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를 ‘국민신문고’에 고발하다
시골에서 산 지 다섯 해째이다. 다섯 해를 지내는 동안 곧잘 ‘군내버스 말썽’을 겪었다. 틀림없이 버스가 와야 하는데 안 온다. 한참 기다려도 안 온다. 더운 날에는 땡볕을 쬐면서 땀이 줄줄 흐르고, 추운 날에는 찬바람을 먹으면서 온몸이 얼어붙는다.
순천 기차역에 기차표를 미리 끊은 날은 택시를 불러서 읍내까지 간다. 따로 기차표를 끊지 않은 날은 다른 큰길로 한참 걸어가서 다른 군내버스를 한참 기다린 뒤에 탄다. 왜냐하면, 우리 마을 어귀로는 두 시간에 한 대씩 군내버스가 지나가지만, 이 킬로미터쯤 걸어가는 다른 큰길에는 한 시간에 한 대씩 군내버스가 지나가니까.
오늘 아침에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는데 25분이 넘도록, 그리고 28분째가 되도록 버스가 안 온다. 할머니 한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은 ‘버스가 안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른 큰길로 걸어가신다. 우리도 다른 큰길로 걸어갈까 하다가 오늘은 도무지 이를 참을 수 없어서 걸어가지 않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온다. 먼저 몸을 녹인다. 몸이 녹은 뒤 인터넷을 켠다. ‘국민신문고’라는 데에 민원을 넣는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꽤 긴 글을 쓴다. 다니기로 한 때에 아무 말도 없이 안 다녀서 골탕을 먹이는 군내버스 회사와 군청 담당부서 공무원이 모두 ‘벌금(피해배상)’을 물어야 한다는 민원을 넣는다.
시골에서 버스를 모는 일꾼을 나쁘게 볼 마음이 없다. 나쁘게 보려고 이들한테 벌금을 물리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하루에 몇 번 오가지 않는 길인데, 이 몇 번 오가지 않는 길에서조차 그분들 마음대로 버스를 안 몬다면, 시골사람은 뭐가 될까? 시골사람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짓을 함부로 하지 않으리라. 시골마을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버스회사 일꾼한테 어머니나 아버지라면 이렇게 버스를 몰 수 있을까? 오늘도 시골마을 할매와 할배는 한참 찬바람 먹고 오들오들 떨다가 한참 먼 길을 ‘힘겨운 다리’로 걸어가신다. 이 뒷모습을 보면서 더없이 어처구니없어서, 지난 다섯 해 동안 묵힌 앙금(나는 다섯 해뿐이지만, 이 마을 어르신한테는 쉰 해가 넘었을 앙금)을 ‘국민신문고 항의’ 글로 풀어낸다. 4348.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