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7) 몰살
몇 살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10대였던 것은 틀림없어. 하여튼 온 가족이 몰살되었지
《로리스 로우리/최덕식 옮김-있잖아, 꼭 말을 해야 돼?》(산하,1992) 25쪽
온 가족이 몰살되었지
→ 온 식구가 몽땅 죽었지
→ 온 식구가 함께 죽었지
→ 온 식구가 떼죽음했지
…
한자말 ‘몰살’은 “모조리 죽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죽는 모습을 가리켜 ‘몰살’이라 한다는데, 한국말로 ‘떼죽음·떼죽음하다’가 있습니다. 한 낱말로 ‘떼죽음’을 써도 되고, “몽땅 죽다”나 “모조리 죽다”나 “모두 죽다”처럼 써도 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온 식구’라는 말마디가 임자말로 나오니 “함께 죽다”로 써도 잘 어울립니다. 4348.5.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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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아마 열 몇 살 때가 틀림었어. 아무튼 온 식구가 함께 죽었지
“정확(正確)히 기억(記憶)나지”는 “제대로 떠오르지”나 “잘 떠오르지”로 손봅니다. “10대(十代)였던 것은 틀림없어”는 “10대 때가 틀림없어”나 “열 몇 살 때가 틀림없어”로 손질하고, ‘하여튼(何如-)’은 ‘아무튼’으로 손질하며, ‘온 가족(家族)’은 ‘온 식구’나 ‘한집 사람들’로 손질합니다.
몰살(沒殺) : 모조리 다 죽거나 죽임
- 그들은 몰살 직전에 살아났다 / 일시에 백수십 명의 생명이 몰살된 것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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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85) 애로
포장 두부와 다른 두부를 만들려면 포장 두부의 특성인 보존성을 포기해야만 했다. 박치득 씨는 이 과정에서 겪은 애로를 이렇게 말한다
《박재동·김이준수-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샨티,2015) 212쪽
이 과정에서 겪은 애로를
→ 이 일에서 겪은 어려움을
→ 이때에 겪은 어려움을
→ 이동안 겪은 걸림돌을
→ 이러면서 겪은 가시밭길을
…
한국말사전을 보면 ‘애로’라는 한자말을 세 가지 싣습니다. 이 가운데 ‘艾老’ 같은 한자말이나 ‘崖路’ 같은 한자말은 쓸 일이 없습니다. ‘艾老’는 쑥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을 가리킨다는데, 아마 쑥잎 뒤쪽을 보면서 쓰는 말이로구나 싶고, ‘흰머리’나 ‘흰바구니’처럼 써야 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벼랑에 있는 길이면 ‘벼랑길’이고, 멧기슭에 난 길이면 ‘멧기슭길’이나 ‘멧길’이나 ‘기슭길’입니다. ‘崖路’이든 ‘애로’이든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
→ 바위로 이루어진 좁고 거친 길
‘隘路’라는 한자말도 뜻을 알기 어렵습니다. 한글로 적든 한자를 밝히든 어떤 모습을 가리키는지 헤아리기 어렵지요. 한국말사전에는 이런 낱말을 실었으나, 한국사람이 쓸 만한 낱말이 아닙니다. 한국말로 쉽고 바르게 고쳐써야 합니다.
애로 사항 → 힘든 일 / 힘든 대목
애로가 많다 → 많이 힘들다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 적잖이 힘들었다
힘들 때에는 ‘힘들다’고 하면 됩니다. 고단할 때에는 ‘고단하다’고 하면 됩니다. 어려울 때에는 ‘어렵다’고 하면 돼요. 쉽게 쓰니 쉬운 말이요, 어렵게 쓰니 어려운 말입니다. 4348.5.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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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두부와 다른 두부를 쑤려면 포장 두부처럼 오래 두고 먹도록 할 수 없었다. 박치득 씨는 이 일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말한다
“두부를 만들려면”은 “두부를 쑤려면”으로 바로잡습니다. 공장에서 척척 찍는다면 ‘만들다’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으나, 사람이 먹는 밥을 마련할 적에는 “두부를 쑤다”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포장 두부의 특성(特性)인 보존성(保存性)을 포기(抛棄)해야만 했다”는 “포장 두부처럼 오래 두고 먹도록 할 수 없었다”나 “포장 두부처럼 오래 건사하도록 할 수 없었다”로 손봅니다. “이 과정(課程)에서”는 “이 일에서”나 “이러는 동안”이나 “이동안”으로 손질합니다.
애로(艾老) : 쑥처럼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뜻으로, 쉰 살이 넘음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
애로(崖路) : 절벽 위나 산허리의 험한 길
애로(隘路)
1. 좁고 험한 길
- 그 도로의 남쪽 끝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가 되어
2.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
- 애로 사항 / 애로가 많다 /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