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2. 몇 장을 찍어야 건지는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려’면 몇 장을 찍어야 할까요?


  한번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긴다고 할 적에, 몇 장쯤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까요?


  이를테면, 내가 기자가 되어 누군가를 만난 뒤 사진을 찍어 글이랑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어야 한다고 할 적에, 사진은 몇 장쯤 찍어야 ‘이야기로 엮을 때에 넣을 사진으로 쓸’ 만할까요?


  운동경기를 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를 보면 참으로 많이 찍습니다. 정치인을 취재하는 기자를 보면 이들도 참으로 많이 찍습니다. 그런데, 운동경기이든 정치인이든, 이런 사진을 수없이 찍으면서 막상 쓰는 사진은 한 장이나 두 장입니다. 다른 사진은 그때에 안 쓰고 자료로 남긴다고 여길는지 모르나, 그때에 안 쓰고 자료로 남기는 사진은 앞으로도 안 쓰기 일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중에 자료로 삼으려고 두는 사진 가운데 자료 구실을 하는 사진은 아주 드뭅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이야기가 흐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야기가 흐르지 않는데, 이런 구도로 찍거나 저런 구도로 찍는다 해서, 사진이 더 멋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구도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사진이 됩니다. 구도만 달리할 적에는 아무런 느낌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쓰는 사진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벽에 붙이거나 지갑에 넣는 사진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그러니, 사진을 찍을 적에는 잘 살피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무엇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지 잘 생각해야 해요. 다시 말하자면, 사진으로 찍기 앞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적에 ‘누군가하고 어떤 삶을 속삭이면서 즐거운 꿈을 나누려’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은 흔들려도 됩니다. 초점이 어긋나도 됩니다. 이야기가 있으면 됩니다. 안 흔들리거나 초점이 잘 맞았어도, 사진에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없다면, 이 사진은 도무지 못 쓸 사진이 되고 맙니다.


  사진을 자료로 두지 말아요. 자료로 둘 생각을 하지 말고, 처음부터 ‘사진기를 꼭 들어야 할 때’에만 즐겁게 느껴서 즐겁게 단추를 눌러요.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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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9-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마구 찍다 지우려면 다 아깝던데요

숲노래 2014-09-25 13:17   좋아요 0 | URL
다 마음에 남으니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