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69) 서식말 손질 7 : 스틱을 입에 물고 장난하면


스틱을 입에 물고 장난하면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 얼음과자 막대기



  막대기 손잡이가 있는 얼음과자가 있습니다. 흔히 ‘하드(hard)’라는 영어로 가리키는데, 한국말사전에서 ‘하드’를 찾아보면 “‘얼음과자’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얼음과자’인 셈입니다. 북녘에서는 ‘얼음보숭이’라는 낱말을 널리 쓴다고 하는데, 남녘에서는 ‘얼음과자’로 쓴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요새는 남북녘 모두 ‘얼음과자·얼음보숭이’보다는 ‘하드·아이스크림’ 같은 영어를 훨씬 널리 씁니다.


 ㄱ. 막대 손잡이를 입에 물고 장난다면 다치니 잘 살피셔요

 ㄴ. 막대기를 입에 물고 장난다면 다칠 수 있습니다

 ㄷ. 손잡이를 입에 물고 장난하다가는 다쳐요


  막대기 손잡이가 있는 얼음과자를 싼 비닐을 보면, “스틱을 입에 물고 장난하면 다칠 우려가 있습니다” 같은 알림글이 있습니다. 얼음과자는 아이들이 많이 먹을 텐데, 이 알림글은 아이들이 읽도록 썼다고도 할 만합니다.


  이 알림글에서 ‘스틱(stick)’은 영어이고, ‘막대기’나 ‘지팡이’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은 ‘막대기’나 ‘지팡이’입니다. “다칠 우려(憂慮)가 있습니다”라는 말마디가 나오는데, 한자말 ‘우려’는 “근심하거나 걱정함”을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은 ‘근심’이나 ‘걱정’입니다. 이리하여, “막대기를 입에 물고 장난하면 다칠까 걱정스럽습니다”라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얼음과자 회사나 공장에서는 사람들을 걱정하더라도, 이 얼음과자를 먹는 아이들한테는 걱정이 아니고 마음을 쓸 일이니, “막대기를 입에 물고 장난하면 다칠 수 있습니다”처럼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얼음과자에 막대기를 붙였으니 ‘막대기’로 바로잡아야 할 텐데, 막대기는 손잡이 구실을 하니 ‘손잡이’로 고쳐써도 됩니다. 4340.10.12.쇠/4348.2.15.해.ㅎㄲㅅㄱ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4) 서식말 11 : 잘못 만들어진 책


잘못 만들어진 책은 구입하신 곳에서 바꾸어 드립니다

잘못된 책은 교환해 드립니다

- 책에 있는 간기



  책마다 ‘간기(刊記)’가 있습니다. 책을 펴낸 날짜나 책을 펴낸 곳이나 책을 펴낸 사람 들을 적은 곳을 가리킵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현대 문명과 문화를 일본을 거쳐서 받아들였기에 일본에서 짓거나 쓰던 일본 한자말이 무척 많이 들어왔습니다. 일본에서도 중국 한자말을 쓰니, 일본 한자말뿐 아니라 중국 한자말도 덩덜아 널리 스며드는데, ‘간기’는 어느 곳에서 처음 쓴 한자말일까요?


  한국에서는 이 한자말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한자말을 ‘펴낸말’로 고쳐서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발행인(發行人)·발행일(發行日)·발행처(發行處)’를 ‘펴낸이·펴낸날·펴낸곳’으로 고쳐서 쓰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필자(筆者)’를 ‘글쓴이’로 바로잡아서 쓰고, ‘작가(作家)’는 ‘지은이’로 손질해서 씁니다. 그러니까, ‘간기’ 같은 한자말도 얼마든지 한국말로 손질해서 쓸 만하지요.


  ‘펴낸말’에 적는 말을 보면 “잘못 만들어진 책”이나 “잘못된 책”처럼 두 가지로 쓰곤 합니다. 얼핏 보아서는 둘 다 맞는구나 싶을 테지만 “잘못 만들어진 책”에서 ‘만들어진’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만든’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책을 출판사 아닌 다른 엉뚱한 곳에서 ‘만들어서 내놓지’ 않을 테니 “잘못 만든 책”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구입(購入)’이라는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물건을 사들임. ‘사들이기’, ‘사들임’으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책을 펴내는 곳은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살피려고 몹시 애씁니다. 그런데, 막상 펴낸말에 적는 글은 제대로 못 살피기 일쑤입니다. ‘사들이다’라는 낱말로 고쳐서 써야 하는 ‘구입’이라면, 펴낸말에서도 이 낱말을 털어야 합니다. “처음 산 곳”이나 “장만하신 곳”이나 “사들인 곳”으로 바로잡을 노릇입니다. 그리고, 펴낸말을 보면 “바꾸어 드립니다”와 “교환(交換)해 드립니다” 두 가지가 나타나는데, 한국말 ‘바꾸다’로 적어야지 싶어요. 한자말 ‘교환’은 “서로 바꿈”을 뜻합니다.


 잘못 만든 책은 처음 산 곳에서 바꾸어 줍니다

 잘못된 책은 바꾸어 줍니다


  펴낸말을 더 들여다봅니다. “작가와의 협의에 따라 인지는 붙이지 않습니다”와 “가격은 뒤표지에 적혀 있습니다” 같은 글월이 있습니다. 이 글월은 “작가와 협의하여 인지는 붙이지 않습니다”나 “작가와 얘기하여 인지는 붙이지 않습니다”로 손볼 수 있고, “값은 뒤표지에 적혔습니다”나 “책값은 뒤에 적었습니다”로 손보면 됩니다. 4348.2.1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녀키키 2015-02-15 15:00   좋아요 0 | URL
고친 말이 한결 알아듣기 쉽네요. 우리말을 잘 가꾸어 쓰면 좋을 텐데 저부터도 한자말이 너무 입에 붙어서 버릇이 됐어요. 고치려고 애쓰다가도 잊어버리기 일쑤예요.
그런데 왜 우리는 한자말이 더 점잖고 무게 있다고 느끼는 걸까요? 언어사대주의일까요? 우리말로 고친 게 훨씬 더 산뜻하고 좋은데 이렇게 쓰기를 꺼리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5-02-15 16:29   좋아요 0 | URL
우리 정치 사회 교육 문화는
예전에는 중국 사대주의였고,
식민지 때에는 일본 사대주의였다가,
오늘날에는 미국 사대주의예요.

그러니, `말`만 사대주의가 아니라
모든 곳에서 다 사대주의랍니다.
그러니, 다 이렇지요.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