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138) 정상적 7


므슈 페르는 편지에 쓰인 다음 몇 마디를 고통스럽게 읽었습니다. ‘귀댁의 자제는 정상적인 아이들과 다릅니다. 저희 학교로서는 교육이 불가능한 아동입니다’ …… 집안 식구 모두가, 커다랗게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오! 티쭈는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달라요오!”

《모리스 드리용/배성옥 옮김,최윤경 그림-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민음사,1991) 34쪽


 정상적인 아이들과 다릅니다

→ 정상이 아닙니다

→ 올바르지 않습니다

→ 여느 아이들과 다릅니다

→ 여느 아이와 다릅니다

→ 흔히 보는 아이와 다릅니다

 …



  이 보기글을 보면, 학교에서는 티쭈라는 아이가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티쭈라는 아이가 사는 집에서 다른 집안 식구는 “평범한 아이들과 달라요” 하고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정상적’이라 하고, 집에서는 ‘달라요’라 하는데, ‘평범’이라는 낱말도 씁니다. 한자말인 ‘평범(平凡)’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을 가리키고, ‘보통(普通)’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은 ‘평범 → 보통’으로 풀이하고, ‘보통 → 평범’으로 풀이하는군요.


  한국말로 쉽게 생각하면, ‘여느 아이’이거나 ‘수수한 아이’이거나 ‘흔히 보는 아이’입니다. 여느 아이가 아니거나 수수한 아이가 아니거나 흔히 보는 아이가 아니라서 ‘정상적인 아이’가 아니라고 학교에서 말한 셈입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를 “정상이 아닙니다” 하고 여긴 꼴이고, “올바르지 않습니다” 하고 윽박지른 셈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정상적’이라는 낱말은 자칫 폭력이 될 만한 낱말이로구나 싶습니다. 4341.5.13.불/4347.12.17.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므슈 페르는 편지에 쓰인 다음 몇 마디를 괴롭게 읽었습니다. ‘이 집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릅니다. 저희 학교로서는 가르칠 수 없는 아이입니다’ … 집안 식구 모두가, 커더랗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다른 아이와 달라요오! 터쭈는 다른 여느 아이와 달라요오!”


‘고통(苦痛)스럽게’는 ‘괴롭게’로 다듬고, “귀(貴)댁의 자제(子弟)”는 “댁네 아이”나 “아무개 씨 아이”나 “이 집 아이”로 다듬습니다. “교육(敎育)이 불가능(不可能)한 아동(兒童)입니다”는 “가르칠 수 없는 아이입니다”로 손질하고, ‘평범(平凡)한’은 ‘여느’로 손질합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163) 정상적 8


소신학생 때의 일입니다. 정상적 계절 변화에 ‘아, 확 변했군!’ 하며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1년에 꼭 두 번씩은 있었읍니다

《함세웅-삶》(제삼기획,1984) 21쪽


 정상적 계절 변화에

→ 철이 바뀔 적에

→ 철이 바뀌는 모습에

→ 철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 새로운 철에

 …



  보기글 말뜻을 헤아리자면, “정상으로 철이 바뀜에”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철이 바뀌는 일이 ‘정상적 변화’라는 셈인데, 그러니까 ‘올바르게 바뀐다’, ‘제대로 바뀐다’, ‘저절로 바뀐다’를 가리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쓰신 분은, “정상적으로 어둠이 찾아오는 밤이면”이나 “정상적으로 밝아지는 아침이면”처럼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 다시 철이 바뀌자

 때 맞춰 철이 바뀌기에

 새로운 철을 맞이하며


  철이 흐르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철이 알맞게 흐르는 결을 생각합니다. 손수 나무를 심고 숲과 들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철을 몸과 마음으로 나란히 느낄 테고, 철을 몸과 마음으로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철이 흐르는 모습을 느낄 적에 올바르게 이를 나타내리라 봅니다. 4341.5.28.물/4347.12.17.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소신학생 때입니다. 철이 바뀔 적에 ‘아, 확 바뀌었군!’ 하며 새삼스럽게 느끼는 때가 한 해에 꼭 두 번씩은 있었습니다


“소신학생 때의 일입니다”는 “소신학생 때 일입니다”로 손질합니다. ‘계절(季節)’은 ‘철’로 고치고, ‘변화(變化)’는 ‘바뀜’으로 고칩니다. ‘변(變)했군’은 ‘바뀌었군’으로 손보고, “느껴지는 경우(境遇)가”는 “느껴지는 때가”로 손봅니다. ‘1년(一年)’은 ‘한 해’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빨강요다 2014-12-17 09:14   좋아요 0 | URL
우리말이 훨씬 아름답네요.

숲노래 2014-12-17 11:50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한국말을 알아보아 주시는 눈길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