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코레 - 박로랑 사진집
박로랑 지음 / 눈빛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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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58

 


어떤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가
― 봉주르 코레
 박로랑 사진
 눈빛 펴냄, 2013.4.17.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로랑 님이 담은 사진으로 엮은 《봉주르 코레》(눈빛,2013)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박로랑 님은 이녁이 내놓은 세 번째 사진책인 《봉주르 코레》에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보여지는 것을 집중적으로 사진 찍었다.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들은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부상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찍기 위해 대한항공과 현대 그룹의 후원을 받아 1986년에 다시 한국에 왔다(192쪽).”고 밝힙니다.


  박로랑 님 말마따나, 사진책 《봉주르 코레》를 살피면, 이제 사라지고 없는 모습을 애틋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책에서만 피어나는 모습이 물씬 흐릅니다.


  박로랑 님은 한국에서 곧 사라질 모습을 어떻게 알아챘을까요. 박로랑 님 눈길에는 한국사람이 무엇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보였을까요. 한국에서 곧 사라질 모습이란, 한국사람이 아끼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는 모습이라 하겠지요? 한국에서 한국사람이 아끼거나 사랑하는 모습이라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박로랑 님이 사진으로 담은 모습이란, 한국에서 한국사람이 사랑하지 않고 아끼지 않는 모습입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등지거나 멀리하고 싶은 모습을 찍어서 남긴 사진이 모여 《봉주르 코레》가 태어난 셈입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즐겁게 찍지 않은 모습이요, 한국사람 스스로 기쁘게 누리지 않은 모습이며, 한국사람 스스로 아름답게 가꾸지 않은 모습입니다.


  박로랑 님은 “나의 태권도 사범이자 나중에 나의 의형제가 된 이관영의 카리스마 덕분에, 나는 아주 빨리 그 당시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던 300여 명의 한국인들을 만났다. 유학생, 예술가, 외교관, 체육계, 종교계, 상공인, 요식업계 사람들. 나는 그들의 모임에서 유일한 프랑스인이었고,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곧바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191쪽).” 하고도 이야기합니다.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와서 살아가는 이웃들하고 살가이 사귀고 싶어 한국말을 배웠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하나도 안 대단합니다. 왜냐하면, 박로랑 님은 사이좋은 이웃이 되고 싶었습니다. 살가운 동무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이웃이 하는 말을 배우고, 동무와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고 싶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라는 이들 가운데 이웃 고장에서 쓰는 말을 애틋하게 아끼거나 즐겁게 배우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며 전라도말을 배우는 사람은 무척 드뭅니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라며 경상도말을 배우는 사람도 아주 드뭅니다. 그저 남남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살아간다는 골목동네나 판자촌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은 사람은 꽤 많습니다. 골목동네나 판자촌에서 학술조사를 하거나 건출연구를 하는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골목동네 사람들 삶을 배운다거나, 가난한 이웃들 사랑을 배운다거나, 판자촌 동무를 사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박로랑 님은 어느 날 겪은 이야기를 《봉주르 코레》에서 들려줍니다. “1988년에 나는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만났다. 원래는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내 책 두 권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부인인 마르틴 프랑크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자리였다. 그는 내 책은 펼쳐 보지도 않고, 내게 오이겐 헤르겔의 책에 대해서만 오랫동안 이야기했다(193쪽).”고 합니다. ‘오이겐 헤르겔’이라는 이름이 낯익은 분이 있을 테고, 낯선 사람이 있을 텐데, 눈빛 출판사에서 나온 《봉주르 코레》에서, 이녁 이름을 잘못 적었습니다. ‘Eugen Herrigel’은 ‘헤리겔’로 적어야지요. 이녁 책은 2012년 3월에 《마음을 쏘다, 활》(포토넷 펴냄)이라는 이름을 붙어 새롭게 나오기도 했어요. 이 책은 2004년 3월에 《활쏘기의 선》(삼우반 펴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활쏘기를 배우는 동안 무엇을 깨닫느냐 하는 대목을 밝히는 ‘오이겐 헤리겔’ 님 책은, 마음닦기뿐 아니라 사진찍기와 글쓰기가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빛을 들려줍니다. 그러니까, 박로랑 님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진이란, 마음으로 사귀고 꿈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웃음과 눈물로 노래하고픈 삶입니다. 이 땅 한국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아닌,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랜 나날에 걸쳐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꿈꾸고 노래한 빛을 찍은 사진입니다.


  어떤 모습을 찍어서 사진으로 남길까요? 기록이 될 만한 무언가를 캐내어 사진으로 남길까요? 어쩌면,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면, 무엇이 기록이 될 만한가요? 대통령 모습? 정치꾼 모습? 의사나 박사나 예술가나 유명인이나 연예인 모습?


  때로는 대통령이나 연예인 모습이 기록이 될는지 몰라요. 그러나, 우리가 애틋하게 돌아보며 환하게 웃음짓도록 이끄는 사진은 ‘사진에 깃든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따사롭게 사랑하는 삶이 흐르는 사진입니다. 수수하고 투박하게 삶을 가꾸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오래오래 ‘기록’ 노릇을 합니다. 여느 삶터 여느 마을에서 만난 모스을 수수하고 투박하게 찍은 사진이 두고두고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며 ‘예술’이 됩니다.


  박로랑 님은 한국에서 곧 사라질 만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고 고개숙여 이야기하지만, 《봉주르 코레》에 흐르는 사진을 찬찬히 돌아보면, 어느 사진이든 애틋하고 사랑스러우면서 곱습니다. 웃음이 흐르고 눈물이 돋습니다. 이야기가 샘솟고 노래가 퍼져요.


  사진은 늘 오늘을 찍습니다. 곧 사라진다고 해도, 바로 오늘 이곳에 이 모습이 있으니 찍습니다. 내가 찍고 나서 몇 초 뒤에 사라지고 말지라도, 사진은 늘 오늘 이곳을 찍습니다. 우리가 사랑할 이웃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아낄 빛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알아보는 사람은 사진기를 들어 사진을 찍습니다. 알아채는 사람은 연필을 들어 글을 씁니다. 알아내어 사랑하려는 사람은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립니다. 4347.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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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2-1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으로 사귀고 꿈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웃음과 눈물로 노래하고픈 삶입니다."
- 저도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웃음과 눈물로 노래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

숲노래 2014-02-10 23:59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처럼 잘 하신다고 생각해요.
즐겁게 웃으면서 글로 노래를 나누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