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꽃을 알겠니
도서관 가는 길에 달개비꽃을 본다. 우리 집 뒤꼍에도 달개비꽃이 많이 핀다. 달개비꽃은 꽃이 필 무렵에도 꽃이랑 잎이랑 줄기를 모두 나물로 먹는다. 아주 맛난 나물이다. 환삼덩굴잎에 살몃살몃 가려진 파란 꽃송이를 보고는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여기 꽃 보이니?” “꽃? 어디?” “잘 보렴.” “안 보이는데.” “잘 봐 봐. 저기 파란 꽃송이 안 보여?” “파란 꽃? 음, 아, 저기 있네. 저기도 있다. 여기도 있어.” “무슨 꽃일까?” “어, 파랑꽃?” “아니야. 뭐, 파랑꽃이라고 해도 되지. 파랑꽃이 좋으면 파랑꽃이라고 해. 파랑꽃은 드무니까. 이 아이는 달개비꽃이라고 해. 꽃도 먹고 잎도 먹어.” “맛있어?” “그럼, 해마다 이맘때에 맛나게 먹지. 너희도 지난해에 많이 먹었어.”
해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고 새로 먹으면서 열 살이 넘고 열다섯 살이 넘으면 아이들이 먼저 달개비꽃을 알아보고는 조용히 달개비나물을 훑어서 헹군 뒤 밥상에 올릴 수 있으려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