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라고 부르는 노래야



  큰아이가 여덟 돌을 꽉 채운 요즈막 잠자리에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두 아이를 재우려고 자장노래를 한참 부르면서 생각하고, 자장노래를 그친 뒤 내 일을 하려고 옆방으로 조용히 빠져나오면서 생각한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좀처럼 잠을 자려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노래를 부르면 그야말로 요새는 잠을 안 자려 한다. 아아, 이 아이들아, 아버지는 너희가 새근새근 고운 꿈을 가슴으로 품으면서 온몸으로 파란 거미줄을 그려서 아침에 새로운 숨결로 깨어나라고 북돋우려는 마음으로 자장노래를 부르는걸. 노래가 듣고 싶으면 아침이나 낮에 불러 달라고 해야지.


  언젠가 큰아이가 아버지 노래를 들으려고 두 시간이나 잠자리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서 안 잔 적이 있다. 큰아이는 그날 키득 하고 웃었지만, 나는 참 힘들었다. 아이가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때 노래를 그치고 고요히 있으니 큰아이는 바로 잠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버지 노래를 듣겠다면서 안 자려고 한대서 노래를 안 부를 수 없다. 다만, 나는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잘 부르는’ 사람조차 아니다. 아이들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 깜냥껏 갈고닦아서 들려준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들려준 노래 가운데 하나는 몇 만 번쯤 부른 노래이다. 한 해가 삼백예순닷새이고, 하루에 열 차례를 불렀으면 참말 여덟 해 동안 몇 만 번을 불렀다고 할 만하다.


  오늘 밤에는 ‘시인과촌장’ 노래 가운데 〈숲〉을 노랫말을 거의 다 바꾸어서 아이들한테 들려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시골마을에서 늘 누리는 숲이 무엇인가를 헤아리도록 이끌려는 생각을 새로운 노랫말로 담아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노래를 들려주면, 이 노래를 부르는 나 스스로 내 목소리에 온마음을 기울인다.


  문득문득 깨닫는다. 노랫결이란 무엇인가 하고 깨닫는다. 내가 사랑을 실어서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저희 놀이를 멈춘다. 이때에는 내 몸이 찌르르 하고 떨리면서 아주 달콤하다. ‘달콤한 삶’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곁님을 만나서 아이를 낳고 자장노래를 부르는 자리에서 요즈막에 자주 느낀다. 하기는, 똥오줌기저귀를 날마다 마흔 장 남짓 빨래할 적에도 늘 느끼기는 했는데.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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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19 21:20   좋아요 0 | URL
아이들 재우느라 아이 부모는 나긋나긋 노래를 불러주는데 아이들은 그노랫소리 듣느라 잠을 안자고 눈이 말똥말똥!! 노랠 부르지 않음 바로 잠자던 아이들~~우리아이들도 그런시절이 있었던 것같은데 말입니다^^
(지금은 딸래미들이랑 수다떤다고 시간 다보냅니다ㅜ)

숲노래님!!
이글이 넘 평화로운 광경이 그림으로 그려져 좋네요^^
이곳도(?) 얼른 평화롭게 결론이 났음 좋겠어요!!^^


숲노래 2015-08-19 22:52   좋아요 0 | URL
나이 든 아이들은
어버이와 조잘조잘 수다를 떨면서
멋진 밤을 보내는군요 @.@

그러게요.
그분들이 이곳 방명록에 사과하고
그분들 스스로 `잘못했다`고 여기는 글을
지우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 알쏭달쏭하기도 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