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나귀 덩키덩키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5
로저 뒤바젱 지음, 김세실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나는 나답게 살고 싶어라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 아기도 갓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함께 살고 조금 더 자라면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논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더 넓은 관계를 맺는다.
우리집에는 그 흔한 자가용이 없다. 그리고 텔레비전도 없고 침대, 소파 같은 물건도 없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없는 것들을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남과 견주어 모자라다고 느끼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살 두살 나이를 먹고 어린이집에 다니더니 하나둘 욕심을 낸다.
-엄마, 왜 우리는 자동차 없어?
-엄마, 우리도 텔레비전 있으면 좋겠다.
친구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느끼니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낸다.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하면서 나도 그래야 하는데, 하고 뉘우친다.
덩키덩키는 쫑긋한 게 아주 예쁜 두 귀가 있다. 그렇지만 작고 앙증맞은 패트(말) 귀를 보고 부러워한다. 자기 귀는 너무나 못나 보인다.
다른 동물 친구들에게 어떡하면 좋을지 도움을 청하자 친구들은 각자 자기 귀가 최고라며 자기 귀처럼 하라고 말한다.
개는 두 귀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라 말하고, 양은 두 귀를 옆으로 나란히 뻗으라 말하고, 돼지는 앞으로 뻗으라 말한다.
그러다 덩키덩키는 귀를 다치기도 하고, 귀에 눈이 가려져 앞을 못 보고 사다리에 부딪혀 크게 다친다. 이 일로 덩키덩키는 몹시 슬픔에 빠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한 소녀가 덩키덩키 귀을 가리키며 멋지고 예쁜 귀라며 감탄한다. 그러자 덩키덩키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은 본문 뒤에 도움말이 덧붙어 있다. 자존감이라는 낱말이 눈에 띈다. 자존감,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있으니까.
덩키덩키는 남과 `비교`하다 우울해졌고, 친구들은 덩키덩키만이 가진 쫑긋한 귀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덩키덩키가 자존감을 다시 찾게 된 것은 스스로 가치있는 존재라고 여겨서가 아니고 여자아이가 감탄한 것 때문이었다. 자존감을 높여주기에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토닥여주기`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겉모습을 이야기했지만 속마음을 다룰 때에도 아이를 토닥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껏 아이를 잘 토닥여왔나 되돌아본다.
별점 하나를 뺀 것은 덩키덩키가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이 스스로 깨달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말 때문이었다는 점에서다. 물론 어린 아이는 어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니어도 스스로 자기만이 자닌 아름다움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