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00 : 악화惡貨 양화良貨
최근 흉내쟁이 지식인들이 지각 없이 써서 급속히 퍼지는 바람에 ‘실마리’와 ‘단서’는 악화(惡貨)에 밀려난 양화(良貨) 신세가 되었다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39쪽
악화(惡貨)에 밀려난 양화(良貨) 신세가 되었다
→ 나쁜 돈에 밀려난 좋은 돈 꼴이 되었다
→ 나쁜 말에 밀려난 좋은 말 꼴이 되었다
→ 궂은 말에 밀려난 좋은 말이 되었다
→ 궂은 말에 밀려난 좋은 말이다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서양말입니다. “bad money will drive good money out of circulation”을 옮긴 말이라고 합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악화에 밀려난 양화’라 적습니다. ‘구축(驅逐)하다’를 한국말 ‘밀려나다’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악화’와 ‘양화’란 무엇일까요? 이런 낱말은 한국말이라 여길 만할까요?
악화(惡貨) : 지금(地金)의 가격이 법정 가격보다도 낮은 화폐
양화(良貨) : 품질이 좋은 화폐
한자말로는 ‘화폐(貨幣)’라 하지만, 한국말로는 ‘돈’입니다. 돈으로는 ‘쇠돈·종이돈·어음’이 있습니다. 보기글을 헤아린다면, ‘좋은 돈·나쁜 돈(궂은 돈)’ 같은 말을 새롭게 쓸 만합니다. 한국말이 얄궂은 말에 밀려난다고 이야기하려는 대목이니, 이런 보기글에서는 ‘좋은 돈·나쁜 돈’처럼 쓰기보다는 ‘좋은 말·나쁜 말’처럼 적으면 됩니다. “나쁜 말에 밀려난 좋은 말”이나 “궂은 말에 밀려난 좋은 말”처럼 적으면 돼요. 어렵게 가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말로 쉽고 알맞게 가면 됩니다. 4347.10.26.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요즈음 흉내쟁이 지식인들이 철없이 써서 갑자기 퍼지는 바람에 ‘실마리’와 ‘단서’는 궂은 말에 밀려난 좋은 말이 되었다
‘최근(最近)’은 ‘요즈음’이나 ‘요사이’로 다듬고, “지각(知覺) 없이”는 “생각 없이”나 “철없이”로 다듬습니다. ‘급속(急速)히’는 ‘갑자기’나 ‘빠르게’로 손보고, ‘신세(身世)’는 ‘꼴’이나 ‘모양’으로 손보거나 덜어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