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2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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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02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 설희 2
 강경옥 글·그림
 팝콘 펴냄, 2008.11.7.

 


  사랑을 찾아 살아갑니다. 내 마음을 따사롭게 간질이는 사랑을 찾아 살아갑니다. 서로서로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이야기가 피어나는 사랑을 찾아 살아갑니다.


  꿈을 찾아 살아갑니다. 내 마음밭에 곱게 심을 꿈씨를 찾아 살아갑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활짝 피우는 웃음꽃 묻어나는 꿈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랑이 있으면 넉넉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안 넉넉합니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다른 것에 매달리거나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않아요. 사랑이 없는 사람은 자꾸 다른 것에 매달리거나 얽매이거나 휘둘려요. 사랑이 있으니 언제 어디에서라도 즐겁습니다. 사랑이 없으니 언제 어디에서라도 안 즐겁습니다.


  꿈이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꿈이 없으면 안 아름답습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요. 꿈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못 가꾸어요. 꿈이 있기에 날마다 새롭고, 꿈이 없으니 날마다 안 새롭지요.


- ‘음, 그런 내용의 시나리오를 쓰려면 그런 연애를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 뭐, 그런 생각해 봐야, 사실 지금의 관심사는 연애보다 아르바이트다.’ (10쪽)
- ‘외국으로 나가면 뭔가가 바뀔까? 내 인생이 바뀔까? 그럴 돈도 없지만. 모르겠어. 그저 가능성을 꿈꿔 볼 뿐.’ (30∼31쪽)

 

 

 


  자, 생각해 보셔요. 사랑이 없어도 삶이 즐거울까요? 사랑이 없이 돈만 가득가득 있으면 삶이 즐거울까요? 사랑이 없이 졸업장이나 자격증 많이 갖추면 삶이 빛날까요? 사랑이 없이 겉모습만 멀쩡하거나 이쁘장하면 좋은가요?


  목숨이 몇 해 안 남은 사람한테 무엇이 가장 대수로울까 헤아려요. 갓 태어난 아기한테 무엇이 가장 대단할는지 헤아려요.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한테 무엇이 가장 크게 자리할는지 헤아려요.


  집에서 키우는 짐승들은 무엇을 누려야 할까요. 값비싼 옷을 입히면 고양이가 멋져 보일까요? 값비싼 사료를 먹이면 강아지가 튼튼해 보일까요? 집짐승도 사람처럼 사랑을 누릴 노릇입니다. 집짐승도 사람처럼 꿈을 꾸며 삶을 즐겁게 누릴 노릇입니다. 나무 한 그루도 이와 같아요.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도 이와 같습니다. 모두들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누릴 노릇이에요.


- ‘어릴 때부터 사랑받고 자란, 언제나 부러웠던 세이. 세이에 대한 세이 엄마의 애정은 무서우면서도 부러웠다.’ (39쪽)
- ‘설희가 온 뒤엔, 왠지 뭔가 이벤트 같은 사건이 일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해. 뭐, 나쁘진 않네.’ (153쪽)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팝콘,2008) 둘째 권을 읽습니다. 《설희》 둘째 권에서, 설희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옵니다. 한국에서 만날 ‘누군가’를 찾습니다. 한국에서 만날 ‘누군가’는 저마다 이것에 이끌리거나 저것에 끄달립니다. 스스로 삶을 짓거나 누리려는 마음이 아직 옅습니다. 이른바, 아직 삶을 지을 만한 마음이 못 됩니다. 삶을 지으면서 사랑을 꽃피우는 하루를 깨닫지 못합니다.


  설희는 이들 사이에 넌지시 나타나요. 슬그머니 끼어들고, 살며시 이야기를 건넵니다. 마치 모두 다 아는 듯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마치 모두 알거나 모르거나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다가서지요.


- “내가 차주에게 배상해야 하거든요. 보험은 잘 들어 뒀어요?” “어제 인수받아서 보험 명의는 아직 다른 사람인데요.” “어머 어머, 그럼 본인이 혼자 물어야 할 텐데, 와, 이거 견적 세게 나올 텐데? 우와, 얼마나 나오려나.” (54∼55쪽)
- “저기요, 우린 학생이고 돈도 없어서. 부디 선처를 해 주세요.” “학생이어도 책임은 책임이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아요?” (56쪽)
- ‘뭐야 이건. 엔초 페라리의 경우 5000만? 뭐에 근거한 액수야! 정말 이 액수로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그 잠깐 실수로 5000만이라니. 아, 일상이 파괴되는 기분. 무슨 일인가 생기길 바랐지만 이런 건 아니라고. 내 젊은 때를 빚 갚다 끝낼 수는 없잖아.’ (64∼65쪽)

 


  돈이란 무엇일까요. 젊은 날을 빚 갚느라 보내야 한다면, 이런 삶은 어떤 빛일까요. 그런데 집을 장만하고는 집값을 갚는다고 스무 해나 서른 해를 보내야 하는 나날도 똑같지 않을까요. 전세나 월세를 마련한다면서 젊은 날을 모두 바치는 삶 또한 다 똑같지 않을까요.


  우리는 왜 돈을 벌어야 할까요. 우리는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까요. 우리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요. 우리는 돈을 왜 써야 할까요.


  나는 식구들과 고흥에 깃들어 살기로 할 때에 문득 한 가지를 꿈꾸었어요. 이 아름다운 고흥에 아름답지 못한 ‘매립지’, 이른바 ‘갯벌을 메꾼 엄청나게 넓은 논’이 있기에, 이 매립지 논을 몽땅 사들여서 ‘내 땅이 되’면, 내 마음대로 이곳에 바닷물을 끌여들여 다시 옛날처럼 갯벌이 되어 ‘어떤 사람 소유지도 아닌 바다요 숲이며 시골’이 되게끔 할 꿈을 꾸었어요. 땅을 백만 평쯤 사는 꿈이랄까요. 백만 평을 사는 돈이 얼마나 들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백만 평을 장만해서 더욱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시골빛이 숨쉬도록 하는 꿈을 꿉니다.


- “뭐, 너는 납득이 안 가겠지. 지금은 일방적으로 나만 아는 전생이니까. 하지만 나에겐 현실 같아서 말이야. 무시할 수가 없거든.” (105쪽)
- “너 세이 좋아하지?” “그래, 하지만 쟤 엄마 보고 일찍 포기했어. 내가 감당할 수준의 애정이 아니거든. 네 라이벌 안 되니 걱정 마.” “말 안 하고 삭힌 감정은 아무 후유증이 없어?” (156∼157쪽)


  만화책에 나오는 설희는 돈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대수로울 까닭이 없습니다. 삶은 돈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삶은 오로지 스스로 즐기려는 사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느 사람이라면 누구나 백 해를 못 살고 죽습니다. 백 해조차 못 사는 사람한테 백억 원이 있든 천억 원이 있던 무엇이 대수롭겠어요. 이런 돈을 제대로 쓰기나 하겠어요. 주머니에 단돈 백 원이 있더라도 즐겁고 아름답게 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삶이 빛나요. 주머니에 있는 단돈 백원조차 즐겁고 아름답게 못 쓴다면, 삶은 흐리멍덩하고 말아요.


  곧, 사랑할 때에 사랑스러운 삶입니다. 노래할 때에 노래가 흐르는 삶입니다. 꿈꿀 때에 꿈을 이루는 삶입니다. 좋아 좋아 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좋은 빛 가득 누리는 삶을 펼쳐요. 예뻐 예뻐 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예쁜 웃음을 이웃과 나눕니다. 기뻐 기뻐 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이웃들과 기쁜 노래를 불러요.


  어떻게 살아갈 우리 하루일까요. 어떻게 살며 어떤 사랑을 빛낼 때에 이야기가 곱다시 흐르는 하루일까요.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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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1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만화에 푹 빠지신 듯해요.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숲노래 2014-01-19 01:20   좋아요 0 | URL
만화책이야
늘 읽는 만큼만 읽어요.
다른 책도 늘 많이 읽습니다 ^^;;

다 읽은 책을 미처 느낌글로 못 쓸 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