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뿐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그 당시의 문화까지 같이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대단한 책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정말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구성이다. 3차원 구성이라고 할까. 책을 읽고 나면 버스를 타고 다니는 유적지 답사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각 시대까지 답사하고 온 느낌이 든다. 교토라는 평면의 도시에 시간의 축을 세우고 종과 횡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상이 된다.일본은 우리에게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면서 거부감 때문인지 그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 문화를 알고 싶어도 입문이 되는 책을 찾기도 힘든데 이번 유홍준교수님의 책들은 일본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한 단어, 한 문장, 이렇게 아끼고 아껴서 읽었다. 책이 얇아서 더 아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은 책 속에 세워진 ‘설국’이라는 나라에 좀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차가운 눈의 나라가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속에 몸도 마음도 폭 파묻히고 싶을 정도였다.다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나 다 읽고 난뒤에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는데 얼마전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중에서 일본의 이런 정서를 설명한 부분을 읽고 이것이 일본 문화의 한 부분이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일본미의 중요한 본질중의 하나인 ‘와비’는 한적함 또는 부족함을 ‘사비’는 쓸쓸하면서 고담한 것을 말하는데 그 뉘앙스가 매우 복합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게다가 와비와 사비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더욱 어렵다. 꽉 짜인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한 듯 여백이 있고, 아름다움을 아직 다하지 않은 감추어진 그 무엇이 있는 것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 p254짧게 인용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 유홍준 선생님의 책을 먼저 읽고 일본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을 조금 가진 상태에서 <설국>을 읽으면 이 책이 전해 주는 느낌을 좀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
만약에 내가 식민치하에서 시를 썼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직접 말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것을 어떻게는 표현해야 하는 시인의 숙명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그 치열했었을 정신과 현실을 생각할 때, 그의 시속에서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