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 가지가 찢어지다



  지난 유월에 큰 비바람이 드세게 몰아치면서 우리 집 모과나무 가지 하나가 찢어졌다. 모과꽃은 가지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골고루 피었는데, 열매를 맺을 적에는 으레 가지 바깥쪽에 달리기 일쑤이다. 가지 안쪽에 열매가 달리면 무게를 탄탄하게 받을 텐데, 모과알은 자꾸 가지 끝에 대롱거린다. 이러니까 열매도 솎아내기를 해야 하는구나 싶다. 그런데, 모과나무 가지는 찢어졌어도 나뭇줄기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찢어진 가지가 대롱거리면서 버티다가 다른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난 뒤에 그만 툭 떨어졌다. 이때까지 모과알은 ‘찢어진 가지’가 나누어 주는 밥을 먹으면서 살았다.


  올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찾아오면 모과나무 줄기랑 가지는 더욱 굵어지리라 본다. 해마다 조금씩 굵어질 테지. 아직 어리고 작은 모과나무이니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면 줄기도 가지도 힘들리라.


  여름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잠을 잔 뒤 새로운 봄이 되면 찢어진 가지 둘레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겠지. 모과나무는 한여름 볕살을 듬뿍 받으면서 씩씩하게 우리 집 옆에서 춤을 춘다. 4348.8.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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