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책’은 어떻게 읽는가



  ‘새로 나오는 책’이 있다. 한자말로는 ‘신간’이라고 한다. 한국말로 짧게 적자면 ‘새책’이다. ‘새책’이라고 할 적에는 새로 나오는 책을 가리키기도 하고, 아직 아무도 사들이지 않아서 깨끗한 채 있는 책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러면, 이 새책, 곧 ‘새로 나오는 책’을 읽을 적에 “새로운 책을 읽는다”고 할 수 있을까? 새로 나오는 책을 읽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얻거나 느끼거나 배울 수 있을까?


  새로 나오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오래된 이야기’이기 일쑤이다. 아무리 짧아도 몇 달 앞서 쓴 이야기이고, 몇 달 앞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몇 해 앞서부터 쓴 이야기이기 마련이다. 어떤 책은 수십 해 앞서 쓴 이야기요, 어떤 책은 수백 해나 수천 해가 흐른 이야기이다.


  참말 ‘새책’이나 ‘새로 나오는 책’이나 ‘새로운 책’이란 무엇인가? 간기에 찍힌 날을 보면서 ‘새’책이라고 할 수 없다. 책을 손에 쥐는 사람이 어떤 몸짓이나 매무새인가에 따라서 ‘새’책인지 아닌지 갈린다. 스스로 새롭게 마음을 품으면서 새롭게 눈을 뜨지 않고서야 ‘새’책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새롭게 삶을 가꾸면서 새롭게 꿈을 키우는 넋이 아니고서야 ‘새로운’ 책이 되지 않는다.


  공장(인쇄소)에서 찍어서 나오는 책이 ‘새로운 것’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엮어서 내놓는 책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책방에서 책꽂이에 꽂아 놓고 보여주는 책이 ‘새로운 사랑’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려고 하는 눈길이랑 마음길이랑 손길로 책 하나를 마주하면서 제 삶길을 기쁘게 걸어가려고 할 때에 비로소 ‘모든 새로운’ 숨결이 된다.


  올해에 나온 영화를 보아야 새롭지 않다. 지난해나 그러께에 나온 영화를 보면 안 새로울까? 열 해나 스무 해 앞서 나온 영화를 오늘 보면 ‘낡은’ 이야기를 마주하는 셈일까? 책도 영화도 강의도 학교도 모두 똑같다. 어떤 것을 놓고 이야기를 하든, 내가 스스로 새로움을 가슴에 품는 기쁜 마음일 때에 ‘새로움’을 누리는 사람이 된다. 4348.8.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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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5-08-30 07:54   좋아요 0 | URL
깊이 공감합니다~ ^ ^

숲노래 2015-08-30 08:4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