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크은 파리’ 있어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여기 와 보세요. 얼른요. 크은 파리 있어요.” 얼마나 커다란 파리이기에 ‘크은’이라고 할까? 작은아이가 가리키는 평상 옆을 본다. 옳거니, 매미로구나. “보라야, 아버지는 이 매미를 그저께 보았어. 얘는 파리가 아니라 매미야.” “매미? 매미는 왜 파리같이 생겼어?” “매미가 파리하고 비슷해 보여? 잘 보면 둘이 다를 텐데.”
매미 한 마리가 후박나무 밑에 놓은 평상 옆에서 고요히 잠들었다. 앞다리 하나는 개미가 떼어갔다. 개미떼가 자꾸 찾아와서 매미 주검을 더 떼어가려 한다. 두 아이는 평상 언저리에서 놀며 나무 그늘을 누리다가는 자꾸 매미를 들여다본다. 4348.7.3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