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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박성준 외 옮김 / 레디셋고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 읽는 삶 74
어버이가 아이를 바라볼 적에
― 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
러디어드 키플링 글
박성준·문정환·김봉준·김재은 옮김
레디셋고 펴냄, 2014.11.30.
바보짓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슬기로운 길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엉터리로구나 싶은 짓을 일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길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보짓은 무엇이 바보짓이고, 슬기로운 길은 무엇이 슬기로운 길이 될까요. 엉터리와 아름다움은 어떻게 가를 만할까요.
.. “야! 야! 저건 정말로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인데? 표범아, 우리 이번 일을 교훈 삼자. 이 어두운 곳에서 너는 마치 까만 석탄 통에 들어 있는 흰 비누처럼 눈에 확 띈단 말이야.” 표범이 말했어. “흥! 흥! 너야말로 이 어두운 곳에서 마치 석탄 자루 속에 든 겨자씨처럼 눈에 확 띄는 걸 알고는 있니?” 에티오피아 사람이 말했어. “잠깐! 계속 이렇게 싸우기만 하면 먹이를 잡을 수 없어. 요점은 결국 우리가 이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야. 나는 바비안의 충고를 받아들일 거야.” .. (55쪽)
어버이가 아이를 바라봅니다. 어버이 아닌 여느 어른이 아이를 바라봅니다. 내 배가 아프면서 아이를 낳은 어버이하고 여느 어른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사뭇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아이를 바라보지만, 두 사람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똑같을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다르되, 어느 한쪽이 더 깊거나 짙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두 사람은 다른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사랑할 뿐입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아이를 보살피면서 사랑합니다. 여느 어른은 여느 어른대로 아이를 마주하면서 사랑합니다. 아이는 어버이와 여느 어른이 베푸는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을 베풀면서 마음속에 새로운 사랑을 길어올려 더욱 즐겁고, 아이는 사랑을 받으면서 더욱 기쁩니다.
사랑을 베푸는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사랑을 자꾸자꾸 새롭게 길어올려서 베풀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받는 아이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꿈을 키우는데, 아이가 키우는 꿈은 사랑스러운 삶입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따사로운 손길은 따사로운 손길을 낳습니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노래는 노래를 낳습니다.
.. 아기 코끼리의 호기심은 여전했단다. 아기 코끼리는 본 것, 들은 것, 맡은 것, 느끼는 것, 만져 본 것 등 모든 것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그럴 때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에게 계속 엉덩이를 맞았단다. 그런데도 그의 호기심은 끝이 없었어 .. (67쪽)
예부터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모든 것을 물려주었습니다. 맨 먼저 사랑을 물려주고, 다음으로 말을 물려줍니다. 사랑과 말을 물려주면서 삶을 물려줍니다. 사랑과 말과 삶을 물려주는 동안 보금자리를 물려주지요.
오늘날 사회를 돌아보면,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아무것도 안 물려줍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그저 학교에 보내고, 그저 회사원이나 공장 일꾼이 되도록 내몰 뿐이요, 그저 다시 쳇바퀴를 도는 굴레로 몰아세울 뿐입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아이한테 말을 물려주는 어버이나 여느 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어버이와 여느 어른 스스로 ‘아이한테 물려줄 말’을 찬찬히 살피고 가누면서 아름답게 새로 익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날 사회에서 아이한테 ‘아파트라는 재산’이 아니라 아이가 손수 삶을 짓고 가꿀 만한 보금자리를 물려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나무’와 ‘숲’과 ‘들’을 물려주었습니다.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노래와 이야기와 춤과 웃음을 물려주었습니다. 지구별 어느 곳에서나 어버이와 여느 어른은 아이한테 사랑을 비롯하여 꿈과 믿음과 생각과 넋을 물려주었습니다.
.. “고슴도치야, 난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졌어. 이젠 점박이 재규어를 놀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마찬가지야. 가시가 진화하면 비늘이 되는가 봐. 수영을 잘하게 된 것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점박이 재규어가 정말 놀라겠는걸!” … “괜찮단다. 이건 대발견이야.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걸 보고 ‘편지’라고 할 게다. 지금은 단순한 그림이고, 오늘 봤듯이 그림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하지만 타피야, 우리는 언젠가 문자를 만들게 될 거고, 그걸 읽고 쓰게 될 거야.”.. (109, 132쪽)
러디어드 키플링 님이 쓴 《아빠가 읽어 주는 신기한 이야기》(레디셋고,2014)라는 책을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아버지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서양에서 여느 어버이가 여느 아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요.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버이는 이녁이 어릴 적에 이녁 어버이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이녁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그리고, 이녁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새로 깨닫거나 헤아리거나 알아낸 이야기를 더 붙여서 아이한테 물려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이야기에다가 아이가 스스로 새로 익힌 이야기를 모두어 앞으로 새로운 아이한테 다시 물려줄 수 있을 테지요.
.. 사랑하는 내 아이야,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남자들이 고양이를 보면 언제나 물건을 집어 던지게 되었고, 개는 고양이를 나무 위로 쫓아 버리게 되었단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날 이후에도 집에서는 생쥐를 잡고, 아기들이 꼬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지 않는 한 언제나 아기들에게 친절했지. 그리고 그런 일들을 다 하고 나서도 짬이 나거나 달이 뜨는 밤이 되면 고양이는 다시 혼자 다니면서 어디든 다 비슷하다며 모든 공간이 다 제것인 양 행동한단다 .. (216∼217쪽)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대학입시 지식이 아닌 이야기를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과외수업이나 학원수업 따위가 아닌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어른이라면 아이가 마음껏 뛰놀 만한 보금자리와 마을을 가꾸어야 합니다. 놀이터와 공원을 돈을 들여서 짓는 사회 얼거리가 아닌, 여느 사람들 여느 보금자리가 아이한테 기쁜 놀이터요 쉼터요 삶터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놀고, 마을 고샅이나 동네 골목에서 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샅이나 골목에는 자동차를 세우면 안 됩니다. 자동차는 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데에 세워서 걸어서 오가야 합니다. 고샅과 골목은 아이들이 걱정없이 뛰놀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고,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라며,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기 때문이에요. 어른은 아이와 함께 걸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와 함께 뛰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와 함께 달려야 합니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나물을 뜯어야 하고, 아이는 어른 옆에서 나무를 심어야 하며, 아이는 어른 둘레에서 숲을 가꾸어야 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일구는 길을 함께 걸어갈 때에 지구별에 사랑꽃이 피어납니다. 4347.12.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