가 오래 가지 않으리라 여겼고, 낮 열두 시가 되기 앞서 일을 마쳤다. 이제 우체국을 바삐 다녀오면 밤 늦게라도 음성에 닿도록 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방송국 일꾼이 돌아가고 나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려고 아이들이랑 자전거를 달린다. 그런데 마을 어귀 논둑길에서 덩어리가 진 물이끼를 밟고 그만 미끄러졌다. 아주 크게 엎어졌다. 아이들은 하나도 안 다쳤지만 내가 크게 다쳤다. 논둑에 엎어지고 한동안 일어설 수 없었고, 살았나 죽었나 하고 가늠해 보니 살았기에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일어서는데 오른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피가 줄줄 흐른다는 얘기는 뒤에서 작은아이가 알려주었다. 일어설 힘이 안 되어 도로 주저앉은 뒤에 큰아이더러 흙탕이 된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가면서 수건을 챙기고 어머니를 불러 달라고 얘기한다.


  한동안 논둑에 주저앉아서 숨을 그러모은 뒤에 새로 기운을 내어 일어선다. 마을 어귀 샘터로 절뚝절뚝 걸어가서 무릎에 박힌 시멘트 조각하고 모래를 물로 씻어낸다. 이렇게 한 뒤 곁님이 소독을 해 주고 약을 발라 준다. 자전거하고 우체국을 어찌하나 생각하다가 면소재지 약국에 들러서 약을 사 와야겠다 싶어 어떻게든 자전거를 달렸다. 그러나 면소재지 의원에도 약국에도 약이 제대로 없다. 갑갑한 노릇이다. 곁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읍내마실을 하면서 약을 사 왔기에 소독을 하고 생채기를 다스릴 수 있었다.


  저녁 늦게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 자전거 사고가 난 일을 말씀드린다. 다리가 다쳐 걷지 못하기에 찾아뵙지 못한다고 여쭌다. 이날 마침 출판사에서 교정지를 보내 왔다. 그러나 교정지를 볼 기운이 없다. 어지럽고 아프고 힘들어서 교정지조차 들여다보지 못하고 앓아눕는다.


  밤새 끙끙거리다가 하루 일을 조용히 돌아본다. 방송 취재를 안 받고 그냥 음성으로 갔다면? 여태 방송 취재를 몽땅 손사래쳤는데 이날은 왜 방송 취재를 받아들였을까? 텔레비전이 아닌 라디오라서 괜찮겠지 하고 여기면서 방송을 받아들였는데, 아무래도 바보스러운 생각이었을까? 우체국은 굳이 오늘 안 가고 다음에 가면 어떠했을까? 도서관 소식지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은 핑계가 아니었을까? 요즈음 이곳저곳에서 막바지 농약치기로 어지러운데, 자전거를 몰지 말고 군내버스 타고 읍내로 가서 읍내 우체국에 들러서 소식지를 보낸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음성으로 가려고 했다면 다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다쳤고,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제 할 일은 얼른 낫는 일 하나이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방송국 아저씨가 마이크를 주면서 한 마디 해 보라고 할 적에 아무 말을 못 했다. 그러나 취재가 끝나고 방송국 아저씨하고 마을 어귀 평상에서 함께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풀벌레 노랫소리가 가득한 하루이다. 아무리 농약바람이 불어도 풀벌레는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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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5-09-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요. 많이 다치셨나봐요.
얼른 쾌차하셔서 좋은숲노래 들려주셔야죠.
힘내세요!!!

숲노래 2015-09-22 09:56   좋아요 0 | URL
어느새 스무 날이 되었고
이제 이럭저럭 걷기는 하지만
걸을 때마다 송곳이 무릎을 쿡쿡 찌른답니다 ^^

아이들 앞에서 아픈 척을 안 하고 싶지만
자리에 누울 적마다 앓는 소리가 나오고
아무튼...
이렇게 앓는 소리를 자꾸 글로 쓰네요.

아픔을 견디고 이기려 하면서
이렇게 글로 흘러나오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