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펴냄, 2015.5.8.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이 쓰는 글은 무척 차분한 듯싶지만, 가만히 보면 ‘차분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러면 무엇인가 하면,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은 오직 ‘마루야마 겐지다운 글’을 쓴다. 아무 흉내도 내지 않는다. 어떤 글흐름(문예사조)도 따르지 않는다. 그저 마루야마 겐지로서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글로 빚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라는 책도 오직 마루야마 겐지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을 묶었다고 느낀다. 다만,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은 어떤 마음이거나 몸짓이거나 삶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살며 도시살이가 익숙한 분이 옮길밖에 없었을는지 모르나, 시골에서 곁님하고 둘이 살면서 흙을 만지고 글을 쓰는 마루야마 겐지다운 숨결이나 목소리가 잘 드러났다고는 느끼지 못한다. ‘번역이니까’ 읽는다고 할까? 마루야마 겐지를 한국말로 옮겨 주었으니 고맙게 느낀다고 할까?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다른 바람맛을 누릴 수 있었다면, 이 책은 사뭇 다른 번역이 되었으리라 느낀다. 고마우면서 아쉬운 책이다. 4348.5.1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