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옛이야기, 설화



  새로운 번역이 예전보다 나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기 마련입니다. 다만, 처음 번역한 책과 꾸준히 다시 번역하는 책들이 있기에 나중에 번역하는 이들은 앞선 이들 열매를 받아먹으면서 다시금 새로운 번역을 할 수 있어요.


  앞선 번역이 없었으면 ‘새로운 번역’이란 없겠지요. 앞선 번역이 있기에, 나중에 번역하는 이들은 어려운 길을 수월하게 헤칠 수 있고, 앞선 이들이 놓치거나 미처 못 건드린 대목을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비판에 앞서 존경과 고마움을 내비치면서 즐겁게 ‘새 번역’을 우리한테 선물하려는 마음이면 오래도록 사랑받는 실마리를 열리라 느낍니다. 번역은 ‘읽어서 풀어내는 이야기꾼’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옛이야기도 ‘구술자마다 다 다른 입맛’에 맞추어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설화와 신화와 민담에 ‘정답이 하나’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빚은 문학은 ‘창작자가 하나’라 할 테지만, 이를테면 개구리 이야기라든지 꼬마 곡예사 이야기라든지,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목소리와 손길로 다 다른 빛을 담아 다 다른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정답이 하나이기를 바란다면 외국말을 배워서 외국책으로 읽어야겠지요. 정답이 하나뿐이라면, 번역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정답이 없는 이야기이기에 번역이 있고, 새롭게 번역하려는 사람이 태어나며, 앞으로도 새로운 번역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방인》뿐 아니라 《모비딕》도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사람이 새롭게 번역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빛을 베풀 수 있습니다. 4347.4.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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