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크은 파리’ 있어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여기 와 보세요. 얼른요. 크은 파리 있어요.” 얼마나 커다란 파리이기에 ‘크은’이라고 할까? 작은아이가 가리키는 평상 옆을 본다. 옳거니, 매미로구나. “보라야, 아버지는 이 매미를 그저께 보았어. 얘는 파리가 아니라 매미야.” “매미? 매미는 왜 파리같이 생겼어?” “매미가 파리하고 비슷해 보여? 잘 보면 둘이 다를 텐데.”


  매미 한 마리가 후박나무 밑에 놓은 평상 옆에서 고요히 잠들었다. 앞다리 하나는 개미가 떼어갔다. 개미떼가 자꾸 찾아와서 매미 주검을 더 떼어가려 한다. 두 아이는 평상 언저리에서 놀며 나무 그늘을 누리다가는 자꾸 매미를 들여다본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7)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풀꽃놀이 2015-08-01 04:35   좋아요 0 | URL
ㅎㅎ `크은 파리` 맞습니다! 매미도 파리도 곤충이니까요..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훨씬 많지요. 어른들은 `매미`, `파리`라는 이름에 먼저 얽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런 말에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5-08-01 05:11   좋아요 0 | URL
음... 닮았을까요?
^^;;;
벌레이기는 똑같은 벌레이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주 다르게 생겼는데 ^^;;;;

매미는 날개가 크고 다리가 짧고
파리는 날개가 작으며 다리가 길고~

풀꽃놀이 2015-08-01 17:10   좋아요 0 | URL
네~~맞아요. 매미는 파리와 아주 다르게 생겼지요.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똑같은 벌레..정확히 말하면 곤충이기 때문에 여러 특질을 공유하지요. `매미가 파리를 닮았다`는 아이의 말처럼. 아이는 닮음을 먼저 보고 님은 다름을 먼저 보신것 뿐이지요. ^^ 닮음을 보는 눈도 다름을 보는 눈도 다 필요하지요.
제가 존경하는 분 중에 곤충을 연구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이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아이들과 곤충을 관찰할 때 다름보다 닮음을 먼저 보게 북돋워주자고. 왜 그래야할까 나름 곰곰 생각해보았어요. 이런것 아닐까요? 다름을 보려는 마음에는 분별과 앎이 뒤따르지만 닮음을 보려는 마음에는 이해와 사랑이 뒤따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꾸 다른 점만 들춰내고 많이 아는걸 높이 치는 세상이지요. 그러니 더욱더 숲에 든 아이들에게만큼은 닮음을 보려는 마음을 우선자리에 두게해주자 라는 뜻.
결국은 편견을 두지 않고 찬찬히 보자는 것이지만 거기에도 분명 우선자리가 있다는 뜻.
`크은 파리` 가 귀여워서 댓글을 남겼는데 얘기가 길어졌어요^^ 제가 벌레공부에 빠져 사는 사람인지라 수다본능이 조금 발동했습니다.
아마도 개미에 끌려가는 불쌍한 처지가 설마 위풍당당하게 울어대던 매미이리라고는 짐작이 안됐던 것이 아닐런지..여름이 가기 전에 아이들이 매미와 파리의 다른 점을 찬찬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2015-08-01 21:23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 살 적에는, 곤충 연구가하고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느껴요. 왜 그러한가 하면, 시골에서는 `비슷한 풀`이나 `비슷한 벌레`가 대단히 많으나, `이 모든 풀과 벌레는 똑같지 않고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해요.

쉽게 보기를 들자면, 버섯을 말할 수 있어요. ˝먹는 버섯˝과 ˝못 먹는 버섯˝은 생김새가 얼핏 보기에 비슷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먹는 버섯˝과 ˝못 먹는 버섯˝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면, 독버섯을 먹고 배앓이를 할 뿐 아니라,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시골아이나 시골어른 모두, 풀이나 벌레나 버섯이나 새나 ... 모두 어떠한 모습이고 목숨이며 넋인가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시골에서 제대로 살 수 있어요. 닮음을 보고 북돋워 주자는 뜻은 틀림없이 좋지만,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아무 풀이나 다 뜯어서 먹을 수도 없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자리공 열매와 까마중 열매를 가리지 못하기 마련인데, 자리공 열매를 잘못 먹었다가는 참말 죽습니다.

닮음을 앞자리에 놓든 다름을 앞자리에 놓든 대수롭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닮음이나 다름이 아니라 `참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다섯 살 작은아이가 매미를 보고 `크은 파리`라고 했을 적에 `파리하고 다른 목숨이니 제대로 다시 보라`고 했고, 매미가 어떤 목숨인가를 찬찬히 들려주었어요. 왜냐하면, 집안에 들어온 파리는 파리채로 때려서 잡으니, 매미를 보고 아이가 파리채를 휘두를 수 있거든요.

이리하여, 시골에서 살며 아이하고 마주하는 여러 이웃(풀, 벌레, 새, 여러 가지)을 모두 제대로 보자는 뜻이니, `다름`을 가리려는 뜻은 아니에요. `닮음`이란 풀이나 벌레나 사람이나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숨결이요 목숨이라는 대목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5-08-01 21:27   좋아요 0 | URL
덧붙여 말씀을 올리자면,
풀열매나 나무열매는 비슷하게 생기기 일쑤예요.
그래서, 잘 모르고 함부로 따먹다가 배앓이를 합니다.

풀 가운데에도 이질풀을 멋모르고 나물로 먹다가는
그야말로 배앓이로 애먹지요.
자리공은 열매도 풀잎도 함부로 먹다가는 큰탈이 나요.
갓 올라온 싹을 먹으려면 그야말로 제대로 간수해야 하지요.
그리고, 감자잎도 함부로 먹지 않으니, 이런 대목도
시골에서는 아이들한테 제대로 말해 주어야 해요.
아무 풀잎이나 뜯어서 먹으면 안 된다고 알려주지요 ^^;;;

벌도 꿀벌하고 말벌이 다른 모습을 알려주고,
벌이 쏘는 까닭을 알려주고,
벌을 볼 적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도 알려주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풀꽃놀이 2015-08-01 22:29   좋아요 0 | URL
이런 제가 서울내기 티를 내버리고 말았네요...버섯이나 벌 얘기를 해주시니 확 와닿네요. 저희도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서는 우선 잘 분별하는 법부터 가르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매일 둘러싸여 사는 생활의 절박함과는 다르겠지요.
`다른 모습이니 제대로 다시 보라`는 말씀 새겨야겠습니다.

숲노래 2015-08-02 06:07   좋아요 0 | URL
˝제대로 다시 보라˝보다는 ˝제대로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무엇이든 스스로 겪을 때에 제대로 알 수 있기에
아이들이 무엇이든 마음대로 겪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바라보기˝를 아이하고 어른이 함께 하다 보면
`다름`하고 `닮음`하고 `같음`을
굳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슬기롭게 알아차리거나 깨닫는다고 느껴요.

여러모로 말씀해 주셨기에
저도 한결 깊고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