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 학교 대신 세계, 월급 대신 여행을 선택한 1000일의 기록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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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73

 


살아가는 대로 태어나는 사진
―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박 로드리고 세희 글·사진
 라이팅하우스 펴냄, 2013.12.16.

 


  누구나 스스로 찍고 싶은 사진을 찍습니다. 찍고 싶지 않은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음에 따라 움직입니다. 마음을 헤아리며 움직입니다. 마음이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마음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마음으로 노래하며, 마음으로 꿈을 짓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이들을 찾아나서며 사진을 찍습니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은 숲속을 거닐며 사진을 찍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면 바다로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요. 애틋하게 아끼는 벗이 있으면 애틋하게 아끼는 벗을 한결 고우며 맑게 사진으로 찍고 싶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역사를 다루는 책을 읽습니다. 어린이문학 좋아하는 사람은 어린이문학을 즐겁게 읽어요. 만화책을 좋아하면 만화책을 읽고, 그림책을 좋아하면 그림책을 읽습니다. 스스로 좋아하지 않는 책을 굳이 집어들어 읽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이 닿지 않는 책을 애써 장만하여 읽지 않습니다.


.. 이렇게 멀 줄이야. 릭샤로 30분 넘게 달려왔다. 약속한 금액에서 얼마를 더 보태 삯을 치렀다. 운전수는 나를 내려주고 노점에서 담배 한 개비를 사 피웠다. 녹초가 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 남들은 다 텔레비전에 빠져 있는데 너는 나를 구경하네. 그래, 텔레비전보다는 사진사 놈을 구경하는 게 더 낫다 …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본질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교정하는 것이다 … 길을 느낀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내가 가는 길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  (20, 25, 63, 213쪽)

 


  프랑스가 좋다면 프랑스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부탄이 좋으면 부탄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울릉섬이 좋다면 울릉섬으로 떠납니다. 거제섬이 좋으면 거제섬으로 갑니다.


  좋아하지 않는 데로 나들이를 갈 까닭이 없습니다. 반갑지 않은 데로 마실을 가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놀고 어울리며 삶을 누릴 데로 나들이를 갑니다. 기쁘게 쉬고 얼크러지며 삶을 노래할 곳으로 마실을 가요.


  느긋하게 지낼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즐겁게 살림을 꾸릴 만한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아름답게 어깨동무하고픈 곁님하고 알콩달콩 하루를 보냅니다. 가장 맛나게 먹을 밥을 가장 예쁘게 차립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 보람차면서 즐거운 일거리를 찾습니다. 돈을 쓸 때에는, 활짝 웃으면서 마음이 넉넉하도록 돈을 쓰지요.


  돈이 없다면서 아무것이나 먹을 수 없어요. 돈이 없으니까 아무 책이나 사들이지 않아요. 돈이 없기 때문에 아무 사진기나 되는대로 장만하지 않아요.


  아마,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이나 먹겠지요. 아무래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책이나 읽겠지요. 아무튼, 사랑이 없는 사람이 아무 사진기나 되는대로 집어들어 되는대로 사진을 찍으리라 느껴요.


  사랑이 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밥을 차리지 못해요. 사랑이 있는 사람은 아무 책이나 함부로 골라들지 않아요. 사랑이 있는 사람은 제 몸과 마음에 가장 알맞다 싶은 사진기를 헤아려서 손에 쥐어요.

 


.. 여행은 내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 고개를 사이에 두고 이쪽은 중국이고 저쪽은 키르기스스탄인데, 자연의 고개에 실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건 아니다. 위성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지구 땅 위에는 아무런 경계선이 없다. 국경은 오직 지도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경계일 뿐이다 … 따지고 보면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 꼭 영어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 … 도둑은 한국에도 있고 방글라데시에도 있다. 여태 여행하는 동안 두 번 도둑을 맞았다. 한 번은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였고 다른 한 번은 부자 나라인 호주였다. 곤경에 처한 나를 도와주고 위로해 준 이들도 그 나라의 이웃이었다 ..  (35, 46, 59, 206쪽)


  별을 보고 싶은 사람은 별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햇볕을 쬐고 싶은 사람은 햇볕이 드리우는 곳으로 갑니다. 별 하나 볼 수 없는 데에서 별을 노래할 수 없어요. 햇볕이 깃들지 않는 데에서 햇볕을 바랄 수 없어요. 스스로 찾아나섭니다. 별바라기 할 삶터를 스스로 찾아나섭니다. 스스로 짓습니다. 해바라기 할 만한 보금자리를 스스로 짓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집은 스스로 가꿉니다. 내 손으로 가꾸는 보금자리요 집이며 삶터입니다. 내 가슴속에서 끄집어낸 사랑으로 우리 집과 살림과 이야기를 가꿉니다.


  다른 사람이 내 사진을 찍어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일구어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 삶을 일굽니다. 다른 사람이 무지개를 보아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무지개를 바라봅니다. 다른 사람이 밥을 먹어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밥을 먹습니다. 참말, 다른 사람이 숨을 쉬어 주지 않아요. 몸이 아프거나 힘들더라도 스스로 숨을 쉬어 몸과 마음을 살립니다.


  이름난 작가들 사진이론을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내 사진빛을 사랑하면 됩니다. 대단한 작가들 사진강의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면서 내 사진넋을 가다듬으면 됩니다. 훌륭한 작가들 사진전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품은 꿈을 깨달아 한 걸음 두 걸음 씩씩하게 사진길 걸어가면 됩니다.

 


.. 병원 치료만으로는 몸이 쉽게 낫지 않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살핌이 있어야 온전한 회복이 가능하다 … 나는 기차를 타고 몽골에 갔는데 그건 타임머신이었다. 길에서 만난 두 소녀에게서 내 어머니와 이모의 유년이 보였다 … 가족, 친구만 소중한 게 아니다. 아무리 시시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의 인생에는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 유럽 친구들은 국경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 아시아나 아프리카까지 가는 긴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을 여행하기도 했다 ..  (67, 95, 148, 214쪽)


  박 로드리고 세희 님이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라이팅하우스,2013)라는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분은 여행하며 살고 싶다는 뜻을 품었으니 늘 여행하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평생 여행하며 살겠다는 꿈을 세웠으니 언제나 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삶을 누리겠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꿈꾸는 대로 살아가니까요.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마음에 담은 뜻대로 길을 걸어가니까요.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꿈이 없는데 무엇을 이룰까요.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꿈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 꿈을 못 이룹니다. 마음속으로 품은 꿈을 낱낱이 그려야 해요. 마음속에도 그리고, 종이에도 그리며, 글로도 그릴 수 있어야 해요. 언제나 꿈을 이야기하고, 늘 꿈을 노래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야 비로소 꿈을 이루어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는 꿈이라면, 스스로 이루지 못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는 꿈이라면, 앞으로 몇 해가 흘러도 이루지 못해요. 스스로 살아내며 사랑하는 꿈이 아니라면, 아무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못해요.

 


.. 알치에서 지내는 사흘 동안 매일 보리밭을 구경해도 지겨운 줄 몰랐다. 매번 새로운 몸짓과 새로운 소리였으니 … 라다크에는 오염원이 아예 없어 하늘과 공기는 언제나 맑았다. 그만큼 사람들도 맑았다. 라다크 사람들은 좀처럼 화내는 일이 없다. 우리 기준대로라면 그들은 육체노동에 신음하고, 가난을 저주하며 궁색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했다 … 오랫동안 라다크를 지켜본 헬레나의 지적대로라면 지금 라다크는 파괴가 한참 진행중인 것이다. 우리들 여행자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여행지에서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의무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  (163, 169쪽)


  즐겁게 여행길에 오르면, 사진 또한 즐겁습니다. 즐겁게 나서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반가우면서 서로 즐겁습니다. 즐겁게 누리는 여행길에서는 라면 한 봉지를 끓여도 맛있습니다. 즐겁게 오가는 여행길이라면 기쁘거나 슬픈 일이 따로 없습니다. 언제나 어떤 일이건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어 줍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전문 사진작가 아닌 여느 사람들이 찍은 여행사진일 때에도 무척 맑거나 밝은 빛이 감돌곤 해요. 꼭 전문 사진작가여야 여행사진을 잘 찍지 않아요. 왜냐하면, 여행길에 나서는 사람들 마음결이 여행사진에 고스란히 묻어나거든요. 한껏 들뜬 채 아주 즐거운 몸과 마음으로 여행을 누리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들뜨며 즐거운 빛을 담습니다. 들뜨지 않거나 즐겁지 않은 채 ‘작품을 남기려’ 하는 전문 사진작가는 오히려 너무 우중충하거나 무겁거나 그럴듯해 보이는 사진만 찍습니다.


.. 내친김에 주인에게 보내지 못한 사진들을 죄다 가지고, 내가 여행한 곳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다 … 나는 오랫동안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보면서 여행의 꿈을 키워 왔다 … 아이들이 사진 찍는 걸 보고 있자면 사진 찍는 것도 참 쉬운 일이다 … 영화용이든 사진용이든 모든 디지털카메라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건 필름카메라다. 디지털카메라의 품질을 논할 때, 얼마나 필름처럼 보이는지가 기준이 된다 … 여태 음식 한 번 만들어 본 적 없는 나는 사람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남이 해 주는 음식만 먹어 봤지 남에게 음식을 해 주는 건 꿈에서도 생각 못 해 봤으니, 어디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나 ..  (172, 197, 200, 201, 223쪽)

 


  사진을 많이 배워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배운 적 없으니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즐겁게 사진을 찍습니다.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은 즐겁게 노래합니다. 즐겁게 춤을 추고, 즐겁게 밥을 지으며, 즐겁게 아이들과 손 맞잡고 놀아요.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즐겁게 편지를 씁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넌지시 손가락 하나 사진기에 올려 단추를 가만히 누를 뿐입니다. 사진을 놓고 무언가 배워야 한다면, 손가락으로 단추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는 한 가지를 배워야 합니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데에 ‘사진 작품이 있다’고 배우면 됩니다. 사진찍기도 사진읽기도 가르칠 수 없어요.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맞아들이며, 스스로 즐깁니다.


  사진작가 아닌 이들이 여행사진을 맑고 밝게 찍는 까닭은, 스스로 맑고 밝은 넋으로 여행길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사진작가들이 내놓는 사진책이 무겁거나 우중충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기까지 사진작가 스스로 너무 무겁거나 우중충하기 때문입니다.


  달려든다고 해서 사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붙잡는다고 사진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찍고 싶은 사진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하나둘 꺼내기만 하면 됩니다. 기쁘게 춤추면서 하나씩 내놓으면 됩니다.


  노래하며 찍은 사진은 이웃들이 노래하면서 읽습니다. 춤추면서 찍은 사진은 이웃들이 춤추면서 읽습니다. 억지스레 찍은 사진이라면 이웃들도 억지스레 읽어 주어야 합니다. 고단하게 찍은 사진은 이웃들 또한 고단하게 읽겠지요.


.. 총을 쏘는 사람과, 화분을 올려놓은 사람 사이의 강한 대비 속에 나는 누구를 지지하며 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명확하게 다짐할 수 있었다 … 한국을 비롯한 여느 나라였다면 터널을 몇 개나 뚫었을 텐데, 뉴질랜드는 시간 단축이나 합리성 대신 자연 보존을 선택하고 있었다 … 공원 내에서는 어떠한 것도 판매되지 않았다.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은 제가끔 먹을거리와 침구를 짊어지고 다녀야 했다. 불편하지만 합당한 트레킹의 원형이었다 ..  (226, 266, 270쪽)


  사랑스럽게 살아가면 사랑스러운 사진을 빚습니다. 평화롭게 살아가면 평화로운 사진을 낳습니다. 너그럽게 살아가면 너그러운 사진을 선물합니다. 착하게 살아가면 착한 사진을 엮습니다.


  마음결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입니다. 마음씨에 맞추어 거듭나는 사진입니다. 아무개 제자라서 이런 사진을 찍는 사진은 없습니다. 어떤 흐름이나 사상에 맞추어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없습니다. 모든 사진은 이 사진을 찍은 사람 넋이자 말이고 삶입니다. 모든 사진은 이 사진을 선보인 사람 꿈이자 사랑이요 노래입니다. 4347.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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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08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속에 담긴 글과 사진도 좋지만 함께살기 님의 맑고 아름다운 글과 함께 경계도 없이 서로 섞이니 마치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이 잘 어울립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4-01-08 12:18   좋아요 0 | URL
고운 마음이 있어
즐겁게 잘 읽어 주시리라 느껴요.

아침이었나 어젯밤이었나 새벽이었나...
oren 님 지난 한 해 사진이야기도
아주 즐겁게 읽었어요~ ^^

페크(pek0501) 2014-01-0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을 쏘는 사람과, 화분을 올려놓은 사람 사이의 강한 대비 속에 나는 누구를 지지하며 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명확하게 다짐할 수 있었다"
- 총 대신 화분을 만지면서 살아야 좋은 삶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겠지요...

꼼꼼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숲노래 2014-01-09 13:06   좋아요 0 | URL
모두들, 전쟁 아닌 평화를,
독재 아닌 민주를,
따사로운 사랑과 꿈으로 나아간다면 참으로 좋겠어요..