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씻으면서 빨래
인천에 온다. 큰아버지 댁에서 하룻밤 잔다. 아이들은 새근새근 잔다. 나는 문득 네 시에 잠을 깬다. 어제 하루 내 몸이 퍽 고단했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굳이 더 눕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어서 조용히 일어난다. 큰아버지 곁에 누워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여민다. 씻는방에 들어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다음, 빨래를 천천히 한다. 두 아이가 허물을 벗은 옷을 빨고, 세 사람 양말과 내 바지를 한 벌 빤다. 내 웃옷도 마저 빨아야 하는데, 이따 아이들을 씻기면서 나올 새 빨랫감과 함께 빨자고 생각한다.
빨래를 마치고 나서 옷걸이에 꿰어 넌다. 내가 내 어버이와 함께 살던 무렵에는 빨래기계가 옷을 빨아 주었다. 그무렵에는 ‘몸을 씻으며 흐르는 물’에 옷가지를 적셔서 곧바로 손빨래를 한다는 생각을 못 했다. 제금을 나서 혼자 살림을 꾸리던 때부터 저절로 이렇게 씻고 빨래를 한다. 누구나 제금을 나서 홀로 지낼 적에는 이러한 몸짓이 될까. 먼 옛날부터 사람들 몸에 밴 버릇이나 삶일까. 곧 동이 트겠구나. 겨울이 거의 저문다. 4348.2.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