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엄을 아직 못 친다



  나는 헤엄을 아직 못 친다. 목까지 물이 차는 곳에 있으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어릴 적에 바닷물에 휩쓸려 그만 꼬르륵 하고 숨을 거둘 뻔한 일을 여러 차례 겪은 뒤로 허리 위쪽으로 물이 차는 데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물을 두려워 하기보다는 헤엄을 익히면 될 텐데,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지 못하기에 헤엄을 못 치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어릴 적 겪은 쩌릿쩌릿한 무서움 때문에 헤엄을 몸에서 거스르는지 모른다.


  배를 탈 적마다 생각한다. 나는 아직 헤엄을 못 치는데, 이 배가 가라앉으면 어쩌나 하고. 그래서 배를 탈 때면 튜브나 조끼나 배가 어디에 있는가부터 살핀다. 그러고는 이 배가 내가 가려는 데까지 걱정없이 잘 가겠거니 생각한다. 바닷물 따라 배가 흔들릴 적마다 ‘잘 가겠지. 잘 가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빈다.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면 참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배가 가라앉아서 아프거나 괴로운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게다가 배가 가라앉으면 바닷속은 얼마나 어수선할까. 사람은 사람대로 죽을 테고, 바닷속 수많은 목숨들도 가라앉은 배 때문에 죽거나 괴롭다. 바다에 기름이 흘러나올 적마다 얼마나 많은 바다 목숨들이 숨을 거두고 아파 하는가.


  어제 낮에 순천으로 볼일을 보러 다녀오는데, 곳곳에서 ‘특보’가 퍼진다. 여느 때라면 들을 수 없던 소식이다. 여느 때에는 신문도 방송도 인터넷소식도 안 살피니까. 낮에 순천에 있을 적부터 ‘수학여행 간 아이들이 잔뜩 탄 배가 가라앉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루가 흘러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 많은 아이들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에 갇힌 채 그예 숨을 거두고 말았을까. 깜깜한데다가 물이 가득 차오른 그곳에서 어떤 마음일까.


  2011년 여름, 작은아이가 막 태어나고 큰아이가 네 살 적 일을 떠올린다. 그때 큰아이는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 일곱 살 아이가 우리 아이를 뒤에서 미는 바람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 모습을 오십 미터 뒤쪽에서 아주 우연하게 보았기에 부리나케 달려가서 아이를 건져내어 살린 적 있다. 큰아이는 이때부터 이태 남짓 물 가까이 가기를 몹시 꺼렸다. 이제는 이럭저럭 바닷물에서 첨벙첨벙 잘 놀고, 이때 일을 떠올리지 않지만, 아이 몸에 크게 아로새겨졌으리라 느낀다. 큰아이는 여섯 살(지난해) 때까지 곧잘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일’을 나한테 들려주곤 했다.


  우리 아이가 물에 빠진 그때, 며칠 동안 아무 일을 할 수 없었다.


  삼백에 가까운 아이들이 물에 빠져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 아이들 어버이는 모두 바닷가로 달려와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며 빌 테지. 꼭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 나라 우두머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많이 바쁘신가? 4347.4.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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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4-17 08:42   좋아요 0 | URL
너무 무서운 일이라 눈물밖에 안 나네요 자식을 안 낳아본 대통령 이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숲노래 2014-04-17 09:46   좋아요 0 | URL
자식을 낳지 않았어도
조카가 있을 테고
이웃에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니,
가슴으로 함께 아파 하면서
1초를 서둘러 움직여야 할 텐데
무언가 갑갑하게 막히며
하나도 안 움직이는구나 싶어요.

그분이 낳은 아이가
이런 사고를 겪었어도
그렇게 미적거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