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날아온 책
한낮이 되어 빨래를 하자고 생각할 무렵, 집에 책 한 권 날아온다. 내가 시킨 적이 없는 책이다. 누가 책을 보내 주었을까. 봉투를 뜯으니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라는 조그마한 책이고, 이 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선물로 보내셨다. 이 책을 옮긴 분은 영국에서 다섯 식구가 오순도순 지낸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국에서 일군 책이 하늘을 가르고 훨훨 날아서 우리 집에 온 셈이다. 그나저나, 이 책을 옮긴 분은 어떻게 나한테 이 책을 보내셨을까.
책에 깃든 편지를 읽는다. 내가 예전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님 책을 읽고서 느낌글을 쓴 적 있는데, 그 느낌글을 읽으셨구나 싶다. 고맙다. 고운 책을 읽은 느낌을 찬찬히 적었을 뿐이지만, 이 글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었구나.
새롭게 태어난 책을 쓰다듬는다. 새롭게 태어난 책에는 어떤 숨결이 깃들었을까. 여러 해 앞서하고 오늘은 다르다. 사람도 삶도 마을도 이야기도 다르다. 지난날에 나는 도시에서 살며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를 읽었다면, 이제는 시골에서 살며 이 책을 새롭게 만나는 셈이다. 어디에 있든 나는 틀림없이 나일 텐데, 내가 보고 마시고 맞아들이고 느끼는 보금자리는 다르다. 아침저녁으로 나무와 인사하는 시골집에 찾아든 책을 기쁘게 읽자. 4347.12.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